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린이 선물로 단연 손꼽히고 있는 것은 요괴 워치였다. 부모들은 이 때문에 골치를 앓기도 했다. 왜냐하면 가격도 제법 비싸기 때문이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면도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이 요괴 위치에 빠져드는 것은 만화 애니메이션의 후광 효과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요과 워치가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심을 이끌어냈을까.
애니메이션에서 이 요괴 워치는 신비한 힘을 보여주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이 요괴워치는 요괴를 찾아내고, 요괴를 돕거나 싸우기도 한다. 물론 요괴라는 코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단골 아이템이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탐색이나 소환일 것이다. 요괴가 어디 있는 지 찾고 그들을 불러낼 수 있다는 설정은 어린이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겠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워치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애플 워치가 이에 해당한다. 아빠는 애플 워치에 빠져 있고, 아이들은 요괴워치에 빠져 있는 셈이다. 아이들의 장난감이 요괴 워치라면, 어른들의 장난감은 애플 워치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에 문신이 있으면 애플 워치가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했지만 애플 워치에 대한 대단한 관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애플 워치에 요괴 같은 환상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애플 워치의 기능은 요괴 워치처럼 초능력 차원의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탐색과 소환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같은 맥락 안에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요과 워치나 애플 워치는 스마트폰 유형의 디지털 디바이스가 갖고 있지 못하는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음성을 통해서 모든 기능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아이콘을 누르거나 타이핑을 할 필요가 없다. 이는 상당한 편의성을 내포 한다. 스마트폰 디바이스가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해주기는 하지만 손의 자유로움을 빼앗아 가고 있는 것은 여전하다. 이런 면에서 애플 워치나 요괴 워치는 손의 자유로움을 주었다.
또한 타이핑이나 터치가 불필요하다. 음성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추럴 커뮤니케이션의 모습이다. 물론 그런 형태의 기능은 있었지만 예전과 달리 지시된 음성을 정확하게 반영해 낸다. 무엇보다 타이핑이나 터치는 손가락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으로 인간의 주의력을 앗아가 위험을 초래하기도한다. 하지만 애플 워치는 이를 방지한다. 무엇보다 핸드폰을 꺼낼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를 수 있는 두 개의 워치가 5월 한국을 몰입시키고 있는데 이것들을 연결시키는 것이 황당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워치에 주목하는 인간 심리와 이에 따른 문화 현상의 강화에 주목을 할 필요도 있다. 요괴워치에 대한 문제점 지적도 분명 있다. 일본 산 장난감이 관련 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점은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고 해도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요괴 워치라는 컨셉과 아이디어를 적용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을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상상력과 판타지는 단지 허황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구현물로 등장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는 비단 요괴 워치에만 해당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애플 워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바로 상상력과 판타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애플 워치에는 요괴라는 존재가 살고 있는지 모른다. 물론 그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요컨대, 요괴 워치는 상상이요 애플 워치는 그것의 실현일 수 있다.
아직 갈길은 멀고 애플 워치는 요괴 워치의 수준으로 가기에는 버겁다. 문제도 제법 있다. 스마트폰의 아성을 워치가 깨지는 못할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손가락으로 인간의 시각적 집증력을 앗아가는 스마트폰 환경이 사라질 수도 있다.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애플 워치의 출발은 음성으로 정보입력과 탐색 처리, 전달 등이 이뤄질 환경이 이미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조만간 요괴 워치라는 장난감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 워치 형태의 디지털 기기에 몰입할 것이고, 어린이날에 애플 워치 유형의 디지털 디바이스를 사달라고 조를 것이다. 물론 그 단계에 이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또한 그 시간 동안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서비스의 보완과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이 애플 워치 형태의 서비스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기술적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인들이 특별하게 요구하는 점도 있을 것이다. 언제나 인간의 진보는 엉뚱한 상상력에서 발생해 온 것이 인류 진화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괴 워치 열풍조차 가볍게 볼 수 없으며, 괴로운 점을 제공해 준다고 해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