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제왕>(위)과 ‘해리 포터’ 시리즈 3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
한편으로 청소년 프로란 방송 범주를 애써 만들어야 하는가 싶기도 하다. 청소년이라는 딱지는 대개 불완전하고 불안한 존재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은 교육시키고 인도하거나 배려해야 하는 비주체적인 존재들로 상정된다. 이런 때 청소년 프로그램이 청소년을 중심에 두는 듯 싶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게 된다. 따라서 몰입감은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청소년 프로는 명분상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낮은 시청률 때문에 고전하다가 슬그머니 사라진다. 악순환은 두 가지 축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즉 명분과 가치를 내세우고 실질적으로 인공낙원 같은 기성세대의 편견이 작용한다.
무엇보다 청소년은 공통적인 상징이나 매개고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청소년 문학에 활력을 넣고 있는 소설인 <완득이>와 <위저드 베이커리>는 ‘1318’이라는 범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해외 소설 <모모>와 ‘해리포터’ 시리즈, <연금술사> <연을 쫓는 아이> <리버보이>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 청소년 문학이나 방송 프로그램이 존재해도 착한 결말에다 학교와 가족 안의 소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영 어덜트’(Young-adult)는 리얼리티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착한 결말로 흐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릴러·판타지·역사물·공상과학 등 장르를 넘나들고, 성폭행·강간·흉악범죄 등의 소재도 가리지 않는다. 공영방송에서 이를 적절하게 걸러야 할 필요는 있지만 핵심은 전달 방식과 메시지다.
청소년 관련 방송 프로는 세 가지다. 우선 주인공은 청소년이고, 주제나 소재가 청소년과 직접적이다. 두 번째는 주인공과 주제 및 소재가 청소년에 관한 것이 아니어도 청소년을 겨냥한 것이다. 세 번째는 애초에 청소년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지만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콘텐츠이다. 이는 청소년 문학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어쨌든 문학이나 방송프로는 이 세 가지를 포괄해야 한다.
이것은 ‘키덜트’로 귀결될 수 있다. 탈경계 시대에 키덜트와 이어지는 청소년 범주는 하나의 매개 고리다. 이것은 인간 모두에게 해당되는 보편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세계 대중문화산업을 휩쓰는 킬러콘텐츠는 모두 이 ‘키덜트’에서 비롯했다. 따라서 방송도 청소년이라는 당위적인 가치에만 집중할 때 악순환의 늪에 빠지고 실용주의에 쉽게 두 손을 들게 된다.
김헌식<문화평론가>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