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시사와 문화]안재환의 죽음 - 고금리 사채, 대통령도 관심 가져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9:40

[시사와 문화]안재환의 죽음 - 고금리 사채, 대통령도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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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쩐의 전쟁’이 방영될 즈음 사채, 대부업 문제가 공론화됐다. 특히 협박 등 불법추심의 실상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신체포기각서 작성, 땅 묻기, 인신매매, 집안 알몸 주거 등 말로만 듣던 내용을 영상화했기 때문이다. 이때쯤 고금리 대부업 광고에 출연 중인 연예인들에게 질타가 가해졌다. 다만, 연예인이라고 고리(高利)에서 자유로운 존재는 아니다. 많은 연예인이 대부업 광고를 했지만, 한쪽으로 많은 연예인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일부를 제외하고는 종전 대부업 광고에 출연했던 연예인 대다수가 더 이상 대부업 광고에 출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고리 대부업에서 돈을 빌리는 연예인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들이 별스러운 게 아니라 고리 대부 행태는 대한민국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이후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이자제한법이 제정, 실행됐다. 또 최고이자율이 하향됐다. 전에는 66%였지만, 법 시행 뒤에는 49%가 최고 한도였다. 그러나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유사대부업체인 저축은행과 할부금융사는 소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각종 수수료를 더해 한도 49%를 훌쩍 넘기가 예사였다. 지난 6월 3일 금융감독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사금융 이용자의 평균 이자율은 72%였다. 10명에 한 명은 120%가 넘었다. 이에 앞선 3월의 경찰 단속에서는 무려 연 4800%의 이자율을 적용한 사채업자도 적발됐다. 현실은 최고 한도 49%를 여실히 비웃고 있었던 것이다. 민노당은 평균 사채 이자가 200%라고 주장했고, 고리로 부당이득을 본 것을 환수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로 20~30대가 사금융을 이용하는데 더구나 돈이 빠듯한 회사원들이 고금리 사채의 늪에 빠지게 된다. 자본의 축적이 없으니 악순환에 말려든다. 정말 ‘베니스 상인’의 샤일록에게 살을 떼어 바쳐야 하는 듯한 형국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사업가이자 대중스타였던 안재환이 많은 사채 빚을 남기고 자살했다. 전직 프로야구선수 이호성의 비극도 사채 빚에서 찾는 지적이 많았다. 연예인들의 사채 비극은 정기적인 수입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자금의 흐름이 유동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연예인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불안과 불확실성의 한국 사회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점도 있다.

안재환의 자살에 많은 사람이 우려한 것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이들이 연쇄 자살할 우려다다. 구조적으로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법무부의 공정채권추심법이 필요하지만, 불법채심만 없앤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2007년 대선 때, 한 방송 시사 프로에서 여야 후보들에게 49%가 적당한지 물어보니 단 한 후보만 빼고, 모두 적정하지 않다고 했다. 적정하다고 말한 그 한 명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49%는 주요 외국에 비해 여전히 높아 낮춰야 하지만, 대통령은 여기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김헌식<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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