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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이자제한법이 제정, 실행됐다. 또 최고이자율이 하향됐다. 전에는 66%였지만, 법 시행 뒤에는 49%가 최고 한도였다. 그러나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유사대부업체인 저축은행과 할부금융사는 소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각종 수수료를 더해 한도 49%를 훌쩍 넘기가 예사였다. 지난 6월 3일 금융감독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사금융 이용자의 평균 이자율은 72%였다. 10명에 한 명은 120%가 넘었다. 이에 앞선 3월의 경찰 단속에서는 무려 연 4800%의 이자율을 적용한 사채업자도 적발됐다. 현실은 최고 한도 49%를 여실히 비웃고 있었던 것이다. 민노당은 평균 사채 이자가 200%라고 주장했고, 고리로 부당이득을 본 것을 환수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로 20~30대가 사금융을 이용하는데 더구나 돈이 빠듯한 회사원들이 고금리 사채의 늪에 빠지게 된다. 자본의 축적이 없으니 악순환에 말려든다. 정말 ‘베니스 상인’의 샤일록에게 살을 떼어 바쳐야 하는 듯한 형국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사업가이자 대중스타였던 안재환이 많은 사채 빚을 남기고 자살했다. 전직 프로야구선수 이호성의 비극도 사채 빚에서 찾는 지적이 많았다. 연예인들의 사채 비극은 정기적인 수입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자금의 흐름이 유동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연예인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불안과 불확실성의 한국 사회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점도 있다.
안재환의 자살에 많은 사람이 우려한 것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이들이 연쇄 자살할 우려다다. 구조적으로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법무부의 공정채권추심법이 필요하지만, 불법채심만 없앤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2007년 대선 때, 한 방송 시사 프로에서 여야 후보들에게 49%가 적당한지 물어보니 단 한 후보만 빼고, 모두 적정하지 않다고 했다. 적정하다고 말한 그 한 명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49%는 주요 외국에 비해 여전히 높아 낮춰야 하지만, 대통령은 여기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김헌식<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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