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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신화인가 증후군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7:47

<김헌식 칼럼>스티브 잡스, 신화인가 증후군인가

 2010.04.07 12:18

 




[김헌식 문화평론가]하나의 상품 브랜드가 극점에 올라서면 곧 다른 상품 브랜드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인기는 언제 추락할지 모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더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어떤 브랜드는'아이콘'이라는 말이 부족하다. 그 즈음에서는 하나의 신화가 된다. 마케팅론에서는 시대의 아이콘이 되는 브랜드가 있고, 그 단계를 넘어서야 신화의 단계로 들어선다는 주장이 있다. 

많은 경우 진정한 신화는 쉽게 관찰될 수 없다. 곧잘 그 신화라는 것이 깨지고는 하기 때문이다. 깨지는 신화라면 그것은 진정한 신화가 될 수 없다. 한번 신화는 영원한 신화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은 신화라고 착각을 했을 뿐이다. 신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겠다. 

많은 경우에 신화이기 보다는 일종의 종교적 교단처럼 상품시장을 장악한 이들이 장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들은 대중을 상대로 개인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게 된다. 교단적 상품 브랜드는 그 상품이 다른 상품에 비해서 밀리거나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해도 하나의 신드롬을 일으키며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순간 교주는 스스로 되기도 하지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하나의 교주가 되었다. 신도들은 그가 보낸 한마디의 이메일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다. 교단이 크려면 충만한 종교 교리도 중요하지만, 영향력 있는 종교적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 불문율이다. 교주는 카리스마를 필요로 한다. 제품의 성공이라면 면에서 볼 때, 그 교주를 둘러싼 영성은 실체적인 결과물에 근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실체적인 결과물과 스티브잡스의 스타파워가 시너즈 효과를 내고 있다. 

결과가 모든 것을 증명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의 개인적인 품성에 매력이 숨겨 있는 것일까. 스티브 잡스가 나이가 들고 췌장암이 걸려 약간은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되었지만, 젊은 시절부터 그는 패기만만했고 때로는 독선적이었다. 그를 반대하는 이들의 처지에서 보면 그는 항상 독불장군이었다고 보겠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아무래도 그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고, 그것에 바탕을 둔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이고, 그가 남들이 해내지 못하는 일들을 그는 해내고 독보적인 지위를 구가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독재자라도 마니아들이 있는 바에야 독재자도 아니면서 IT혁명을 이루어낸 그에게 충성도 높은 추종자들이 없을 리 없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초반부에 돌풍을 일으킨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잡스는 경영자가 아니라 단순히 청바지에 남방을 걸친 자유주의자로 비친다. 스티브 잡스 마케팅의 요체는 기업인을 하나의 대중스타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즉 애플이라는 회사의 이름 즉 브랜드 보다는 개인의 이름 즉 스티브 잡스의 이름이 더 상품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스토리 경영'에 있다.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잡스라는 스토리의 주인공이자, 조연이다. 그가 성공적으로 교단을 꾸릴 수 있었던 것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경영자보다 그는 우여곡절의 극적인 성공과 실패의 독보적인 스토리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물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스티브 잡스가 전체적으로 만들어 낸 것은 분명 아니다. 수많은 관리직과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스티브잡스는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드라이브 경영을 하는 것으로 이름이 높은 사람이다. 세계적인 결과물들에 맞추어질 뿐이다. 이는 토요타의 모순과도 연결이 되는 문제인지 모른다. 

도요타가 만들어낸 제품들은 그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는 칭송의 대상이 되겠지만, 그 제품을 만드는 노동자들에게는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대규모로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폭발해도 그가 재판에 회부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의 신화에는 미국의 경영 파워가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의 신도를 엄청난 신도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충성도 높은 신도들이 인터넷을 비롯한 첨단 매체에 잔뜩 포진하고 있다면 스티브 잡스에게는 대단히 유리하다. 단기적으로 그의 제품은 크게 주목을 받지만, 대중친화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아이폰에서도 드러났지만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이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아이폰을 사용하고 싶어하는가, 아이패드에도 같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그의 제품들이 혁신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대중 속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그의 신화는 아이콘으로 다시 아이콘에서 밑으로 추락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김연아가 살아생전 신화 속의 인물이 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기업인이건 운동선수이건 살아 있는 한 좋은 결과를 내야 자신의 지위가 보장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아이콘은 될 수 있어도 신화는 될 수 없는 존재적 운명이다. 다만 그것을 신도와 마니아가 가려줄 뿐이다. 그러한 신도와 마니아가 만들어내는 증후군에 부화뇌동 할 필요는 없으며 이는 최근 출시된 아이패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겠다. 

진정한 신화의 종교의 지도자는 기능과 실용이 아니라 영적 감화를 통해 사람들을 움직이기 때문에 존립한다는 평범한 진리에서 새로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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