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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던트 왜, 문화적 현상이랄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7. 9. 11. 09:32


-하나의 유행 현상이 아니라 삶의 과정이 되고 있다.


샐러던트의 할아버지는 스피노자가 아닐까. 바뤼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1677)은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철학만 연구한 사상가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직업이 따로 있었다. 직업은 안경, 망원경, 현미경에 들어가는 렌즈 가공사였다. 그는 낮에는 렌즈 가공하는 일을 하고 밤에는 홀로 책을 집필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다락방에만 혼자 처박혀 자신의 세계에만 빠져 있던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의 지적인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이들과 교류했다. 네덜란드 공화국의 정치적 지도자 얀 드 비트와 친했고, 라이프니찌와 만나기도 했다. 영국 왕립 학회(Royal Society, 1660년 설립) 올덴 부르크(Henry oldenburg, 1619~1677)와 서신을 많이 주고받았는데 서로 그렇게 공부에 자극을 받았다. 오늘날로 말하면 그는 공부하는 직장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렌즈가공사에 불과해보였지만 결국 철학사에 길이 남았다. 그의 공부가 철학이라는 점에서 생활인들과는 달라보였다.이른바 공부하는 직장인을 가리키는 샐러던트(Saladent, Salaried man+Student)는 생존을 위해서 공부한다. 새로운 직장이나 인생 2모작 그리고 자기 개발을 위해서 직장인들에게 공부는 평생 같이 가는 친구가 되고 있다.


스피노자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가장 많은 샐러던트 유형은 안정된 직장으로 옮기거나 전문직을 갖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영화 변호인에서는 막노동을 하던 주인공이 고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변호사가 되기도 하는데 영화 부르클린에서는 전형적인 샐러던트가 등장한다. 아일랜드 시골마을 여성 에일리스(세어셔 로넌)는 동생을 더 큰 세계에 살도록 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 뉴욕으로 향한다. 쉽지 않은 생활이 펼쳐지는데 낮에는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야간 대학교를 다닌다. 그녀가 꿈꾸는 직업은 회계사였다. 원칙을 중요시 하는 하숙집에 머무는데 그 하숙집 사상 처음으로 마침내 회계사에 합격한다. “조용하고, 교양 있고, 매력적”(calm and civilized and charming)인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사랑하는 연인도 얻는다. 이것이 어쩌면 셀러던트의 요건일지 모른다. 자기 생활에 관한 철저한 관리 말이다.


영화 부르클린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샐러던트는 교양 있게 고고한 모습만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많은 청춘들은 고군분투 속에서 낮에는 일 밤에는 공부, 혹은 밤에는 일 틈나는 대로 공부를 해간다. 드라마 이름 자체에서 발광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있으니 얼마나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샐러던트가 되고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 미생에서도 청춘들도 엄청난 공부를 따로 해야 했다. 중요한 것은 닥치는 대로 잡다하게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서 원하는 자질과 능력 그리고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그런데 항상 다른 직장을 옮기기 위해서 따로 공부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강력한 능력자가 되기 위해서 분투하는 것이 샐러던트 행위이다.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김혜수)은 못하는 일이 없는데 미스김은 굴삭기 조종은 물론 해녀 일까지 업무 처리에 능숙하다. 이렇게 가능했던 이유는 원래부터 능력이 뛰어 났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엄청난 샐러던트였다. 예컨대, 170여 가지의 자격증을 취득했고 업무에 관한 스킬을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익혔기 가능했다. 그녀에게 그 누구도 뭐라할 수 없다.

공부하는 직장인 회사원들은 반드시 직무역량에 관해서만은 아니다. 시대적인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의무감 나아가 강박관념이 생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이는 대인관계측면 아니라 업무에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은 신조어 학습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초인가족에서 나과장(박혁권)은 딸과 소통을 하기 위해 신조어를 학습한다. 주로 인터넷 신조어를 사용하는데 딸이 랩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가사를 외우고 노래를 같이 부른다. 남편이 딸과 친해지자 아내가 질투심을 느껴 아내마저 신조어 학습에 나서게 한다. 물론 그는 회사에서 너무 신조어를 사용해 오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은 결국 소통을 위한 학습이다. 업무 성과나 제품 서비스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공부라고 할 수 있다. 시대적 트렌드를 계속 따라가는 것도 작금의 샐러던트의 한 모습이라고 보여진다.


쌈 마이웨이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뒤늦게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서 셀러던트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이를 최근 드라마 '쌈마이웨이'에서 볼 수 있는데 남자 주인공 고동만(박서준)은 해충 박멸 업체 직원으로 일하지만, 자신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격투기 선수를 꿈꾸는 가운데 여자 친구 최애라(김지원)는 백화점 인포데스크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이 원래 꿈꾸던 아나운서 직에 도전한다. 이 드라마는 백마탄 왕자나 신데렐라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아가는 소시민 생활인들이 젊은 주인공으로 나와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새로운 삶에 대한 욕구 그에 부응하는 준비-학습 욕구는 나이에 관계없다. 직장인들은 나이가 들고 경력이 되면 새로운 삶을 꿈꾸어야 하고 그 때를 대비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되도록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이제를 살고 싶어서 그에 필요한 공부를 생각하기도 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공부를 하는 샐러던트는 하나의 스쳐가는 현상이 아니라 인생의 필수적인 과정이 되고 있다.

마누라가 말리고 자식들이 뭐라해도 나는 할꺼야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할거야

서양말도 배우고 중국말도 배우고 아랍말도 배워서

이 넓은 세상 구경 떠나볼꺼야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출발이다

-서유석의 노래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에서


/김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