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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신화 '연예계의 최치원들' 앞으로도 가능할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7. 30. 16:13

황치열은 9년 동안 무명으로 한국에서는 생소한 가수이었지만, 후난위성TV의 중국판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일약 대륙의 스타가 되었다.ⓒHOW엔터테인먼트
신라의 6두품으로 신분상의 한계에 있던 최치원은 당나라 빈공과에 장원으로 합격하여 2년 뒤 선주(宣州) 표수현위(漂水縣尉)가 되었고, 황소의 난이 일어나자 제도행영병마도통직을 받아 일명 ‘토황소격문’을 지어 일약 스타가 된다. 이후에 신라로 돌아와서는 시독(侍讀) 겸 한림학사(翰林學士), 수병부시랑(守兵部侍郞) 지서서감사(知瑞書監事)가 되었다. 

물론 신라에만 있었다면 불가능한 직책이었다. 금의환향이었다. 오늘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런 최치원을 한중 교류의 상징적인 인물로 자주 언급했다. 2013년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최치원의 시(詩) '범해'(泛海)를 인용했고, 2014년 7월 서울대 특강에서도 최치원을 한중 양국관계를 상징하는 인물로 언급했다. 또한 '2015 중국 방문의 해' 개막식 행사 축하메시지에서 최치원의 호중별천(壺中別天)을 직접 인용했다. 

그런데 최근 한류 스타들 중에는 최치원과 같은 행보를 보이는 이들이 꽤 있다. 한국에서 한계를 느끼고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 더 큰 입지를 갖게 된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연예계의 최치원, 제2의 최치원들이라고 부를 만하다.

배우 추자현은 주로 조연으로 활동하게 된 한국에서 벗어나 중국에서 신인으로 바닥부터 시작해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추자현의 드라마 출연료는 열배 이상의 상승으로 회당 1억원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국의 톱스타 배우 김태희가 중국에서 7,000만 원 정도 받는 것을 생각하면 비교가 된다. 이런 배우 추자현의 스토리는 한국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홍드로라는 별명의 홍수아도 한국에서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아서 제2의 추자현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황치열은 9년 동안 무명으로 한국에서는 생소한 가수이었지만, 후난위성TV의 중국판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일약 대륙의 스타가 되었다. 이전까지 싱글앨범 하나만 내고 밴드 활동에 몇 번 예능에 출연한 게 전부였다. 마니아 층들은 잘 알았지만 상업적으로는 잘 알려지 않았다. 하지만 황치열은 ‘나는 가수다’에서 가창력은 물론 랩과 댄스 실력으로 중국 대륙을 들썩이게 했으며, ‘황쯔리에(黃致列)’로 불렸고 ‘대륙의 남신’이라는 드라마에도 캐스팅 되었으며 단번에 수십만장의 앨범이 판매되었다. 그동안 쌓은 실력이 인정된 것이다.

그는 한국의 예능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한국의 출연료보다 100배준다고 밝힌 바 있다. ‘런닝맨’ 멤버인 이광수는 국내에서는 유재석의 인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중국에서는 배용준의 인기에 버금갈 정도의 대우를 받게 되었다. 국내보다 더 인기를 끌면서 국내 가치가 올라간 것은 지석진이나 김종국도 마찬가지였다. 최성국은 중국에서 ‘코믹 연기의 지존’, ‘아시아를 대표하는 빅3 표정대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단지 신인이나 무명이 유명해지는 것만 아니라 중국은 기존 스타들에게도 다시 인기를 재견인인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배우 채림, 가수 이정현 등이 중국의 인기를 등에 업고 다시 국내에서 힘을 발휘한 바가 있었다. 또한 장나라처럼 중국이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제 지속적으로 한국의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중국에서 출연한 드라마들이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음반도 매번 성공하였다. ‘천후’라는 호칭이 붙었으며 ‘중국을 대표하는 미인 10인’ 중 1위에 꼽히기도 했다. 2007년 중국의 인기 정점 이후 그 인기에 한국에서도 줄곧 주연을 맡고 있다. 

이런 현상을 금의환향이라고 할 수 있고,‘U턴 스타’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한류 스타들이 주로 한국에서 인기를 얻어 해외에 나아갔던 것과는 다른 면이 분명하게 있다. 오히려 그들의 진가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가 있다. 대중연예인이란 팬들에 원하는 것을 만족시켜줄 때 존립의 근거를 찾을 수가 있기 때문에 그 팬들은 국내에만 한정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우연하게 된 것이 아니라 오랜동안 엄청난 노력과 실력을 갈고 닦았던 점이 주효했다. 특히, 배우 추자현처럼 모험정신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다만, 한계점도 있을 수 있다. 중국에서 인기가 식으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 상황이 벌어질텐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국내 기반이 없는 측면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치원도 그런 면이 노출되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국내 팬들을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해외의 인기가 언제까지 한국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킬러 콘텐츠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과 한국 가운데 입장을 명확하게 할 날도 올 것이다. 이번에 사드 정국에서 중국의 네티즌들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들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김수현 전지현 그리고 윤은혜, 쯔위 사례 등의 사례를 볼 때 여전히 한국 스타들에게 넘어야할 난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을 향해 달려가는 연예계의 최치원은 이후에도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대한 플랫폼이고 기회의 땅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언제나 국가의 지시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므로 그렇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견제와 통제의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가치를 지닐 수도 있겠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대륙의 시장이 한국의 문화콘텐츠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극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야 미래의 한류가 유지될 수 있는 점이라는 점을 ‘신최치원 현상’이 거꾸로 말해주고 있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