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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올해 초부터 불기 시작한 가요계 ‘여풍(女風)’. 결과는 사실상 가수 아이비의 승리로 끝났다. 2집 타이틀 곡 ‘유혹의 소나타’는 한 달 만에 온라인 음악사이트 ‘벅스뮤직’에서 142만3500건의 실시간 음악 감상 건수를 기록했고 3만5000장의 음반 판매량,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 등 온오프라인을 누비며 활약을 보였다.
여가수의 음악차트 1위는 지난해 백지영 이후 1년 만. 같은 ‘섹시과’ 선배인 이효리와의 동시 대결에서 눌리지 않았다는 것도 놀랍다. 어느덧 그녀가 출연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몰래카메라’ 얘기가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했고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는 3월 한 달간 가수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4년 전 ‘이효리 신드롬’이 그랬듯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간의 관심사가 됐다.
물론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데뷔 2년 만에 ‘아이비 홀릭’ 현상을 만들어 냈다는 것. 무엇이 아이비를 스타로 만들었을까? 아이비,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I, V, Y로 풀어봤다.
● ‘Ivy 홀릭’ 현상… 가요계도 여풍당당
“무대 위에서는 깐깐하지만 사실 제 모습은 ‘남자 초등학생’ 같아요. 덜렁거리고 털털하고…. 때로는 바보 같아요.”(아이비)
스스로 ‘털털걸’이라 평했지만 그녀는 이른바 ‘알파걸’로 통한다. SBS 인기가요 공희철 PD는 “요즘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섹시함은 저돌적이고 당당한 모습이 복합된 ‘알파걸’의 모습”이라고 평했다. ‘알파걸’은 댄 킨들런 하버드대 교수가 정의한 새로운 여성상으로 세상을 저돌적으로 사는 여성 집단을 지칭한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몸매 과시나 골반 돌리기 등을 자제하고 카리스마형 가수로 이미지를 선회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섹시함을 자제한 것은 노래에서도 나타난다. ‘유혹의 소나타’를 작곡한 박근태 씨는 “보컬리스트로서의 가능성을 발휘하도록 자극적인 요소 대신 앙칼진 목소리를 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 Versus 이효리
“너무 뻔하지만 라이벌은 제 자신인 것 같아요. 요즘엔 너무 힘들어서 약해질 때가 많아요. 마음속에서 계속 저와 싸우는 중이에요.”(아이비)
그러나 그녀를 키운 것은 ‘라이벌’. 음악평론가 성우진 씨는 “이효리가 2집 표절 시비, 드라마 출연 등으로 가요계를 떠나 있었고 다소 식상한 이미지로 평가받는 동안 대중들이 아이비에게 눈을 돌렸다”며 “라이브 무대를 펼치려는 노력이 좋은 이미지를 남겼고 가창력, 춤, 심지어 나이까지 ‘이효리의 대안’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그녀의 스타일 역시 라이벌들에 대한 반대급부로 형성된 것. 1집에서 보인 섹시한 이미지와 달리 ‘유혹의 소나타’ 무대 의상은 긴 바지, 블라우스, 재킷 등 노출이 없다. 2집 앨범 재킷도 청순함을 강조했다. 그녀의 스타일리스트인 이시연 씨는 “섹시스타들의 과열 경쟁으로 노출이 일반화해 반대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 You! 롱런으로 가는 길은 험난
“한국에서 여자가수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워요. 한 번 실수하면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비난을 받기에 늘 몸조심을 해야 하죠. 변신에 대한 압박감도 빼놓을 수 없죠.”(아이비)
과거 ‘이효리 신드롬’이 신문, 방송 등 오프라인 매체가 만든 현상이라면 아이비의 인기는 인터넷 ‘광클, 검색 순위, 동영상 등 디지털 매체의 결정체. 이로 인해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녀의 인기에 제동을 건 것은 ‘유혹의 소나타’ 뮤직비디오의 표절 판정.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파이널 판타지 7 어드벤처 칠드런’을 표절했다는 판결 후 이 뮤직비디오는 현재 상영 금지 상태. “감독에 대한 존경의 뜻이 담겼다”며 뮤직비디오 감독이 밝혔지만 인터넷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아이비 홀릭’ 역시 그녀가 소속된 기획사(팬텀 엔터테인먼트)의 힘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음악 관계자들이 말하는 그녀의 롱런 키워드는 바로 ‘가창력’. 성우진 씨는 “2집으로 여성 가수계의 한 지분을 취득했다면 앞으로 음악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또래 여가수들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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