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사드 보복과 한국 대중문화계의 자세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8. 14. 14:59

사드배치 때문에 중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산업들의 타격이 우려되어 왔는데, 그만큼 한국이 경제나 산업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는 대중문화계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콘서트나 팬미팅 같은 행사가 취소되는가하면 연예인들의 하차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주식 시장에서는 엔터주들이 급락을 면치 못했다. SM을 비롯한 연예기획사들의 주식가치가 하락해서 시가가 증발했다.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화장품 업계의 타격도 있는 점을 생각할 때, YG 등 화장품업에 진출한 기획사들은 더욱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말 중국이 정부 지침으로 타격을 준 것일까.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가장 정확하게 작용하는 곳은 주식시장임에 틀림없고 사드 정국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의 조치보다는 불안과 공포의 심리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앞으로 본격적인 조치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서 주식시장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각종 하차와 취소 행위가 일어난 것으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연예스타들은 이미지를 통해서 가치가 크게 좌우된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엔터비즈니스는 여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관련업체들의 시각에서 사드 정국으로 한국의 연예인들을 기용하거나 출연시켰을 경우, 입을 손해를 우려하는 심리가 작용했다. 그러나 정말 이런 이유뿐일까.

한편으로 사드 정국을 통해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수평적인 관계가 아니라 불평등한 관계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고착화시키기 위한 길들이기 일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평소에 좀 더 한류콘텐츠를 활용해 수익을 배가 시키려고 생각해온 이들에게 사드 정국은 좋은 호재인 셈이다. 한류 콘텐츠나 셀럽을 배제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아직은 손해를 줄 뿐이다. 아직 한국의 콘텐츠들은 중국에서 포기할 수 없는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별그대’의 경우 6억 7천만 원에 구매해 광고수입만 천 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후난 위성 TV는 ‘나가수’에 대해 30억 원의 비용을 지급하고 3천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의 후예’도 43억 원의 비용을 지급하고 천억 원 이상의 수익을 중국의 아이치이가 가져간 것으로 추산된 바가 있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좀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작 노하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콘텐츠를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다. 대의명분을 넘어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에서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대중문화 콘텐츠는 스타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류스타들을 내치기에 아직은 쓸모가 있는 셈이다. 더구나 한국의 스타나 콘텐츠가 그동안 정당한 대가를 받아왔는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따라서 부당한 계약이나 약속 파기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저자세나 종속적인 관계에 빠질 이유와 필요는 없다. 우리가 초조해질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이 중국의 심리전에 휘말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주식 시장 등에서 주식가치 하락을 통한 편취 현상에도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기폭제가 되는 일에 휘말리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쯔위 사태를 통해서 익히 학습을 했듯이, 예상치 못한 사소한 사태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중국에도 우익적 행동을 확산하는데 반한류 정서를 이용하거나 대중문화를 활용하려는 이들이 많다. 사드 정국과 관련해서도 이런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와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한류 스타나 셀럽, 방송 컨텐츠에서 이런 것에 이용당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른바 부정적인 트리거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인 매니지먼트가 요구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드 사태는 한순간에 끝날 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의 기 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우리의 현명한 대처가 중요하다. 광해군처럼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현실적인 외교 태도와 의사결정을 통해서 돌파하려 했던 사례를 되새기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은 비단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요구되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