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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는 타당한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8. 12. 1. 11:58

·유감(regret) ·설명(account) ·책임(responsibility) ·반복(repetition) ·보상(recovery) ·용서(forgiveness)

이는 흔히 사과를 해야할 때 지켜야할 원칙이라고 한다. 이러한 원칙은 맞기는 한데 쉽게 지켜지지 않는다. 또한 다른 한국만의 문화적 요인이 간과되기도 한다. 최근 연예인들을 상대로 빚투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사과의 윈칙들을 생각하게 된다. 은폐된 성폭력 행위를 폭로하는 미투의 연장선상에서 빚을 갚지 않고 고통을 준 이들을 공개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마닷으로 시작한 빚투는 도끼 그리고 가수 비 여기에 배우 마동석, 예능인 이영자, 배우 한고은 등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연예인 빚투는 본인들이 갚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부모의 빚문제이다. 만약 부모의 문제를 자녀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면 이는 연좌제의 적용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나 사회적인 준칙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부모의 돈을 다 갚은 이병헌은 미담의 주인공으로 새삼 등장하게 되었다.  마치 그렇게 해야할 듯 싶다. 자녀가 채무를 변제해야 할 의무는 없는데 왜 연예인들이 논죄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문화적인 관점에서 일반 개인이 아닐지라도 연예인들의 경우는 다를 수도 있겠다.  흔히 인식하듯이 가족주의가 강한 면도 있는 한국이다. 


이에 더하여 몇 가지 문화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하나는 연예인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했을 때 부모가 진 빚 정도는 돈을 많이 버는 연예인 자녀가 갚아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 또한 미디어에 연예인이 나올 때마다 피해자는 자신의 돈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또한 연예인들은 저렇게 화려하게 사는 것 같은데 자신의 처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더 우울하거나 분노감이 일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그렇게 비참한 상황이 자녀들에게 대물림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스타들에게 반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때문에 빚문제에 대해서 자녀가 모종의 대응을 해주어야 한다고 마음을 먹을 수도 있다. 구조적으로 볼 때 한국에서 부모의 가난은 자녀에게 대물림 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안전망은 빈곤하기 때문이다. 물론 연예인들이 겉으로 화려한 것과 달리 안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부모와 자녀의 재산이 별개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한국의 상속문화에서는 부모의 재산이 자녀에게 대개 상속된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비단 부모의 사기사건이라고 해도 그렇게 축적된 재산은 자녀에게 상속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분노하게 된다. 마닷의 경우에도 많은 재산을 축적한 부모의 문제가 비단 부모와 별개의 문제가 아닌 이유였다.


때문에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것은 연예인 당사자의 태도이다. 법적으로 갚을 의무가 없다고 해도 한국에서는 좀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일단 정중하게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본인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우선 중요할 것이다. 무조건 아니라 책임이 없다라고 부정하는 것은 대중연예인의 의무를 방기한 것이다. 대중연예인은 대중들의 마음을 치유하면서 활동 토대를 갖는 존재이기 인기를 얻기  때문이다. 갈수록 이러한 점은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고 있다.


연예인들 가운데에 마닷처럼 초기 대응을 잘못하는 것은 자신의 법리와 문화적 가치 사이의 괴를 극복못한 점이 있기도 하고 스마트 모바일 시대에 밀집 네트워크 효과를 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기에 다른 요인이 작용하기도 한다. 그것은 가족을 바라보는 관점이 한국에서는 더욱 다를 수 있다는 점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과중한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마치 자녀가 부모의 문제까지 다 끌어안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생성시킬 수 있다. 오히려 지레 짐작하고 부정을 하는 것이다. 이른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참에 자녀가 부모의 빚문제에 어느 정도까지 도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들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법적인 문제만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것이 인지상적이고 문화심리인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피해 가족들에게 일단 포용의 태도가 필요한 이유가 단지 예법을 중시하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면도 있겠지만 빚문제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 가계대출이 1500조를 넘는다. 이러한 빚은 금융권을 중심으로한 공식적인 빚이다. 비공식적인 것까지 합하면 더 많을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돈을 받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고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빚을 양산하는 시스템의 구축에서는 개인들만의 잘못으로 규정하고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에 관한 클린 이미지의 소셜 테이너로서 셀럽의 활동이 필요한데 연예인들 가운데  빚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몇사람이나 될까 싶다.



김헌식 (박경리 토지 문화관 외래 교수/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시사정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