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브렉시트'와 도미노 효과의 역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6. 29. 08:58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된 여러 이유 가운데 다문화 정책의 실패도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나의 유럽을 천명한 EU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왔고, 호혜적인 의지와 문화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다문화의 진전은 일자리와 경제 문제가 관련되어 있다. 이주민들이 기존 주민들의 일자리를 가져가는 것은 물론 이주민 자녀들이 미취업이나 불안정한 고용 상태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글로벌 마인드 관점에서는 다문화 가치가 좋을 수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던 것이다. 

더구나 영국은 유럽대륙의 일에 끼어들어 돈도 내버리고, 이주민 유입 문제도 떠안기 싫어했다. 유럽 남부 국가들의 경제난에 들어가는 수십조의 예산을 복지로 돌리자는 말이 먹힌 이유이다. 물론 영국인들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니라 EU의 탈퇴를 원하는 이들이 바라는 소망이다. 

여기에는 과거에 대한 회귀와 향수가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대영 제국의 영광이라는 영화로운 시대를 다시 바라는 것도 있지만 단일 연방국가의 위상을 다시 찾으려는 심리가 작용하기도 했다. 애써 영국이 EU안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신구 세대의 가치관 차이를 의미하기도 했다. EU체제에서 태어난 새로운 세대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젊은 세대들은 탈퇴가 역사적 반동이자, 퇴행이라고도 한다. 

영국의 탈퇴는 미래 사회에 여러가지 함의를 줄 수 있다. 유러피언 드림이라는 이상이 타격받는 것은 공동체연합국가론의 붕괴를 말한다. 이른바 블록이 아니라 다시 단일국가체제로 회귀할 수 있어 보인다. 그래서 한동안 풍미했던 권역별 국가연합체의 트렌드가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그렇게 연합체에서 탈퇴하는 나라들은 여유가 있는 혹은 독자적인 행보가 가능한 여력의 국가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유럽연합에서 나가는 것이 영국에게 이익이 된다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국이 반드시 승승장구 할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번 투표를 통해 유럽연합에 남기를 원했던 주들이 독립을 원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가 대표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이 지리멸렬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반대했던 주들은 영연방에서 배제되어온 불만족을 표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갈등의 관계속에 있겠지만 당장에 분리독립하기는 쉽지 않다. 유럽에서 나온 영국은 유럽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감내하는 것도 관건이지만, 유럽이 과연 영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할 지 알 수가 없다. 영국 경제가 더욱 좋아지지 않는다면 영국은 더욱 분열할 것이다.

어쨌든 독일이 유럽연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매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각자 이익을 찾으려는 행보가 영국의 선택 이후에 강화되어 독일에게도 당장에는 큰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독일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계는 물론 유럽의 견제를 항상 받았던 독일이 다시 유럽의 지배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독일이 잘 극복한다면 말이다. 독일이 중심이 된 하나의 유럽연합이 생길 것이고 이는 새로운 제국의 등극이 될 지도 모른다. 유럽연합은 힘의 균형성을 담보로 하는데 영국의 이탈로 그것이 분명 더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자존심만 세우는 형국이 될 가능성도 높다. 다문화주의 조차 자존심으로 지켜내기에도 프랑스는 버거워졌다.

전체적으로 다문화주의는 상당히 고전을 할 것은 분명하다.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상호 호혜의 시대에서 자기중심적 이기주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말도 가능해지고 있다. 경제불안에 같이 죽기보다는 살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역공리주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극우정당이 연이어 맹위를 떨치며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려는 움직임이 지배적이라는 예측이 많다. 연쇄적으로 이탈을 하는 국가가 생길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하고 있다. 이는 EU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연쇄 도미노 효과인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 연합의 꿈을 지향했던 지식인들이나 조직, 사회단체들은 크게 우려해왔던 것이다. 직관적으로 도미노 효과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지만, 과연 반드시 그럴 지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유럽 연합 해체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영국의 선택이 유럽에 준 충격이 크기 때문에 유럽연합 지지자들이 오히려 결집을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완충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그간 설마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할까 싶었던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공포감과 불안감의 반작용으로 유럽연합 해체를 방어하려는 움직임도 강해질 것이다. 유럽연합을 통해 이익을 보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고 그것이 옳다고 여기며 미래의 방향이라 생각하는 세대도 분명 있다. 영국의 경제와 사회가 불안해질수록 섣부른 탈퇴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유럽인들이 지니고 있는 공포와 불안이다. 유럽의 미래가 계속 표류하고 있는 것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이 빨리 안정되기를 바란다. 영국의 행동이나 극우정당의 연이은 등극은 이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극우정당들은 새로운 성장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고 공약을 남발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실현될 것이라 보지는 않는다. 이미 세상이 그런 곳이 아닌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과 공포의 마음에 뭐라도 잡으려고 그들을 지지하거나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얼마든지 낳게 할 수는 있다. 그들의 마음을 잡아줘야 미래가 있다. 그 마음을 잡는 국가가 중심 지위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불안한 미래를 앞에 두고 있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여러가지 징후들은 한국의 미래에 들이닥칠 쓰나미를 예고하고 있는 지 모른다. 이런 때일수록 무모한 성장주의 항해를 자제하고 수성의 방어전략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게 할 때 무모한 성장 담론에 휘말려 소중한 기회를 소진하지 않을 것이다. 

글/김헌식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