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미래세대 덕분에 공자 그 가치를 알리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7. 1. 30. 21:08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는 오히려 사람의 진면모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여러 제자들의 면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자로, 자공, 안연 그리고 재여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특히 공자가 아꼈던 제자보다는 덜 부각이 되었던 제자를 앞에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장 성공하고 세속적이었던 자공이 제자중에 먼저 나오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가 있다. 또한 그다음으로는 공자를 일찍 떠나 급진적인 변혁을 추구했던 재여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들에 대한 세간의 인식들이 잘못 전달되거나 특정 부분만 부각되어 있다는 점을 드러내준다. 이를 통해 저자는 공문 제자들의 진면모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려는 것이다. 가장 세속적으로 성공한 자공이지만, 그가 지니고 있던 물질적 기반 때문에 공자의 문도들이 안정적인 터전을 갖고 공자의 사상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공이 잊혀져간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어떻게 보면 세속적인 부유함을 가진 자는 명예와 존경이 주어지는 것을 삼가는 것이 당연한 세상의 법칙임을 드러내주는 사례인지도 모른다.


공자 삶 저자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이 책에서 부각하고 있는 점은 그의 위대한 사상만이 아니라 그가 단기적인 전략과 로드맵을 뛰어넘는 훌륭한 교사, 교육자였으며 그의 문도가 최초의 민간 학교였다는 점이다. 그는 교육을 대중화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 (), (), () 등 흔히 귀족이나 제후들이 배울 수 있는 특정 교육 내용을 공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스스로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 가르침에 내용이 단지 지식이나 정보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사유나 지혜를 담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기계적인 암기용지식이나 과거급제용 모범답안하고는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러한 가르침을 기대했던 이들이라고 하면 진즉에 공자 문도에서 이탈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교육은 결국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비단 이 생애에서 자신이 원하는 교육적 결과를 얻으려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또한 자신이 모든 결과를 차지하려는 것도 아니다. 만약 자신이 모든 것을 얻고 취하려는 이들은 교육을 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바꾸려면 혼자할 수 없으며, 그것은 현세대에서 이뤄질 수도 없는 면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서 가르침을 전하고 공유하면서 지금 이루지 못하는 꿈을 후세에 이루길 바란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공자는 위대한 교사였지만, 그가 역사 속에서 불리길원한 진정한 이름은 위대한 건설자였다.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이상국가의 건설이 그의 꿈이었다. 고대 중국에서 어떤 사가 그런 꿈을 가졌다면, 벼슬길은 필연적인 선택이겠지만, 공자는 벼슬의 적기에 오히려 정치권 밖에서 교육에만 전념했다.”


망명길에서 돌아온 그는 5년 후 곡부 북쪽 사수 근방에 묻혔다. 저자의 말대로 그는 개혁가로서는 실패한 삶이었지만 교육가로서는 행복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사상은 증자를 통해서 널리널리 퍼져 세상을 변화시키기에 이르렀으니 사상가 개혁가의 측면도 불멸이었다. 공자는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었기 때문에 이상주의자였다. 이상주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 타협과는 거리가 멀었다. 근본을 염원하고 지향을 했기 때문에 그는 패배하지 않은 인물이 되었다. 세속적 물질을 부유하게 가지면 대개 명예를 가질 수 없듯이 현세대에 이루지 못하는 꿈은 다른 세대에 이뤄지는 법일 것이다. 현생애만의 평가를 통해 삶의 성공과 패배를 논할 수 없는 것이겠다. 고대 사회에서도 그러한 면이 강하다면, 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갈수록 우리 스스로 현재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것은 갈수록 더욱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당장에 성과를 내야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손에 쥐는 결과물이 없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갈수록 삶의 절벽을 느끼는 것은 그러한 조급함과 강박관념이 더욱 우리를 죄어내기 때문일지 모른다. 좀 더 먼 미래를 보고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 그리고 미래 세대와 같이 근본적인 꿈을 성취하는데 진력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글 김헌식(교보문고 북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