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아일보]
TV는 ‘반장’이 맡는다!
학급 반장이 아니다. 예리한 판단력과 정교한 수사 기법으로 범인을 잡아내는 ‘수사반장’이다. TV 리모컨을 돌려 보면 언제든지 수사물을 볼 수 있고, 시청자들이 드라마 주인공들을 길반장 맥반장 호반장(이상 CSI), 완소리드(크리미널 마인드) 등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요즘 수사물이 인기다.
케이블 TV에선 현재 ‘CSI’ 오리지널 편과 마이애미 편, 뉴욕 편, ‘라스베이거스’ ‘뉴욕특수수사대’(이상 OCN), ‘본즈’ ‘특수수사대 SVU’(이상 채널CGV), ‘넘버스’(XTM)’ ‘클로스 투 홈’ ‘콜드 케이스’(온스타일), ‘카리스마 경찰청장’ ‘덱스터’(FOX채널) 등 15개가 넘는 미드(미국드라마) 수사물을 방영하고 있다. ‘FBI 실종수사대’ ‘크리미널 마인드’ ‘NCIS’ ‘인사이드’ 등의 차기 시즌과 ‘배니시드’ ‘데이 브레이크’ 등 새로운 수사물도 방영될 예정이다.
미드뿐 아니다. 한국판 CSI를 표방한 ‘조선과학수사대-별순검’이 인기리에 방영 중이며 조선 정조 암살 음모를 파헤치는 탐정 정약용을 다룬 ‘8일’(채널CGV)도 17일부터 방영된다. 실제 강력반 형사들의 24시간을 다룬 ‘나는 형사다’(tVN)란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히트’ ‘에어시티’ 등 경찰을 다룬 드라마를 선보였다.
왜 수사물이 TV를 점령했을까. 방송계에서는 △극의 전개 구조상 시청률 경쟁에서 유리하고 △재미와 전문 지식을 동시에 추구하는 요즘 시청자의 기호에 부합되는 점 등을 지적했다. CJ미디어 관계자는 “수사물은 매회 개별 에피소드를 다루기 때문에 내용이 연결돼 전 회를 보지 않은 사람은 안 보게 되는 미드 시청 패턴에서 예외”라고 말했다.
발로 뛰는 형사는 거의 없어지고 수사 방법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본즈’는 피살자의 뼈 속 정보로 단서를 찾고 ‘넘버스’는 천재수학자가 등장해 수학 지식으로 범인을 유추한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범인의 심리를 파악한 후 범인 유형을 추론하는 프로파일링 수사 기법을 선보인다. ‘특수수사대 SVU’는 성범죄를, NCIS는 미국 해군, 해병대가 저지른 범죄만 다룬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수사물은 특정 분야의 정보와 시각적 긴장감을 섞기에 유리하다”고 풀이했다.
9·11테러 이후 변화된 미국의 드라마 시청 패턴이 국내로 전이됐다는 시각도 있다. 문화평론가 정여울 씨는 “‘프렌즈’로 대표되는, 자유분방한 일상을 다룬 드라마들이 9·11테러 이후 CSI 등 과학과 조직의 힘으로 불안한 개인의 일상을 지켜내는 드라마들로 바뀌었다”며 “미드 유행과 함께 이런 수사물이 국내로 유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내 손안의 뉴스 동아 모바일 401 + 네이트, 매직n, e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