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차별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 2016년 언론의 문학출판결산 비평
각 언론들은 해마다 연말이면 한해 문화예술계를 결산한다. 출판은 대개 문학과 묶여서 정리되고는 한다. 2016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2016년의 출판계 최고 뉴스는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로 꼽혔다. 이렇게 꼽히는 이유는 단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에 그친 것이 아니라 출판 시장 면에서도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매우 긍정적으로 다루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권위 있는 상을 받은 것은 당연히 높게 평가할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좋은 작품이 제대로 평가를 받았다면 당연히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외문학상의 수상은 출판시장이나 산업면에서는 그렇게 바람직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점은 배제되기 일쑤였다.
<국민일보>(12월 21일자)는 “지난해 ‘신경숙 표절 사태’로 침체됐던 문학시장의 중흥을 이끈 주역은 한강”이라고 말했다. ‘중흥’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는데, <국민일보>가 이렇게 중흥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판매 부수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수상 전 9년여 동안 6만부에 그쳤던 판매량은 연말까지 누적 판매 66만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통했다.”라고 했으며 “지난 5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이후 한국 문학에 대한 독자의 신뢰가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과연 이렇게 많은 판매량을 보였다고 해서 한국문학 전반에 대해서 ‘신뢰’가 살아났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것은 단지 해외에서 상을 받았기 때문에 그 수상작에 대한 선택의 쏠림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했다.
<한겨레>(12월 23일)도 마찬가지였다. <한겨레>는 “올해 출판계 최대 관심사는 뭐니해도 5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것,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문학의 르네상스’라는 말까지 나온 한국소설 등 문학에 대한 수요 폭발이었다.”이라고 말했다. ‘문학의 르네상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고, 그러한 문학의 르네상스 기폭제가 바로 한강 작가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의 수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문학작품의 폭발에 영향을 준 사례로 <한겨레>는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말하고 있다. 즉, “출판사 은행나무가 5월에 낸 정유정의 <종의 기원>도 34쇄, 17만 부 이상 나갔고, 2011년에 초판을 낸 정유정의 <7년의 밤>도 86쇄, 43만부를 넘겼다.”라고 적고 있다. 물론 정유정 작가의 작품이 한강 작가의 수상과 인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한겨레>는 “문학도서들의 판매 급증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이 기폭제가 됐지만, 그동안 축적돼 온 한국문학의 저력이 이를 계기로 먼저 세계에 알려져 평가받으면서 그 영향이 역수입돼 국내의 재평가 및 문학 르네상스로 이어진 것으로 출판계는 보고 있다.”라고 말한다. 사실 이러한 지적은 정유정 작가에게는 불쾌한 지적이다. 정유정 작가의 작품 자체에 대한 독자의 선호가 아니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12월 21일)도 같은 태도였다. <한국일보>는 “맨부커상이 일으킨 바람은 다른 한국 문학 도서 판매로 이어지며 국내 문학계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좀더 논의를 확장하여 지적한다. 즉, “‘채식주의자’와 묶여 영미권 언론의 주목을 받은 한강의 장편 ‘소년이 온다’는 작가의 수상 후 판매량이 두 배(기존 6만부에서 현재 11만5,000부) 가량 뛰었고, 5월 출간된 정유정 소설 ‘종의 기원’, 7월 나온 조정래 소설 ‘풀꽃도 꽃이다’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라고 정리했다. 맨부커 상 때문에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은 물론이고 정유정 조정래 작가의 작품까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향신문>(12월 22일)의 경우에는 조정래 작가의 신작 <풀꽃도 꽃이다>가 사회적 주목과 아울러 30여만부의 판배부수를 기록했지만, 실망스런 작품이라고 지적도 했다. <경향신문>은 “출판계에서는 이 소설을 ‘올해 실망스러운 작품’ 중 하나로 꼽는다.”라고 간접적으로나마 전하고 있다. 이는 무조건 판매부수가 많아도 해서 ‘문학의 중흥’이나 ‘르네상스’라는 말을 사용해서는 곤란한다는 것을 내포한다.
다시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로 돌아가보면, 이 소설은 “2007년 단행본 출간 이후 8년여 동안 2만 부가량이던 판매고는 올해 들어서만 60만 부 이상을 기록.”(<연합뉴스>, 12월 13일)했는데, 그 원인은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해외 문학상의 수상 때문이었다.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 판매부수가 과도한 경우에는 중흥이나 르네상스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섣부른 것이다. 더구나 다른 소설들과 묶어서 평가하는 것도 논리적인 비약이거나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8년 동안 2만부 밖에 팔리지 않던 책이 몇 달 사이에 60만부가 팔렸다는 사실은 정상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런 점을 지적하는 견해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작가들만 언급한 것은 아니다.
<헤럴드경제>(12월 20일)는 “굵직한 국내 문학상 수상을 휩쓴 장강명, 김언수, 김숨, 황정은, 김금희, 박솔뫼, 최은영, 정지돈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한국 문학은 모처럼 풍성한 밥상을 차렸다.”라고 평가했다. <헤럴드경제>는 한강, 조정래, 정유정 등의 힘과 이들 작가 때문에 “이에 힘입어 한국소설은 올해 46%의 역대 최고성장률을 기록했다.”라고 최종 평가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학상을 휩쓸었던 이들은 기존 문예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학이나 출판의 개념은 기존의 문단과 문예지를 중심으로 한 작가와 작품에 한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연합뉴스>(12월 13일자)는 색다르게 올 한해 전통문예지들이 2016년에 변신을 꾀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의 창간이 있었고, 계간 '문학과사회'은 두 권으로 분책한 혁신호가 발행되어 변화를 의미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계간지 역시 기존의 문학에서 머물고 있을 뿐이다. 예컨대, 여전히 대중문학은 외면하고 있고 특히 변화된 대중문학의 플랫폼에 대해서는 아예 배제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웹소설이다. 2016년 소설 ‘스타일’, ‘아주 보통의 연애’의 소설가 백영옥은 포털에 웹소설을 연재를 마쳤다. ‘압구정 다이어리’의 작가 정수현과 ‘19 29 39’의 작가 김영은도 웹소설을 썼는데, 기존의 스타 작가가 참여하는 것은 이런 새로운 소설 형식이 약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웹소설은 스마트 모바일 환경이 되면서 다른 서사 문법을 갖고 있고 그것이 선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또한 웹소설이 영화와 드라마로 러브콜을 받는 일이 더욱 더 늘어난 2016년이었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달의연인: 보보경심 려’,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들’ 도 모두 웹소설이 원작이었다. 연수입이 1억 원이 넘은 작가가 20명이 넘고 누적 매출액 20억 원이 넘은 작품도 있다. 물론 웹소설이 모두 엄청난 수익을 낳는 것은 아니다. 실패한 사례도 많지만 전체적인 산업적인 규모는 커지고 있다. KT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5년 400억원으로 매년 배 이상 커졌고 2016년에는 800억 원대로 추계 되었다.
한강 작가의 소설이 수십 만 부 팔린 것은 해외 수상에 따른 쏠림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선택에서 독자들이 스스로 동기 부여한 점이 아니기에 한국문학 중흥이나 르네상스라고 보는 것은 곤란했다. 웹소설과 같이 새로운 문학 욕구나 문학 현상들을 외면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결국 2016년을 결산한 언론의 문학출판 평가를 보면, 특정한 생산과 유통 소비 구조를 갖고 있는 문학만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여전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편견과 편중을 통해서 문학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변화의 지점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출판평론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 김헌식(문화콘텐츠학 박사,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