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무엇이 ‘돌아온 재범’에게 폭발적 인기 가져다주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21:18

무엇이 ‘돌아온 재범’에게 폭발적 인기 가져다주나


워너뮤직 제공

ㆍ13일 복귀 후 내놓은 미니앨범 선주문 4만장… 기록적 매출행진

ㆍ“제명 피해자로 인식 연민 작용… 팬층 탄탄해 인기 지속될 듯”

최근 국내에 복귀한 2PM의 전 멤버 재범(사진)을 둘러싼 반응이 뜨겁다. 출시된 미니앨범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영화에 출연하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쏟아지는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는 여느 톱스타에 비할 바 아니다. 탄탄한 팬덤을 바탕으로, 재범 신드롬이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둘러싼 가요계의 묘한 기류도 감지된다. 사생활 문제로 국내 무대를 떠나야 했던 꼬리표가 여전한 상황에서 앞으로 그가 보여주는 행보에 어떤 부담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재범 신드롬인가 = 재범은 지난 13일 국내 가요계 복귀를 알리며 자신의 첫 미니음반 ‘믿어줄래’(워너뮤직)를 내놨다. 미국 인기가수 B.o.B의 ‘Nothin’ on you’에 작곡가 박근태가 멜로디를 추가해 한국어로 번안한 것으로, 이 음반은 선주문만 4만장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워너뮤직은 추가로 1만장을 제작, 판매하면서 기록적인 매출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재범이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해 B.o.B.와 공동작업한 ‘Nothin’ on you’는 디지털 음원이 공개되면서 수차례 차트를 석권했다. 현재까지 음원 판매액이 4억원에 이르고 있다. 음반출시 후 ‘믿어줄래’ 역시 각종 음원차트의 정상을 차지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재범의 국내복귀는 지난 3월 유튜브에 직접 ‘Nothin’ on you’를 불러 올린 동영상이 계기가 됐다. 하루 만에 세계적으로 100만건이 넘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워너뮤직 아시아퍼시픽(AP)의 러브콜을 받게 된 것. 

당시 동영상에 달렸던 댓글 중에는 재범의 재능을 극찬하면서 그에 대해 관심을 보였던 해외팬들의 글도 상당수였다. 워너뮤직 관계자는 “AP 측에서 재범이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재능을 극찬하면서 국내활동 지원을 제안했다”며 “우리도 반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이유는 뭘까 = 국내 가요계에서 퇴출당하다시피한 재범은 5개월 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에 대한 팬덤은 탄탄하고 대중들의 반응은 상상 이상으로 뜨겁다. 이 같은 반응에는 단순히 그가 가진 재능이나 실력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은 “재범이 2PM에서 제명당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인 피해자로 대중에게 각인됐고 애정과 연민이 함축됐다”며 “이는 한국인 특유의 속죄의식이 작용하면서 그동안 재범에게 특별한 관심이 없던 대중까지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역시 “재범이 재기한 원동력은 그에 대한 지지이든 동정심이든 팬덤의 힘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면서 “과거 못지않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배경과 조건을 가지고 복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화평론가 강명석은 “특별한 활동이 없는데도 그의 음반에 대해 나타나는 반응은 그의 팬층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순식간에 꺼질 거품은 아닌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가요계엔 묘한 기류 =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에 대해 재범의 전 소속사인 JYP 등 국내 가요계가 상당히 당혹스러워했다는 것이 가요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올 초 JYP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용인할 수 없는 심각한 사생활문제’라는 이유를 대면서 재범을 영구제명했다. 이에 대해 재범을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려는 의도라는 팬들의 비난도 빗발친 바 있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재범 소속사가 음악 프로그램인 KBS <뮤직뱅크> 차트 순위에서 재범의 신곡을 제외해달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애써 재범을 외면하려는 기존 가요계의 미묘하고 불편한 심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23일 방송된 KBS <뮤직뱅크>에서 JYP의 신예걸그룹 missA가 1위를 차지했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는 “재범이 한국을 떠날 때 다시 돌아올 거라는 건 충분히 예측가능했던 일이고, 그를 둘러싼 의문점들이 있지만 아무런 실체도 없는 상태에서 이를 밝히라거나 문제삼는 것은 코미디이자 큰 가치가 없는 일”이라면서 “사회적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재범의 경우는 밝혀지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의 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은 “재범의 실수나 도덕적인 문제가 뭔지에 대해서는 어떤 실체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갖고 더 이상 왈가왈부하거나 가치판단을 내릴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재범의 활동 영역이 커지고 스타덤에 오를수록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예전에 주목되지 않았던 도덕적 문제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 역할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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