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명품녀 논란과 자녀 특채의 사회심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00

<김헌식 칼럼>명품녀 논란과 자녀 특채의 사회심리

 2010.09.11 08:00

 




[김헌식 문화평론가]케이블 TV 출연자의 난데없는 발언에 국세청이 연일 인터넷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세청이 잘못했다는 말은 아니다, 아직. 하지만 가만있으면 잘못한 행태라며 네티즌들이 가만있지 않을 태세이다. 해당 출연자가 자신이 입은 옷과 장식이 4억원 어치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 옷과 장식품이 자신의 노동으로 장만한 것이 아니라 부모의 돈으로 산 것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별다른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외에도 많은 명품이 있다고 할 때, 그 증여세의 여부가 초점이 된다. 네티즌들과 시민들이 국세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성토하는 요체다. 물론 명품녀 논란에 조심스러운 점이 있기도 하다. 

여성 출연자이기 때문에 남성 네티즌들의 가학성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도 하고, 실제로 그러한 명품이 부모의 재산으로 형성된 것인지 진위는 가려 보아야 할 것이다. 스타 지망생이 벌이는 노이즈 마케팅의 시도인지도 따져보아야 하기 때문애 무분별하게 공론화시키기도 조심스럽다. 방송내용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기 위해서 발언을 제작진이 방조한 것은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러한 '명품녀 논란'은 지금 한참 공분을 사고 있는 공직의 특채 논란과도 연결되어 있다. 유명환 전 장관의 딸이 5급 특채에서 특전을 받아 채용된 것은 아버지의 사랑 때문이었다. 과거 정부에서 어느 외교 대사는 자신의 딸을 합격시키기 위해 합격자를 다른 직급으로 이동시키고, 필기시험을 없애기도 했다. 중앙부처나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방이나 산하기관으로 내려갈수록 비일비재한 일이고 이러한 사례들은 겉잡을 수 없이 쏟아지고 있다. 

특별 채용만이 아니라 민감한 사안에대해서도 많은 지도층들은 딸이나 아들에 대한 사랑을 내건다. 신재민 후보자가 위장전입을 여러 차례 한 것은 세 딸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진수희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딸의 국적 포기에 대해서 아이의 선택을 엄마 입장에서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큰 일을 할 아이라고 했다. 역시 자녀사랑이 명분이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위해서 온갖 뒷바라지를 하는 일이 부성애나 모성애로 합리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탈법, 편법이라고 해도 스스로 무감각해진다. 무감각해지는 것을 넘어서서 그것이 사회적 명분화 되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편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한편으로 자신의 아들이나 자식을 특정한 직위에 채용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회적 인정과 지위의 확립으로 보는 사회 지도층의 문화 심리가 남아 있다. 그렇게 때문에 과시용의 심리가 작용하기도 한다. 

비단 권력자나 유력인사가 직접 지시를 내리는 경우보다는 알아서 주위인사들이 자행하는 경우도 많다. 지도층을 둘러싸고 당연히 그것이 예우라고 생각하는 것이거나 관행화 된 것인데 여기에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자신이 나중에 그러한 대접을 받기를 바라는 하위직들은 탈법과 위법을 자행한다. 즉 미래 기대감을 가지고 현재의 상위자의 특채비리에 솔선수범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더구나 자녀들의 교육이나 장래를 위해서 받지 말아야 할 돈이나 재물을 용인하면서 합리화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 여기에는 가장이나 부모의 도리라는 문화적 인습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 마더 > 에서는 자식 사랑이 지나쳐 광적인 수준으로 변하면서 살인을 저지르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른바 한국 사회에서 찬양하는 모성성의 병적 증후군을 지적하는 것이다. 여기에 아들은 어머니의 살인을 알면서도 눈감는다. 어머니는 스스로 자기에 함몰되어 있는 나르시스트였고, 아들은 자신의 유약함에 기대어 어머니에 기생하고 말았다. 

한국 사회의 부정과 비리 가운데 이러한 가족애게서 비롯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또한 그 탈법과 위법으로 혜택을 받은 자녀들과 가족 구성원들은 그것을 아름다운 명분으로 대물림하고 재생산 한다. 오랜 시간을 두어도 없어지지 않고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는 이때문이다. 바로 문화의 소산이다. 또한 이렇게 오래된 롱테일의 흔적이기 때문에 조직 속의 개인이 끊어버릴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제도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중단하게 해야 할 것이다. 

명품녀나 자녀 특채는 가족 구성원을 위하는 사랑이 지나친 결과로 보이지만, 사실은 이기주의에서 비롯한다. 자신의 딸과 아들에게 지위나 부를 줌으로써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것은 물론, 그것에서 오는 자기만족이 크다. 또한 자신이 번돈이나 지위를 활용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 자녀만이 아니라 사회 자체를 무능과 무기력에 빠지게 만든다. 공정사회와 선진화는 요원한 일이다. 

이는 나쁜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 옳다고 믿는 가치들의 역작용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위장과 이중의 자녀사랑과 가족주의는 다른 가족과 구성원을 파괴할 수 있음을 영화 < 마더 > 뿐만 아니라 변칙 특채 때문에 충분에 실력에도 불구하고 탈락한 사람들의 사연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차제에 특채로 피해를 본 이들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정책과제이다. 무엇보다 맹목적인 자녀애나 가족주의 그것을 합리화 수단화하는 사회지도층 문화에 관한 무감각과 순응, 기대감의 심리를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