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스트갓파더>는 뜨고...평론가들은 괴롭고...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50

<김헌식 칼럼><라스트갓파더>는 뜨고...평론가들은 괴롭고...

 2010.12.31 09:27

 




[김헌식 문화평론가]영화평론가들이 괴로워할 영화가 드디어 왔다. 예매율 1위만이 아니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010년 최대 기대작이라는 나홍진-김윤석-하정우의 영화 < 황해 > 를 제쳤다. 바로 < 라스트 갓파더 > 이다. 애초에 영화적 평가는 < 황해 > 에서 항해를 했지, 영구를 고려하지도 주목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홍보 영상이 인터넷에서 크게 회자되면서, 분위기는 급속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결국은 대중적 선호가 의미와 가치의 인식을 역전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점은 비단 < 라스트 갓파더 > 의 사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사회경제적인 함의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일단 왜 < 라스트 갓파더 > 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흔히 대중성 지향의 영화라 격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중성은 상대적이겠는데, 예컨대 잔혹한 < 황해 > 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대중들이 원하는 걸 담지 못했다. 특히 연말연초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행복과 즐거움이다. 치열한 현실은 오히려 대중들이 더 잘 알고 있다. 

< 라스트 갓파더 > 에 대한 폭발적 주목은 미국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서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 아닐까. < 디워 > 도 미국 투자와 개봉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크게 주목을 받고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만약, 영구 캐릭터를 한국 영화 브랜드로 포장했다면 지금 같은 반응을 이끌어냈을 지도 의문이다. 영구는 할리우드 버전으로 브랜드화 되었다. 

하지만 최소한 어린이용 작품은 아니다. 어린이용으로 제작해도 할리우드 부정이나 차별점은 있겠다. 더구나 영구 영화와 유년시기를 보냈던 아동들이 지금 성인이 되어 있다. 아이를 데리고 부부 동반으로 관람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영구가 어떻게 탄생하고 할리우드까지 진출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점이다. 

어느 분야든 초기에게 생긴 장르들은 어떤 것을 막론하고 즉각 인정을 받은 예는 거의 없다. 영화도 거의 그렇다. 아직도 그런 시각을 갖기도 하지만 영화는 대체적으로 예술로 보게 되었다. 영화에도 편차가 있다. 코미디 영화를 예술 영화로 보지 않는다. 지금도 그러한 경향은 강하다. 이런 관점애서 < 라스트갓파더 > 는 영화도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예전의 영구시리즈가 영화라고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적었지만 어린이 대중은 강하게 선호했다. 더구나 < 디워 > 같은 SF 유형의 영화는 아예 영화로 취급하지 않는 전문가도 다수였다. 마찬가지로 그 콘텐츠를 누군가는 크게 선호했기 때문에 존립할 수 있었다. 

예컨대 심형래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 대중들의 기대는 재미다. 아방가르드는 아니다. < 디워 > 도 마찬가지였기에 고품격 논의는 번지수를 잘못 찾아 마케팅에 역이용당하기 쉽다. 무엇보다 그동안 누적적으로 영구라는 캐릭터를 둘러싸고 형성되어온 암묵적인 선호의 대중심리가 존재해왔다는 점도 중요하다. 

더구나 할리우드에서 우리의 캐릭터가 선을 보이면서 콘텐츠 소비를 자극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 그것에서 미미한 시도가 차츰 진화해가는것, 그것을 진화시켜내는 부단한 노력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는 문화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적으로도 함의를 가질 것이다. 

1986년 < 유머일번지 > 의 '영구야~ 영구야~'코너의 대표 캐릭터 영구는 1972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 여로 > 에서 스핀오프되었다. 장르는 전혀 달랐다. 멜로드라마에서 개그장르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구는 영화로 이동했고, 방학때마다 영구캐릭터를 앞세운 영화들이 개봉되었다. 주류 영화계에서 전혀 주목을 하지 않았지만 누적 관객은 계속 쌓여 갔다. 

어쨌든 어린이들은 아무런 사회적 권력이 없다. 어느새 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의 주체가 되고 영구는 다시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되었다. 미미한 시도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간다. 그것이 문화의 힘이자, 본질이다. 처음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다는 금언 아닌 금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미하더라도 점차 미래 세대에게 지지를 받을수록 언제인가는 그것이 만개한다. 

할리우드라고 하는 세계의 대중영화무대가 결국 영구와 같은 사례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는 각각 구석진 곳에서 시도한 것들이 가다듬어져 콘텐츠화 되는 것이다. 저항문화가 주류뮨화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새대론적, 생애주기적 트렌드와 미래연구도 이와 같다. 다만, 아직도 < 라스트 갓파더 > 의 시도는 바로 완성형이나 최종 성과가 아니라 하나의 진화와 진보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2010년에 뿌려진 미미한 시도들이 여전히 2011년에도 그 화려한 모습을 위해 익어가고 있고, 2011년에도 다시 미미한 작은 씨앗들이 2012년, 그 이상을 위해 영글어 갈 것이다. 

그것을 알이보고 선호하는 무수한 대중들의 마음을 알아내고 반영하는 것이 리더들이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 라스트 갓파더 > 의 사례는 정치와 경제계에서도 주목해야 한다. 미미한 것이라도 그것이 아직은 주류가 아니지만 미래잠재세대에게 선호를 받는다면 언제인가 그것이 주류에 진입하고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거칠고 조악해도 현실적인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대중과 호흡해가는 노력들이 매우 소중하다. 수많은 이론과 화려한 수사보다 더 양보할 수 없는 진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