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

똥개의 재발견… "내 안에 나침반 있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1. 9. 12:06

[사이언스] 똥개의 재발견… "내 안에 나침반 있다"

獨·체코 연구진 "개가 배설할 때 몸 방향, 南北 가리켜"

배변 2년간 조사해봤더니 - 머리가 북쪽 또는 남쪽 향해

배뇨 때는 암컷만 남북 방향, 이유는 못밝혀… 숙제로 남아


낯선 곳에서는 방향을 잃기 쉽다. 나침반이 없다면 어디가 북쪽인지 남쪽인지 감이 안 온다. 이럴 때는 동네 개들이 볼일을 보는 모습을 살피면 된다. 개가 똥을 눌 때 머리와 몸을 늘 나침반의 바늘이 가리키는 것과 같은 남북 방향으로 두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길 찾기 명수인 비둘기나 철새, 바닷가재처럼 나침반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2년간 7500회 개의 배설 자세 분석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와 체코생명과학대 연구진은 2년간 37종의 개 70마리가 용변을 보는 모습을 분석했다. 배변은 1893회, 배뇨는 5582번이었다. 연구진은 이때 개의 머리와 몸이 가리키는 방향을 기록하고 통계를 냈다.

처음엔 개가 가리키는 방향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연구진은 데이터에서 태양 흑점 폭발이나 지자기 폭풍처럼 지구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에 기록한 것들을 제외했다. 나침반도 이런 시기에는 제멋대로 움직이기 십상이다. 새로 분석한 결과 지구 자기장이 안정된 상태일 때 개들은 평균 173/353도 방향으로 몸을 향하고 배설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침반의 바늘이 가리키는 북극, 즉 자북(磁北)은 지리상 북극인 진북(眞北)과 다르다. 자북은 지구라는 자석의 N극이고, 진북은 지구 회전축의 맨 위쪽을 의미한다. 둘은 11.5도 차이가 난다. 즉 자북, 자남을 이은 선은 168.5/348.5도 방향이 된다. 개들이 용변을 본 방향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자북은 자기장 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데, 2005년 기준으로 캐나다 북쪽 허드슨만의 북위 82.7도 지점이다.


성별(性別)로 보면 배변인 경우엔 수컷, 암컷 모두 자기 남북 방향을 선호했다. 반면 배뇨는 배변 자세와 차이가 없는 암컷에서만 남북 방향으로 나타났다.

소나 사슴도 남북 방향으로 풀 뜯어

나침반 능력을 갖춘 동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둘기나 철새가 수천㎞ 여행을 하면서도 길을 잃지 않는 것도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 때문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서호주대 연구진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지에 "비둘기의 내이(內耳)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는 미세한 철 구슬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2003년 미국 연구진은 '네이처'지에 카리브해에서 잡은 바닷가재를 수십㎞ 떨어진 바다에 풀었더니 다시 원래 잡힌 곳으로 찾아왔다 발표했다. 바닷가재도 철새처럼 계절에 따라 바다 밑을 200㎞ 이동하면서도 항상 같은 곳을 찾는다.

이번 독일과 체코 연구진은 2008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소와 사슴, 노루도 나침반 능력이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308군데의 방목장을 찍은 구글 어스 위성사진을 분석해 소들이 늘 남북 방향으로 서서 풀을 뜯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서야 바람을 덜 받는다. 하지만 소들은 바람을 많이 받는 쪽이라도 늘 남북 방향을 고수했다고 한다.

데이터 분석 두고 진위(眞僞) 논란도

연구진은 왜 개들이 남북 방향으로 서서 용변을 보는지 이유는 밝히지 못했다. 다만 "사람이 길을 가다가 지도를 보듯 용변을 보는 동안 주변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남북 방향으로 자세를 잡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일부에선 반박 의견도 나왔다. 연구진이 원하는 결과에 맞는 데이터만 추렸다는 것. 2008년 소의 자기장 감지에 대한 논문도 재현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을 이끈 하이넥 부르다(Burda) 교수는 "반박 논문은 자세를 잡기 어려운 경사면이나 자기장이 교란되는 고압 전선 아래에 있는 소들까지 분석에 포함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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