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anny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3D로 만들라는 워너브러더스의 압박이 있었다. 하지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8. 2. 15:47

다크나이트 라이즈, 왜 IMAX로 봐야할까?

■ CNBC 인사이트

<앵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IMAX에서 보면 더 재미있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IMAX로도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개봉 중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벌써 IMAX는 이 영화를 통해 2,380만 달러 벌어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영화가 총 164분으로 꽤 긴 편인데, 이 가운데 72분은IMAX 전용 카메라로 촬영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IMAX에서 봐야 더 실감이 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최초로 IMAX 카메라로 영화들을 촬영하면서 사실상 IMAX 수익성장에 기여한 것이군요.

<기자>
네. 놀란 감독은 이전 시리즈인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에서도 IMAX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덕분에 IMAX의 이번 2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무려 507% 증가했습니다. IMAX CEO는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IMAX 사업의 홈런이 될 것이라며 매출이 더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CNBC 주요내용]

<리처드 겔폰드/IMAX CEO>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최초로 아이맥스 카메라를 사용해 영화를 촬영했습니다. 전작 <다크 나이트>는 30분만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지만 이번 영화는 72분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해 장편 상업영화사상 역대 최대 분량의 아이맥스 촬영량을 기록했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맥스 부분은 엄청납니다.

아이맥스 장면들의 화면비율은 정사각형에 더 가깝습니다. 인물들의 동작을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습니다. 수동적인 관람객보다는 영화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죠. 과거 실적을 보면, 아이맥스 분량이 많을수록 더 높은 박스오피스를 기록했습니다. 개봉한지 얼마 안됐지만, 지난 주말에는 모든 표가 다 매진 될 정도였으며, 이번 주에는 국내 330개의 상영관에서 상영되며 미국 박스오피스의 15%를 차지했습니다. 아이맥스는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전작 <다크 나이트>는 전세계적으로 국내 관람객의 3분의 2수준에 불과했으나, 이번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아이맥스가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3번째 시리즈라서 더 많은 호응을 얻는 것일수도 있지만 <인셉션>이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지도 상승 또한 한 몫 했죠. 전세계 박스오피스가 좋은 성과를 보이는 것의 한 예일수도 있죠.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이승희 기자 sbscnbc@sbs.co.kr

관/련/정/보

“아이맥스는 3D보다 효과적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 크리스토퍼 놀란과 크리스천 베일의 마지막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 라이즈> 감독, 출연진 인터뷰 -


“엔딩과 반전에 대한 질문은 삼가기 바랍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각국 기자들이 엠바고(한시적 보도 중지)에 서명을 할 때 반복적으로 들은 이야기다. 그만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 최종장에 거는 기대는 컸고, 스포일러에 대한 경계는 높았다. 감독, 배우, 스탭이 총동원된 자리. 질문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감독에게 집중됐다.

-전편인 <다크 나이트>의 결말이 새 영화의 시작점이 되는 것에 대한 고충이 있었을 것 같다.

=크리스토퍼 놀란_매 순간 느꼈던 고충은 영화에서 보여주어야 하는 이야기가 고담시에서 일어나도록 필연적인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데이비드 고이어와 3편이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로 흘러갈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전편들을 일관성있게 관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편의 결말을 잊지 않아야 했다. 우리는 지난 영화들, 특히 <다크 나이트>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이 3편에서 의미를 가지기를 원했다. 그것이 도전이라면 도전이었다.

조너선 놀란_70년 전에 만들어진 캐릭터를 오늘에 신선하게 되살리는 것, 그리고 좋은 이야기를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대단원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멋진 팀과 함께 완성할 수 있었다는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3편에서는 베인(톰 하디)이 배트맨에 맞서는 악당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다른 악당에 대해 고려한 적이 있나. 또 한 가지 질문은 시나리오를 쓸 때 결말을 먼저 정해놓고 쓰는가, 아니면 사건이 전개되는 순서를 고려해서 결말을 만드는가.

=크리스토퍼 놀란_3편에서 배트맨이 조커를 쫓지 않는 것, 혹은 조커의 환영이나 잔영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크리스천 베일이 이전의 물리적인 상처로부터 일어나 배트맨이 되어 당당하게 서는 것이 보고 싶었다.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끝까지 악당과 결투를 벌이도록 하고 싶었다. 내가 이전까지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을 만들고 싶었다. 두 번째 질문에 답하자면, 영화를 만들 때 결말을 알고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말을 알기 전까지는 그 작품에 개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많은 감독들이 3D를 많이 사용하는데, 당신은 2D와 아이맥스를 고집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크리스토퍼 놀란_3D냐 아이맥스냐는 각자의 선택이다. 나는 지금까지 아이맥스로 촬영해서 전용 스크린에 영사할 때만큼의 이미지 퀄리티를 따라오는 포맷을 본 적이 없다. 극장에서 관객의 집중도도 당연히 크다. <다크 나이트>에서 아이맥스를 사용했고, 그 효과에 만족해서 이번에도 아이맥스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아이맥스는 3D보다 효과적으로 관객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아이맥스는 3D보다 친밀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아이맥스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이야기와 캐릭터에 적합한 포맷이었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배트맨> 3부작이 스토리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일관성을 갖기를 원했다. 이번 영화는 새로운 것을 세우는 과정이 아니라 클라이맥스를 만들고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과정이었다.

-아이맥스 카메라가 촬영 중에 부서졌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크리스토퍼 놀란_카메라가 부서진 건 <다크 나이트> 때였다. 당시 전세계에 아이맥스 카메라가 모두 4대 있었는데, <다크 나이트> 촬영이 끝나고 3대가 됐다. (웃음) 물론 다시 고쳤다.

-제작자들의 입장을 듣고 싶다. 아이맥스가 이 시리즈에 어떤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나.

=에마 톰스_내 생각에는 아이맥스라는 요소가 사람들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거실이나 책상에서 아이맥스 이미지를 비슷하게라도 재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같은 시대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을 이유는 많다. 그래서 관객을 극장으로 부르기 위해서는 정말 특별한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우리 영화에서는 아이맥스다.

찰스 로븐_아이맥스의 가장 큰 장점은, 화면에 보여지는 이미지를 불법으로 녹화할 수조차 없다는 데 있다. 아이맥스 버전은 불법 파일을 만들 수 없다. (웃음)

-정말 이번 영화가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들고 크리스천 베일이 출연하는 마지막 영화인가? 아니면 새롭게 출발할 여지가 있나.

=크리스토퍼 놀란_개인적으로 시리즈를 끝마친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내가 <배트맨> 시리즈를 시작한 지 10년이다. 꽉 찬 9년을 배트맨으로 보내고 난 지금, 이렇게 멋진 팀과 헤어지는 것이 만족스러우면서도 슬프다. 그런데 더 씁쓸하고 또 한편 달콤한 것은 캐릭터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간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크리스천 베일_나 역시 시원섭섭하다. 사실 크리스토퍼 놀란이 3편을 만들 거라고 확신하지 못했었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알다시피 크리스토퍼 놀란은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중요한 부분을 함께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감정 역시 그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말했듯이 지금은 작별을 할 시간이다.

-(놀란 감독에게) 당신은 다른 슈퍼히어로영화 감독들과 달리 코믹북이나 컬처에 대한 팬보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슈퍼히어로영화 중 가장 거대하고 역사적인 3부작을 만들어냈다. 당신이 접근하는 남들과 다른 시각과 감각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크리스토퍼 놀란_내가 처음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 스튜디오는 원작이 그대로 영화화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줬다.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원작을 대표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이 <배트맨> 3부작을 만드는 동안 내가 가졌던 철학이다. 코믹스 원작과 영화감독의 친밀한 관계는 최근 많이 나타나기 시작한 조류인 듯하다. 읽는 형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움직이는 프레임을 가진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캐릭터 설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크리스토퍼 놀란_우선, 조커라는 존재가 우리가 베인을 이 영화에 악당으로 등장시키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였다. 우리는 전혀 다른 악당을 원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 아주 초기에, 조커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그 결정을 고수했다. 한 사람의 비극을 플롯으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크 나이트>도 그렇지만 <다크 나이트 라이즈> 역시 정치적인 영화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_나는 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보지 않는다. <다크 나이트>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보고자 했기 때문에 그런 해석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엔터테인먼트를 전달하고자 했다. 영화 속의 전투가 현실의 전쟁을 묘사하거나 고담시가 현실의 다른 도시를 상징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앤 해서웨이와 조셉 고든 레빗에게) 배트맨 3부작 중 마지막 편에 출연한 소감을 말해달라.

=앤 해서웨이_모두 우리가 영화를 구해줄 거라고 기대했고 기다렸다. (웃음) 사실은 조금 불안했다. 손발이 잘 맞는 팀의 작업에 중간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모두가 정말 따뜻하게 맞이해줬다. 그게 특별대우가 아니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웃음)

조셉 고든 레빗_<다크 나이트>가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두번 봤다. 영화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뒤 나는 <인셉션>에 출연했고 그 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까지 출연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메멘토> 때부터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을 좋아했고, <인셉션> 이후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게다가 내 또래 남자들이라면 어려서 배트맨 코스튬을 한번씩은 입어봤을 것이다. 배트맨이 최고였다. 클리셰처럼 들릴지 몰라도, 나는 꿈을 이룬 거나 다름없었다.

(글) 안현진 joey@cine21.com

[시리즈 블록버스터③] 마지막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 라이즈’



◆ 다크 나이트 라이즈

크리스토퍼 놀런의 마지막 <배트맨> 시리즈

하마터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연출하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보지 못할 뻔했다. 사실 그는 마지막 <배트맨> 시리즈를 만드는 것에 대해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시나리오 작가인 동생 조너선 놀런과 데이비드 S. 고이어에게 결국 설득당했다. 멋진 마무리에 대한 욕망은 창작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일 테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배트맨 비긴즈>(2005)와 <다크 나이트>(2008)를 통해 배트맨의 ‘시작’과 ‘추락’을 보여줬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통해서는 배트맨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영상의 질, 화면 스케일, 배트맨의 장비까지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이미 공개된 예고편에서 조커의 병원 폭파 신에 버금가는 미식축구장 폭파 신이 등장해 관객들은 벌써부터 흥분 상태다. 5년 전보다 한층 진보된 기술로 탄생한 ‘배트윙’도 <배트맨> 팬들의 관심사. <다크 나이트>에서 6분짜리 아이맥스 오프닝 화면으로 관객을 압도한 바 있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만들며 아이맥스 포맷에 대한 애정과 의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Director Guide of America)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밝힌 바 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3D로 만들라는 워너브러더스의 압박이 있었다. 하지만 난 굽히지 않았다. 나는 3D가 비디오 게임 등의 개인적인 체험용으로는 적합하지만,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3D보다 아이맥스 포맷의 화면에서 관객들은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아이맥스는 지금까지 발명된 가장 최고의 영화 포맷이라고 생각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최상의 영상을 기대해도 좋다.” 처음에 3D를 주장했던 워너브러더스 이사진은 네 시간 분량의 1차 편집본을 보고 기립박수를 쳤다고. 우리가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기대하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view point. 새로운 악당 베인 & 21세기 블록버스터의 마지막 결전장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다크 나이트> 이후 8년 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말한다. “브루스 웨인도 그만큼 늙었고, 썩 좋은 상태도 아니다.” 8년 전 조커가 풍비박산을 냈던 고담시는 그동안 평화와 번영을 되찾았다. 하지만 브루스 웨인은 여전히 회복 중이다. 조커(히스 레저)와 투페이스(아론 에크하트)가 가한 이중의 타격이 여전히 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브루스 웨인은 그들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트라우마를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배트맨은 여전히, 매도당하는 희생양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브루스 웨인은 또 한 번 강력한 적수를 만나게 된다. 바로 베인이다. 베인은 조커와는 달리 강력한 목적을 품은 악당. 이 역을 연기한 톰 하디에 의하면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 같은 치밀함과 섬세함을 지닌” 인물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베인은 브루스 웨인이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도전 상대다. 우리는 새로운 악당과 줄거리로 배트맨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번 끝까지 밀어붙여 시험해 보는 거다.” 그리고 그는 “이전에는 브루스 웨인이 문제를 덮어두고 유보하려고만 했다면, 이제는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원작 코믹 북에서 베인은 혁명가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시절부터 수감 생활을 해온 인물. 약물 임상실험에 투입돼 초인적 힘을 갖게 되고 급기야 감옥을 탈출한다.

베인은 겉모습은 둔해 보이지만 뛰어난 지략가다. 그는 배트맨의 정체가 브루스 웨인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가 항상 착용하고 있는 베놈 마스크는 힘의 원천이자 생명 유지 장치. 이 영화의 의상을 맡은 린디 헤밍은 “베인은 생존을 위해 베놈 가스가 필요하다. 그는 마스크 없이는 과거에 입은 상처로 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한다. 마스크의 파이프는 턱 선을 따라 등으로 이어지고 두 개의 가스통과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베인은 복합적인 층위를 가진 캐릭터이지만, 전작에서 히스 레저가 남긴 워낙 강력한 아우라 때문에 베인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팬들도 많을 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이 새로운 악당 캐릭터에 든든히 힘을 싣는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 베인이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거다. 그리고 나중에는 베인 때문에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가 ‘걸작’이라는 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수퍼 히어로 영화이지만 동시대의 현실을 첨예하게 대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월 스트리트’ 로케이션을 극구 강행했던 까닭도 그곳이 미국의 부와 자본주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만들면서 놀런 형제가 가장 큰 영감을 받은 작품은 프리츠 랑 감독의 <메트로폴리스>(1927)와 찰스 디킨스의 명작 <두 도시 이야기>다. 

지상 세계를 지탱하는 것은 결국 지하 세계이고, 시대의 카오스 앞에 개인의 의지는 결국 무기력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철학적 사고가 21세기 블록버스터에 묵직하게 담기게 될 듯하다. 캣우먼 역을 맡은 앤 해서웨이는 “놀런 감독은 고담시의 전투적인 군중 신을 통해 테러리즘과 현대 사회에서의 정의, 도덕에 대해 얘기하려는 듯 보인다”고 말한다.

존 블레이크로 출연하는 조셉 고든 레빗 역시 “나는 이 영화가 감독의 지난 두 <배트맨> 시리즈보다도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 대해 정확히 꼬집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조커의 궤변이 통용되는 시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다시 한 번 ‘진짜 세계’를 이야기하며 <배트맨> 3부작의 문을 닫으려 하고 있다. 

[이건 기대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라니까?


[이건 걱정돼] 조커를 그리워하지 않게 만들어줄 악당이 관건. 
‘다크 나이트 라이즈’ 아이맥스(IMAX)는 반쪽짜리?[블로그와] Cinephile&Traveller or Maybe no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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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04  13: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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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하면 입만 아픈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개봉이 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왕 보시려는 분이라면 아이맥스를 찾겠죠?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한 예고편에도 마지막에 저렇듯이 "아이맥스로 체험하라"고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다크 나이트>는 상업영화로는 최초로 일부를 'DMR(Digital Media Remastering)'이 아닌 오리지널 아이맥스로 촬영을 했었고, 그 진가는 이미 여러분이 극장에서 확인하셨을 겁니다. 더욱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아이맥스로 촬영한 분량이 1시간에 육박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니 어찌 기꺼이 관람료를 더 주더라도 아이맥스로 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이맥스로 보지 않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더 이상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또한 아이맥스 예찬론자임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런 크리스토퍼 놀란이 전에 없는 분량으로 작정하고 아이맥스로 촬영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일반 극장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건 적어도 제겐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각설하고, 위는 '슬래쉬 필름'에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아이맥스 상영을 준비하는 과정을 공개한 영상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극장은 북미에서 가장 큰 아이맥스 스크린을 보유한 'Liberty Science Center'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영상을 보면 감탄하고 놀랄 겁니다. 아이맥스 70mm 필름과 일반 35mm 필름의 크기 차이만 해도 어마어마하죠. 영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일반 70mm 필름과 아이맥스 70mm 필름의 크기도 차이가 꽤 납니다. 그만큼 화질면에서 압도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하지만 이것만 보고 "우와~ 역시 아이맥스를 택하길 잘했어!" 등의 감탄사를 내뱉거나 더 큰 기대를 품는 것은 금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저렇게 볼 수 없습니다.

  
▲ 디지털 아이맥스 영사기 (출처: www.lfexaminer.com)
예전에 제가 포스팅했던 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국내에는 현재 아이맥스를 필름으로 상영하는 상업극장이 전무합니다. 적어도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아이맥스 70mm 필름으로 상영할 극장은 없습니다. 국내에서 아이맥스를 독점하고 있는 CGV가 몇 년 전에 영사기를 죄다 디지털로 교체했거든요. 그렇다고 CGV를 비난할 일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미도 예전부터 아이맥스를 필름에서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언제나 그놈의 돈이 문제죠. 또한 영상에서 아이맥스 필름의 크기를 보셨다면 무게가 엄청날 것이란 것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아이맥스 또한 필름을 버리고 디지털로 진화 아닌 진화를 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아이맥스 인트로 영상

일반 필름과 디지털을 견주면 후자의 화질이 월등한 것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아이맥스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이맥스에서는 오히려 디지털이 필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35년 이상을 아이맥스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베테랑인 맥길리브레리 프리먼의 말에 따르면, 아이맥스 70mm 필름으로 촬영한 영상은 현존하는 최고의 디지털로 촬영한 그것보다 10배 이상의 해상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도 몇몇 극장이 보유한 4K를 예로 들면 프레임당 1,200만 화소를 가지지만, 이에 비해 아이맥스 70mm 필름은 자그마치 1억 2천만에서 1억 5천만 화소입니다. 맥길리브레리는 디지털이 아이맥스 70mm 필름을 대체하려면 8K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아이맥스는 주로 다큐멘터리 등에 쓰였고 지금도 주가 되고 있습니다. 최대의 이익 추구와 기타 이유로 상업영화에선 꺼릴 수밖에 없죠)

  
 
사정이 이러니 크리스토퍼 놀란은 아이맥스가 필름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위 사진은 제가 올해 2월에 캐나다의 오타와에서 찍은 것입니다. 지금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모 박물관이었을 겁니다. 다른 행사 참석차 방문했었는데 마침 아이맥스 영사기가 보이길래 잠시 구경할 수 없겠냐, 한국에는 이제 아이맥스 필름을 다루지 않아서 꼭 보고 싶다고 부탁했더니 매니저분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시더군요. 허락만 해주신 게 아니라 아예 영사실까지 데리고 가서 구경을 시켜주셔서 어찌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영 중에 영사실을 들락거리는 건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영사실에서 근무했던 건 아니지만 웬만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극장에서 제가 만났던 매니저분도 필름을 버리고 디지털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에 대해 무지 아쉬워하시더군요. 한편으로는 또 경제적인 면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말씀하셔서 저 또한 공감했습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디지털로 가면 아무래도 촬영과 후반작업 등도 한결 용이해지겠죠. 그건 그렇지만 디지털과 필름의 차이가 저토록 극명한 데 반해 관람료는 동일하게 받는 것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원성이 자자합니다. 오죽하면 디지털은 아이맥스(IMAX)가 아니라 라이맥스(LIEMAX)라고 지칭하면서 비꼬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백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아이맥스 70mm 필름으로 보지 못하는 것은 또 하나의 불행입니다. 아이맥스가 국내에 있다는 것만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있던 70mm 필름이 사라지고 디지털이 대체하는 건 달갑지 않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사실! 우리나라에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감상하는 최고의 방법은 디지털이든 어쨌든 여전히 아이맥스를 택하는 것입니다. 이건 절대불변의 진리니 괜히 일반 디지털을 택하는 실수는 하지 마시길!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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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라이즈’ 아이맥스(IMAX)에 집착하는 이유[블로그와] Cinephile&Traveller or Maybe no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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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06  16: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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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라이즈’ 아이맥스는 반쪽짜리?라는 제목으로 올린 포스트의 설명이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아주 기초적인 부분이지만 혹시 모르실 분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충합니다. 참고로 이 포스트의 제목은 짧게 줄였는데, 정확히 표현하면 "왜 이 자식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아이맥스 70mm 필름 버전으로 보지 못해 안달하는가?"입니다.

몇 개월 전에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프롤로그가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개봉과 함께 공개됐습니다. 근데 국내에서는 일체 상영하질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것도 예전에 올린 포스트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프롤로그는 오로지 아이맥스를 70mm 필름으로 상영하는 극장에서만 상영하도록 했습니다. 아이맥스에 대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애정과 고집이 어느 정도인지 단숨에 알 수 있는 사례였죠. 당시에 북미의 각종 영화 관련 사이트에서는 70mm 필름으로 상영하는 아이맥스 극장의 목록을 올리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앞선 포스트에서 아이맥스 70mm 필름과 디지털의 해상도 차이는 4K를 기준으로 약 10배라는 걸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해상도의 차이는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될까요? 간단하게 말해서 영상의 화질과 스크린의 크기에서 극명하게 갈립니다. 디지털이 필름보다 현저하게 낮은 화질을 보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최상의 화질을 염두에 두고 스크린 사이즈를 정한다면 아이맥스 70mm 필름으로 상영하는 쪽이 훨씬 더 커진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이제 왜 전 세계의 아이맥스 팬이 필름에서 디지털로 대체하는 걸 반대하는지 좀 더 명확하게 아시겠죠?

  
 
실제로 저런 현상을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시사회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브래드 버드, 톰 크루즈, 폴라 패튼이 내한해 CGV 영등포에서 시사회를 했었죠. 리뷰에서 말했지만 CGV 영등포의 스타리움은 세계 최대의 스크린 사이즈를 자랑합니다.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 만큼 직접 보니 그야말로 'Size Does Matter'더군요.

그러나 마냥 사이즈가 크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의 크기에 비해 소스의 해상도가 못 따라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즉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소스가 최적의 해상도를 보여줄 수 있는 사이즈는 어디까지나 한정적인데, 스타리움의 스크린이 워낙 커서 화질 저하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오죽했으면 리뷰에서 마치 필름으로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썼습니다.

  
 
이 외에도 아이맥스가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과정에 발생하는 또 한 가지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혹시 뭔지 아시겠나요? 엄연히 화질에서 월등한 필름으로 찍었지만 디지털로 상영하려면 결국 변환(이라고 쓰고 다운그레이드라고 읽으시면 됩니다)을 거친다는 겁니다. 이것을 해결하고자 아이맥스 측에서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개봉에 맞춰 필름과 디지털을 한 번에 상영할 수 있는 영사기를 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이면 완료가 됐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군요.

B O N U S

  
▲ 출처 www.geektwins.com
이 또한 <다크 나이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비롯해 몇몇 영화를 이미 아이맥스로 관람하셨다면 다 아시겠지만, 그럼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1시간가량 촬영했다는 아이맥스 70mm 필름의 분량과 나머지 DMR 분량을 어떻게 구분할지 궁금하시나요?

위의 이미지를 보세요. 이건 좀 다른 용도로 만든 것이지만 어쨌든 필름으로 촬영한 오리지널 아이맥스 화면과 DMR을 거친 화면의 차이도 대충 비슷합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보면서 스크린이 꽉 차면 오리지널 아이맥스로 촬영한 것이고, 스크린 상하에 공백이 생기면서 일반 영화를 볼 때처럼 가로가 세로보다 더욱 길어진다면 DMR 화면입니다. 참고로 아이맥스의 오리지널 화면비는 1.44:1이고 일반 영화는 보통 1.85:1 또는 2.35:1입니다. 고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경우는 1.44:1과 2.35:1이 공존하면서 영화를 보는 동안 수시로 전환합니다.

주) 화면의 비율이 위의 이미지와 같다는 것이지 실제로 아이맥스 디지털로 보면 원본 화면이 잘린다는 건 아닙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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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스로 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블로그와] Cinephile&Traveller or Maybe nobody
발없는 새  |  nofeetbi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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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16  12: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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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라이즈, 익스펜더블 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연달아 소식을 터뜨리는 바람에 정작 올리려고 했던 포스트는 제일 마지막 순서가 됐네요. 열흘 전에 리뷰를 통해 말씀 드렸던 대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아이맥스로 보고 왔습니다. 영등포 CGV 스타리움은 화면이 큰 대신에 화질에 좀 실망을 해서 여간 아쉬웠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웬만하면 이렇게 짧은 기간에 같은 영화를 또 보진 않았을 텐데, 역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름 아닌 버즈 칼리파에서 톰 크루즈가 보여준 스턴트 장면을 보기 위해서!

  
▲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개봉과 함께 화제가 되고 있는 사진. 물론 합성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진짜 닥치고 아이맥스로 관람하세요. 화질과 스케일에서 스타리움은 비교가 안 됩니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오프닝부터 아이맥스 화면으로 관객을 맞이했습니다. 이건 탁월한 전략(?)인 것 같아요. 초반에 기선 제압을 하고 들어가겠다는 의미로 보면 말이죠. 아무튼 첫 장면은 정확히 부다페스트의 전경을 잡은 화면이었습니다. 1~2초 가량 짧게 비추고 지나가는데, 그걸 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결코 과장이 아니라 제 옆과 뒤에 앉은 관객들이 동시에 "와~"하고 외마디 감탄사를 내질렀습니다. (참고로 앞에는 제 앞에는 관객이 없었습니다 ㅎㅎ)

아이맥스를 한번이라도 보셨다면 아실 거예요. 그 큰 화면을, 벽면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스크린이 영상으로 가득 찰 때의 희열이 어떤지 말입니다. 부다페스트의 전경을 볼 때의 저와 여타 관객의 심정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번엔 과장을 조금 보태서 말하면, 실제로 공중부양을 한 채로 부다페스트를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만큼 화질과 스케일이 압도적입니다. 이후에 이단 헌트의 교도소 탈출 장면은 와이드 스크린으로 나오고, 곧장 이어지는 타이틀 시퀀스는 또 다시 아이맥스 화면으로 바뀝니다. 이렇게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두 가지 화면비를 오갑니다.

리뷰에서 말했듯이 확실히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재미는 전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로지 전 버즈 칼리파 장면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애당초 굳이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아이맥스로 한번 더 보려고 마음먹었던 이유가 그것이니까요. 스타리움에서 보면서도 오금이 저리다 못해 숫제 지릴 뻔했을 정도로 스릴이 넘쳤으니 아이맥스에 대한 기대는 한층 더 컸죠.

  
 
한참을 기다리다가 마침내 이단 헌트 일행이 버즈 칼리파에 잠입하는 걸 봤습니다. 서버룸에 접근하기 위해 그들이 택할 수 있었던 방법은 단 하나,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결심을 굳히고 실행에 옮깁니다. 유리를 잘라내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걸어가는 이단의 뒤를 카메라가 따라가는데, 이때 실제 관객의 시점에 맞춰서 잠시 발아 래를 비추고 올라와서 이단을 한번 휘감은 후에 화면이 바뀌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참 영리하죠. 어떻게 보면 관객 서비스 같은 장면이기도 하고, 대체 어떻게 촬영한 건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각설하고, 와~ 과연 아이맥스는 아이맥스였습니다. 발 아래를 비추는 장면을 보면서부터 다리가 후들거리고 염통이 쫄깃쫄깃했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몇몇 관객들은 벌써 나즈막이 탄식을 토했습니다. 저는 약간 고소 공포증이 있는지라 새삼스럽게 톰 크루즈가 사람으로 안 보이더군요. 진짜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제목이 아깝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대목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임무를 마친 이단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과정입니다. 용자의 진면목을 보이며 자기가 무슨 스파이더맨이라도 된 것처럼 벽을 타고 내려와서 냅다 방으로 점프하는데! 어후~ 말을 말아야지... 심장이 터집니다.

  
 
모래폭풍이 들이닥친 상태에서 벌이는 추격전도 끝내줍니다. 이 역시 영화 속으로 들어가 실제로 모래폭풍에 휩싸인 채로 두 사람을 쫓아가는 듯한 실감이 전해집니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아이맥스 분량은 20분 가량에 불과하지만 적재적소에서 활용한 덕분에 아이맥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아이맥스 장면을 50분이나 삽입할 것이라고 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어떨까요? 어쨌든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보시려고 결심했다면, 이왕이면 아이맥스로 보세요. 저처럼 일반화면으로 보신 후에 아이맥스로 다시 보면서 비교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래 문단은 스포일러를 주의하세요.

덧) 다시 한 번 더 보면서 뒤늦게 알아차렸는데,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이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스파이 혹은 배신자가 등장하지 않는군요. 1편에선 각각 존 보이트와 장 르노가 연기한 짐 펠프스와 프란츠 크리거, 2편에선 탠디 뉴튼이 연기한 니아, 3편에선 빌리 크루덥이 연기한 존이 모두 스파이 혹은 배신자였었죠.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추후 합류하는 브랜트 요원을 동일하게 설정할 수 있었고, 약간 의심을 사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을 역이용한 것인지 마지막까지 아군으로 남았습니다. 시나리오에서 이런 부분은 꽤 쓸 만한 것 같습니다.

  
▲ 제가 위에서 말했던 장면을 바로 이렇게 촬영한 거군요! 아마도 저 장비가 스테디 캠 겸 지미집의 역할을 하는 모양입니다.참 신기하네요!

  
▲ 제레미 레너도 좀 대단하네요.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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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전작의 위엄과 IMAX, ‘다크나이트 라이즈’ 양날의 검 되다


[이정현 기자] 2012 할리우드 최대 기대작이던 ‘다크나이트 라이즈’ 거품이 너무 쉽게 빠지고 있다. 누적 45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개봉 첫 주 만큼의 폭발력은 사라진지 오래다. 경쟁사 마블 코믹스의 ‘어벤져스’를 가뿐히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제는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7월31일 박스오피스에서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하루 166,324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매출액 점유율 18.9%를 기록, 2위에 랭크됐다. 경쟁했던 ‘도둑들’이 같은 날 499,583명, 약 5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55.2%의 매출액 점유율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벌써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오히려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4: 대륙이동설’(117,903명, 13.8%)에 2위자리마저 위태롭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興(흥)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2012 최대 기대작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전작을 통해 매니아 층을 켜켜히 쌓아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그의 마지막 배트맨 시리즈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무결점에 가까웠던 ‘다크나이트’의 후광 덕이다. 

그리고 영화 개봉을 앞두고 영화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흘린 것도 기대감을 키우는데 성공했다. 전작의 네임밸류에 완벽하게 기대면서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대한 가치도 함께 상승시켰다. 개봉 전 완벽한 프로모션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고집했던 IMAX 역시 개봉 전 폭발력을 키우는데 일조 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IMAX관은 예매 오픈일 당시 대부분의 주요 좌석이 팔려나갔으며 개봉 3주차인 이번 주에도 좋은 자리를 예매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어마어마한 기대감을 품고 19일 개봉한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개봉 주 한국 극장가를 휩쓸었다. 경쟁했던 영화들은 명함 내밀 기회도 부여받지 못한 채 쓸려져 나갔다. 많은 관계자들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광풍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한국영화 최대 기대작이라 꼽혔던 ‘도둑들’ 역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衰(쇄)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시리즈의 후속이라는 점에서 ‘다크나이트’와 끊임없이 비교됐다. 이야기가 담은 내용에서부터 악당 조커(히스 레저)와 베인(톰 하디),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의 연기, 조력자로 나온 캣우먼(앤 해서웨이), 심지어 음악(한스 짐머)과 편집까지 비교대상에 올랐다. 

‘다크나이트’와 ‘다크나이트 라이즈’간에 비교우위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어쨌든 ‘다크나이트’의 후광은 개봉 전에는 효자노릇을 했지만 개봉 후에는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괴롭히는 족쇄가 됐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전작들을 보고 극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소문도 영화 흥행에는 부담이다. 무언가 예습하고 극장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반길 관객은 그렇게 많지 않다. 게다가 시리즈 첫번째 작품인 ‘배트맨 비긴즈’는 국내에서 100만명도 동원하지 못한 작품이었다.

전작에 대한 예습과 마찬가지로 완벽에 대한 집착은 IMAX관으로의 쏠림현상과 디지털 상영의 상대적 찬밥신세로 이어졌다. 31일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좌석점유율에서 고작 30.1%를 차지했다. 경쟁작인 ‘도둑들’이 49.9%로 절반 가까이를 채운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크다. 여기에 평일에도 인기있는 IMAX관을 제외하고 디지털 상영관만 계산하면 점유율은 더 떨어진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상업영화 최장인 72분을 IMAX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문구가 오히려 독이 됐다. 국내 IMAX 상영관은 손꼽을 정도다. 예비관객들이 몇 안되는 IMAX에 몰리는 사이 디지털 상영관은 빈자리가 많아졌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O2플러스/이문원의 쇼비즈워치]‘2년 천하’ 마침내 3D 포기에 들어간 할리우드



[동아닷컴]

올해 1/4분기 할리우드 최대 기대작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의 북미지역 개봉 첫 주 흥행수치가 공개됐다. 전야제 포함 첫 주말 1억5253만5747달러.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다크 나이트’에 이어 역대 첫 주말 3위 기록이자, 속편을 제외한 영화들 중에선 역대 최고기록이다. 역대 3월 개봉작 중에서도 단연 1위다. 거기다 이 3일 동안만으로 ‘헝거 게임’은 제작사 라이온스게이트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물론 ‘헝거 게임’은 라이온스게이트가 판권을 사들인 시점부터도 이른바 ‘될성부른 콘텐츠’로 꼽히긴 했다. 상당부분 원작의 명성 탓이다. 수잔 콜린스가 2008년 발간한 원작소설은 현재까지 290만 부가 판매된 초대형 베스트셀러이며, 그 덕에 콜린스는 2010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헝거 게임’ 원작은 광풍을 일으킨 ‘트와일라잇’ 프랜차이즈처럼 10대 소녀층에서 열광적 반응을 얻어낸 칙릿(Chick-Lit)이었다. 곧 ‘헝거 게임’이 ‘제2의 트와일라잇’이 되리란 기대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이에 라이온스게이트 측은 1편 개봉 전부터도 2013년 11월 개봉 목표로 그 속편 제작에 돌입하기까지 했다.

● 다시 늘어나고 있는 3D거부-2D 블록버스터들

그리고 그 실제 성과가 기대한 최대치마저 능가한 지금, 그 성공원인 중 하나로 꽤나 특이한 부분이 지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헝거 게임’은 근 수년 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성공공식의 핵심처럼 여겨진 요소, 즉 3D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는 부분이다. ‘헝거 게임’은 오직 2D와 아이맥스 버전으로만 공개됐다. 

왜 3D를 포기하고 2D로만 제작·상영한 점이 일대 흥행성공의 원인점으로 꼽히는 걸까. 하나씩 살펴보자.

지난해부터 3D 실사영화의 북미지역 수익은 사실상 명확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삼총사’ ‘코난: 암흑의 시대’ ‘샤크 나이트’ ‘프라이트 나이트’ ‘프리스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등 중급규모 3D 영화들 성적은 가히 처참한 수준이었고, ‘트랜스포머 3’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등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들도 전작보다 수익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프랜차이즈화를 꿈꿨던 ‘그린 랜턴’ ‘그린 호넷’ 등은 기대 이하 성적을 보인 뒤 모두 속편제작이 좌절됐다. 그야말로 ‘프랜차이즈 워너비’로만 그친 셈이다.

이처럼 재앙 수준의 2011년을 마감하면서, 미국영화산업은 3D가 오직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에 있어서만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실사로는 더 이상 수익률조차 맞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결론은 올해도 꾸준히 증명되고 있다.

현재까지 북미지역 흥행수익 1억 달러를 돌파한 실사영화 3편, ‘세이프 하우스’와 ‘서약’, 그리고 ‘헝거 게임’은 모두 2D로만 제작·상영된 콘텐츠다. 반면 3D로 제작·상영된 ‘고스트 라이더 3D: 복수의 화신’은 전작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고, 무려 2억5000만 달러가 투여된 초대형 3D 어드벤처 ‘존 카터’는 제작비의 3분의 1도 채 못 건지리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3D로서 여전히 인기가 있는 건 ‘로렉스’ 등 애니메이션이 대부분이다.


물론 올해도 3D 실사 블록버스터들은 여전히 많긴 하다. ‘어벤져스’ ‘맨 인 블랙 3’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호빗’ 등에 이르기까지 20여 편이 3D로 제작·상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점차 ‘3D를 택하지 않는’ 블록버스터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헝거 게임’ 외에도 올해 최대 관심을 모으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런의 배트맨 프랜차이즈 3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 역시 2D로만 제작·상영될 예정이다. 놀런은 전작 ‘인셉션’ 역시 2D로 만드는 등 애초부터 3D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여름 포문을 열 피터 버그 감독의 2억 달러짜리 블록버스터 ‘배틀쉽’도 2D로만 상영될 예정이며, 그밖에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GI 조 2’ ‘본 레거시’ ‘토탈 리콜’ ‘익스펜더블 2’ ‘007 스카이폴’ 등도 3D에는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 북미 청년실업 사태, 40% 비싼 3D 입장료 감당하기엔 무리

사실 당연한 일이다. 애초 3D가 할리우드의 구세주처럼 여겨졌던 건 단순히 미래유행을 주도해나간단 측면 때문만이 아니었다. 영화산업의 가장 큰 딜레마, 즉 각종 레저거리들 개발로 전체 영화관객수가 떨어져가는 현실을 보완해줄 완충제 역할이 더 컸다. 평균 약 40%까지 비싼 3D 입장료는 줄어든 절대관객수를 메워줄 시장연착륙의 마법지팡이처럼 여겨졌다. 홈비디오 시장에 밀린지 오래된 극장관람의 프리미엄을 되살리는데도 3D는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문제는 영화 주 소비층인 10~30대가 이제 40% 비싼 3D 입장료를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는데 있다. 지금 북미지역은 어마어마한 청년실업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명문대 콜럼비아대 학생들조차 취업난에 허덕이다 결국 월스트리트 점령시위까지 나섰으니 말 다했다. 청년실업률로만 봤을 때 무려 18.1%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온 상황이다.

그러니 10~30대를 타깃으로 한 전형적 블록버스터들은 하나둘 3D 전선에서 물러나고 있는 것이다. 2D로 입장료를 적게 받더라도 오히려 그 편이 10~30대 접근성이 좋아 전반적으로 더 나은 흥행을 보장한다는 결론이 섰기 때문. 특히 10대 중심으로 원작소설이 팔려나간 ‘헝거 게임’ 같은 콘텐츠는 더더욱 2D로 내놓는 편이 유리해진다. 그런 까닭에 북미지역 각종 영화미디어들도 ‘헝거 게임’의 어마어마한 첫 주 기록에 대해 “2D의 성과”란 평가들을 거리낌 없이 내놓는 것이다.

반론이 나올법하다. 현재 3D 영화는 3D로만 상영되고 있는 게 아니다. 거의 대부분이 2D와 3D 양쪽 버전으로 각각 상영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만약 40%가량 비싼 입장료가 부담이 된다면 그냥 2D로만 관람하면 될 뿐, 3D 콘텐츠 자체를 외면하게 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대중심리 차원에서 보면 상황이 다르다. 3D로 제작된 영화는 2D·3D 동시상영 되더라도 3D로 보지 않으면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어 아예 관람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2D·3D 동시상영 시 3D 관람율은 2009년 40%대에서 2011년 70%대까지 성장한 상황이다. ‘볼 사람’은 3D로만 보는 풍조가 자리 잡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그 ‘볼 사람’ 자체가 줄어드는 게 문제란 얘기다. 그러니 아예 처음부터 2D로만 제작·상영시키는 게 보다 높은 접근성과 만족도를 보장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

결국 3D로 제작·상영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프리틴 시장, 즉 12세 이하 유소년층을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 시장밖에 남지 않게 됐다는 얘기다. 본인들 선택은 주저하더라도 자녀를 위해서만큼은 더 비싼 입장료를 감당하려는 게 부모들 심리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 나면, 현재 상영 중인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2: 신비의 섬’처럼 소수의 프리틴용 실사영화 정도만 효과를 나눠받는 실정이다. 마찬가지로 부모들이 자녀들에 주는 ‘선물’ 차원인 탓이다.

이처럼 점차 줄어가는 전체 실사 3D 제작·상영률과 그대로 파이를 유지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3D 제작·상영률을 감안해볼 때, 수년 뒤 3D는 오직 애니메이션과 극소수 프리틴용 실사영화들에만 적용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 청년실업 상황은 비단 북미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여기서 또 다른 반론도 나올 법하다. 아직까지도 북미지역 외 해외시장은 3D 충성도가 부단히 높다. 지난해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트랜스포머 3’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등 북미지역 흥행이 시원찮았던 3D 블록버스터들이 모두 전 세계 흥행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한 것도 열렬한 해외시장 충성도 덕이 크다. 블록버스터의 해외수익 비중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는 현실에, 오직 북미지역에서의 외면만을 토대로 3D를 포기한다는 건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니냐는 것.

물론 지금 상황만으로 놓고 본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북미지역 외 상황도 사실상 북미지역과 유사하거나 그보다 더 심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북미지역이 화수분처럼 여기는 해외 대형시장들을 살펴보자.


먼저 세계 6~7위권 영화시장인 한국은 사실상 주요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실업률이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대중문화상품 주 소비층인 청년층 실업률은 마찬가지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월 평균실업률은 4.2%대에 머문 반면, 청년실업률은 그 배인 8.7%까지 올라있는 상황이다. 일본 역시 평균실업률은 4.6% 정도지만, 청년실업률은 그 배인 10% 내외를 오가고 있다. 10~30대 타깃 실사 3D 블록버스터가 활개 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유럽 사정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장난’이다. 세계 10대 영화시장에 너끈히 드는 이태리는 현재 15~24세 청년실업률이 30%대를 넘나드는 실정이다. 할리우드 영화 충성도 측면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영국도 청년실업률은 20.4%까지 이른 상태다. 물론 그밖에도 많다. 스페인과 그리스도 마찬가지로 평균실업률이 25%대에 육박하고 있고, 유럽 전체 기준으로도 평균실업률은 10%대에 이르고 있다. 영화에 40%가량 웃돈을 더 얹어주고 볼 만한 환경이 도저히 못 되는 것이다.

결국 현재 해외시장의 3D 충성도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이는 곧 ‘꺼질 수밖에 없는 불꽃’이라는 게 명약관화(明若觀火)의 현실이란 얘기다. 미래시장 차원에서 확대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하다. 그리고 이미 그 징표도 나타난 상황이다. 근 1~2년 새 한국, 일본, 이태리, 프랑스 등 세계 굴지의 영화시장들에선 자국영화 점유율이 일제히 급상승했다. 그런데 그 원인을 할리우드 외 각지 영화들의 2D 집중도 차원에서 해석하는 흐름도 존재한다. 끊임없이 3D 콘텐츠를 내밀며 넌지시 더 비싼 입장료를 요구하는 할리우드 콘텐츠보다 차라리 2D로 ‘정상적인’ 입장료만을 받는 자국 콘텐츠에 더 만족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 3D 시각피로, 블록버스터 방향성과 만나면 더욱 극심해져

물론 단순히 비싼 입장료 탓만으로 실사 3D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일고 있는 건 아니다. 3D 기술 자체의 결함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애초 ‘아바타’가 제시한 3D 표현양식 자체가 상당부분 결함을 포함하고 있는 ‘불량품’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매일경제 3월7일자 기사 ‘3D 영상 볼 때 눈 피곤한 까닭’은 중앙대병원 안과 문남주 교수팀이 지난해 9~12월 성인 30명을 대상으로 ‘3D 영상 시청 시 눈 피로도와 연관되는 안과적 인자 규명’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며 “3D 영상 시청 시 조절과 눈모임 능력 감소로 인해 눈에 가깝게 다가오는 것으로 느껴지는 3D 효과에 인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며 “이로 인해 3D 영상 시청 시 눈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D 영상 시청 시 유의사항으로 “1시간 시청에 5~15분 정도 휴식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내용은 많건 적건 ‘아바타’ 당시부터 제기된 문제긴 하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새로 나온 발명품의 신기함 탓에 시각피로 문제가 크게 대두되지 않다가, 이제 신기함은 사라지고 형식 정착시기가 되니 근원적 결함이 대중 차원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3D 형식이 지금의 블록버스터 방향성과는 더더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전반적으로 상영시간을 2시간 이상으로 늘려 다소 긴 내러티브를 보유하게 됐다. 시각적 경이만을 선사하는 방식으론 대중만족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점을 확인, 볼거리도 있으면서 내용도 충분한 형식을 취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블록버스터 황제 제임스 카메론의 1990년대 이후 작품들 평균 러닝타임은 약 2시간39분, 바통을 이어받은 블록버스터 소황제 마이클 베이도 전 작품 평균 러닝타임은 약 2시간27분 정도다. 1980년대 기준으론 가히 에픽 급 내러티브다.

이러니 근래 블록버스터들은 사실상 3D와는 상극관계에 놓인 셈이다. 앞서 문남주 교수도 지적했듯 3D 시청으로 인한 눈의 피로는 1시간 시청에 5~15분 정도 휴식을 요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 드라마나 코미디보다 30분 이상씩 상영시간이 긴 블록버스터에 3D를 접목하려 하니 시각피로는 더욱 극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 실제로 한국에서도 시각피로 탓에 점차 3D를 멀리하는 관객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는 꾸준히 이어진 바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 탓에 3D는 역시 애니메이션에 더 적합한 형식이란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유소년층을 타깃으로 삼은 탓에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90~120분 사이로 러닝타임이 굳어있는 상황이다. 일반 블록버스터들보다 많게는 1시간 가까이 상영시간이 줄어있단 얘기다. 시각피로 측면에서 장르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한편 관람 감흥 차원에서도 주로 내러티브에 집중하는 10~30대용 콘텐츠에 비해 유소년층용 콘텐츠가 더 3D에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비주얼적 충격을 가져다주는 3D는 오히려 내러티브 집중에 방해되는 경향이 있지만, 유소년층용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내러티브가 희박한 유원지형 어트랙션이어서 오히려 3D로 봤을 때 감흥이 더해진다는 분석이다.

● 3D 광풍이 흩뿌리고 간 ‘뒷감당’ 거리들

이 같은 3D 비관론, 또는 3D 한계론은 2009년 겨울 ‘아바타’와 함께 밀려들어온 어마어마한 3D 광풍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참 허탈한 일일 듯싶다. 당시만 해도 세상의 모든 영화가 결국은 3D화 되리라는 전망이 당연한 듯 제시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다음해인 2010년부터도 3D는 중급영화들부터 무너지기 시작했고, 지난해엔 3D 절대보루였던 애니메이션마저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 대실패와 함께 물음표를 그리게 됐다. 1억7000만 달러가 투여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3D 영화 ‘휴고’는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등 무려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불과 1억6549만3753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마케팅 비용과 극장부율을 제하고 나면 2차 시장 수익을 감안해도 적자를 면치 못하리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젠 아무리 완성도가 높아도 ‘무조건 프리틴’을 향하지 않으면 시장이 나오지 않게 됐다는 방증이다.

흥미로운 점은, 3D가 광풍처럼 몰려들어온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란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1950년대 초에 한 번, 그리고 1980년대 초에 또 한 번 이런 분위기가 연출된 바 있다. 1950년대 초에 ‘브와나 데블’이나 ‘하우스 오브 왁스’ 같은 호러영화들이 3D로 무장해 B급영화 시장을 강타했다면, 1980년대 초에는 ‘죠스 3D’ ‘아미티빌 3D’ ‘13일의 금요일 3’ 등 호러영화들과 ‘스페이스헌터’ ‘메탈스톰’ 등 SF영화들이 3D를 장착해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모두 2~3년 정도 성행하다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이런 점에서 3D 비관론, 3D 한계론의 실체는 입장료 상승이나 시각피로 등 명확한 경제적·육체적 요인에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입장료 하락과 시각적 피로를 줄이는 기술이 고안된다 해도 3D는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 3D라는 형식 자체가 어쩌면 그저 ‘유행’에 불과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절묘하게 30년 주기로 밀려들었다 빠져나가는 유행이다.

1950년대에도 1980년대에도, 3D 열풍이 가라앉은 이유는 대개 비슷했다. 역시 영화는 눈요기가 아니라 명확한 내러티브를 통해 인물과 인물들의 얘기를 들려주는 매체, 그리고 인물과 인물들의 얘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들려주는 형식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매체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기본 중의 기본’이 지겨워지기 시작할 때쯤 잠깐 분위기를 환기시켜준 뒤 다시 사라지곤 하는 게 3D 또는 그에 준하는 시청각적 발명품들의 역할이자 한계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제 3D 관련 진정한 화두는 다른 곳으로 옮겨질 필요가 있다. 소위 ‘뒷감당’ 차원으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금은 1950년대나 1980년대처럼 그냥 그렇게 유행이 지나가버리는 걸로 상황이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일제히 3D 장비들을 사들이고 심지어 4D까지 실험하고 있는 극장들 문제는 그렇다 치자. 너나 할 것 없이 3D TV 제작에 나서 지속적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 뒷감당은 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거기다 일시적 3D 붐으로 생성된 각종 관련기업들은?

결국 이 같은 2010년대 3D 광풍의 찬란한 시작과 지저분한 몰락은, 기술적 진보와 예술이 만나 일어난 각종 현상들에 하나의 분수령을 제시해주고 있다. 기술+예술의 형태에 있어 그 방점을 ‘예술’에 찍지 않고 ‘기술’에 찍었을 때 과연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는지 지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만약 3D 광풍의 ‘30년 주기설’이 맞는다고 쳤을 때, 다가올 다음 번 3D(아마 홀로그램일는지도 모르겠다)광풍 시점인 2040년대엔 이런 식의 부작용이 최소화되길 기대할 따름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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