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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 속의 개구리(boiling frog)는 과연?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1. 2. 23. 07:41

-끓는 물 속의 개구리(boiling frog)와 경로의존성

 

우리는 개구리가 끓는 물 속에 들어갈 때 반응을 알고 있다. 아주 뜨거운 물 속에 갑자기 개구리를 넣으면 튀쳐 나오지만, 천천히 뜨거워지는 물속에서는 그대로 있다는 사실. 심지어 개구리는 끓는 물에 목숨을 잃고 만다. 이를 끓는 물 속 개구리(boiling frog) 효과라고도 한다. 미 스탠퍼드 폴 데이비드 브라이언 아서 교수가 주장한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도 비슷한 개념이다. 하지만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개구리는 어느 순간 다다르면 뜨거운 물속에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다만, 누군가 나오지 못하도록 막지 않는다면, 개구리는 위험에서 벗어난다. 경로 의존성에 빠질만큼 정말 무기력한 상태에 있지 않다면 말이다.

 

얼마 전 블랙 핑크가 온라인 공연을 통해서 전세계팬을 28만명 동원했고 티켓 수익도 매출액 110억원 정도를 논할 만큼 성공했다. 내용 면에서도 첫유료 온라인 스트리밍 콘서트는 실제 공연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로써 SM의 비욘드 라이브 콘서트, 빅히트의 방방콘에 이어 YG의 블랙 핑크에 이르기까지 이제 케이팝의 온라인 콘서트는 코로나 19 재난에서 새로운 공연 양식이자, 수익 모델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이러한 점은 대형 기획사들의 합종연횡을 통해서도 알 수가 있다.

 

이미 지난 8, JYPSM과 온라인 전용 콘서트를 기획·운영하는 기업을 공동 설립했다. JYP 대표 박진영은 걸그룹 트와이스의 온라인 콘서트 작업에 나섰다. 두 업체가 공동으로 사업을 벌이는 것은 처음으로 그간 경쟁 관계에서 협업적 관계가 되었기에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뭉쳐야 살 수 있다는 생존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생존의 탈출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온라인 유료 콘서트인 것이다. 단순히 혼자 위기를 돌파하는 것을 넘어서 강력한 콜라보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얼마전 빅히트는 YG7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는데 그 투자의 초점은 온라인 공연 하나에 있지 않았다. 앞으로 YG는 블랙핑크·위너·트레저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MD를 팬 커뮤니티에 입점하게 되는데 이때 그들의 협력 목표가 단지 온라인 유료 공연이 아닌 플랫폼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은 역설적으로 케이 팝에게 새로운 플랫폼의 세계 중심화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기획사들만이 이런 흐름에 주목해온 것이 아니라는 데 더 중요성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도 케이팝 기획사 투자해 온 네이버와 빅히트가 K팝 팬 플랫폼 ‘V라이브위버스의 지분과 사업 영역을 맞교환했는데.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빅히트 자회사 비엔엑스의 지분 49%를 얻고 빅히트 자회사 비엔엑스는 기업명을 위버스컴퍼니로 변경한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10월에는 빅히트와 YG가 증강현실 아바타 플랫폼 네이버제트에 12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역시 온라인 콘서트를 내포하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때문이다.

 

어쩌면 이러한 사례는 코로나 19 이후 경영에서 뉴노멀 시작일 것이다. 한국의 기업은 일단 성공의 기류가 있으면 무조건 재벌 경영 방식을 추구한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각 분야에 진출하는 곳이다. 이른바 문어발식 경영이다. 이러한 점은 케이팝 기획사들에도 반복된 바가 있고, 한때 비판에 직면했으며 실제 경영위기에 몰아넣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 19 상황에서 각 기획사들의 대응 방식은 그간의 기업 경로의존성과 달라졌음을 느끼게 한다. 각자 도생으로 1등이 되기 위해 출혈 경쟁을 하기보다는 서로 부족하고 강한 점을 상호보완하면서 전체 파이를 키워가는 가운데 자신의 특화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뛰는 개구리를 억누르지만 않으면 더욱.

 

글/김헌식(박사, 미래대안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