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게으른 나르시스트의 향연?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3. 17. 15:27

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아내의 유혹’을 두고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30대 여성들은 30대 취향인 ‘아내의 유혹’보다 10대 취향의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더 시청했다. 오히려 ‘아내의 유혹’에 많은 10대들이 있었다. ‘꽃보다 남자’는 케이블 방영에서도 30대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원작 만화의 구매도 30대의 비중이 컸다. 왜 그녀들은 10대 취향의 ‘꽃보다 남자’에 열광한 것일까? 어떤 이들은 10대 소녀시절 읽었던 원작 만화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탄탄한 원작 만화의 감동을 드라마를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기려는 심리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으로 ‘꽃보다 남자’에 열광하는 심리를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꽃보다 남자’에 빠져든 30대 여성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꽃보다 남자’에 여성들을 불러 모으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F4다. 이런 말이 회자되었다. “10대는 ‘꽃보다 남자’의 F4를 설레며 보고, 20대는 선망에 차서 보며, 30대는 ‘어휴 귀여운 것들’하며 시청한다.”여기에서 ‘귀여운 것들’이라는 말에는 ‘통제감’의 심리가 담겨 있다. 통제감을 느낄수록 게임기 조이스틱을 마음대로 조작할 때처럼 쾌락은 증가한다. ‘꽃보다 남자’에는 남자가 없고, 모두 소년들만 등장한다. 부모 잘 만나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나대지만 결과적으로 부족한 인간이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충동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구준표의 캐릭터는 이를 잘 말해준다. F4의 각 캐릭터는 결국 30대 여성들이 손바닥 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없는 심리 상태를 드러낸다. ‘조강지처클럽’이나 ‘아내의 유혹’에 등장하는 부족하기만 남성들의 캐릭터가 ‘꽃보다 남자’에는 소년 버전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철이 덜든 소년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철든 누나들이다. 금잔디는 바로 철든 누나의 표상이자 동일시할 수 있는 주인공 캐릭터다. 비록 금잔디는 집은 가난하지만 일찍부터 세상물정을 터득하고 있고, 부모의 돈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립해있다. 요컨대, 이런 철든 누나에 부유층 자제들은 좌지우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파리의 연인’에 등장하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과 같다. 언제나 강한 남성에게서 보호받으려는 이중심리도 갖는다. 더구나 ‘꽃보다 남자’에 등장하는 것은 보통의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유아적인 걸리쉬 나르시시즘이다. 즉 소녀적 취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 꽃남이면서 부유한 남자들이 경쟁하듯이 달려든다는 심리다. 이는 자기애의 극단이다. 이런 여성을 꽃남이면서 부유한 남자들이 좋아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환상일수밖에 없다. 상상은 자유지만 이러한 심리가 매우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문화 콘텐츠의 양산으로 이어진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이 자기의 취향이나 태도만을 지키고 있으면, 언제나 멋진 남성이 주위에 들끓을 것이라는 몽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잔디가 달리 노력하는 것은 없음에도 늘 화려한 꽃남들에게 인기가 있고, 부지런히 노력함에도 오히려 금잔디를 질투하고 공격하는 인물이 되는 소녀들이 잔뜩 포진된다.

문제는 현실의 꽃남이면서 성공한 남성들은 결핍되거나 부모의 품안에 기대어 있는 응석받이 소년들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꽃보다 남자’의 꽃남 같이 자신들의 손안에서 마음대로 통제감을 행할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꽃보다 남자’를 즐겨보는 심리는 현실적 좌절의 대리충족에 다름 아니다. ‘꽃보다 남자’를 둘러싼 30대 여성의 몰입은 자신은 성숙한 여성으로 변신하기를 거부하는 게으른 나르시시스트들의 향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환타지로 도피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남성의 기호를 반영하는 노력이 더 우선되어야 30대 이후의 삶이 더 현실적이고,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꽃보다 남자’의 나라에서 산다면 나르시소스처럼 자기 세계에 빠져죽고 만다. 너무 진지했나.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