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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영화 아바타의 천만관객, 한국영화의 위기?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7:27

<김헌식 칼럼>영화 아바타의 천만관객, 한국영화의 위기?

입력 2010.01.28 09:44

 




[김헌식 문화평론가]영화 < 아바타 > 는 타이타닉의 기록을 능가했다. 영화 < 아바타 > 의 흥행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기도 하고, 한국영화계와 사회에 과제를 던져주기도 했다. 단순히 3D 기술만 취하면 한국 영화의 돌파구가 열리는 듯 간주하는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도 우려스럽다. 

대부분 영화 < 아바타 > 의 천만관객 동원을 예측하지 못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영화의 연출자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영화 < 아바타 > 를 혹평하기도 했다. 서사구조는 엉성하고, 영화에 담긴 철학은 빈곤하다는 것. 어쩌면 이러한 혹평을 통해 한국영화에 닥친 위기상황을 모면하려 한 것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대중적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을 더 우선하며 영화 < 아바타 > 가 지닌 대중 영화의 특징을 묻어버릴 수는 없었다. 

2009년 < 트랜스포머 > 가 개봉했을 때 많은 이들은 이 영화의 천만관객 동원을 우려했고, 그해 최고의 영화는 사상 최초로 외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행히 영화 < 해운대 > 가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 흥행에 한국 영화에 대한 민족적 의식도 작용했다. 2010년 현재, 아바타의 흥행 성적을 능가할 한국 영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영화에 대한 민족적 의식도 옅어졌다. 물론 < 트랜스포머 > 와 < 아바타 > 는 비교될 수 없었다. < 트랜스포머 > 는 주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영화 < 아바타 > 는 전계층은 물론 남녀 성을 아우른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단순히 우려와 경계를 통해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더 이끌어내려는 것이 아니다. 

일단 영화 < 아바타 > 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대중문화 심리에 충실한 점이다. 공통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요소로는 (1)자연 친화성 (2)로맨스와 멜로 (3)선과 악의 상대적 대결 구도 (4)파격적이고 아름다운 영상 (5)예측 가능한 서사 구조의 명확성 (6)사회적 메시지 (7)개성있는 캐릭터와 독특한 체험거리(3D) (8)액션과 어드벤처의 극대화 등이다. 

무엇보다 사회 심리적 대리만족과 자아 통제감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자신의 손과 발로 뛰고, 동물과 교감을 이루어 달리고 하늘을 나는 설정은 인간이 지닌 자아 통제감을 충만하게 한다. 영화 < 아바타 > 의 제이크 설리가 무력한 육체를 가지고 있듯 현대 조직 사회에서 한 개인은 용병과 같이 부속품에 불과하다. 

아바타는 그러한 현실을 벗어나 자유자재의 존재로 재탄생하게 한다. 인간의 몸과 의지를 사용해 자유자재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이루어내는 것은 거대한 기계 문명 속에서 현대인들이 꿈꾸는 것이다. 한국 영화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자아통제감을 극대화하는 컨텐츠이다. 

무력한 개인(제이크 설리의 아바타)가 단계적인 학습을 통해 마침내 영웅으로 등장하는 과정은 동양의 무술영화를 보는 듯 했고, 이는 서양 영화의 결과론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영화를 지켜보는 관람객은 마치 자신이 성장하는 것으로 느끼게 된다. 융합의 지향점은 단순히 테크놀로지와 기업의 통합이 아니라 심리의 통합이다. 이점은 한국영화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 융합에서 간과되는 점이기도 하다. 

절대적 존재인 신을 버리고 자연을 숭배하게 한다는 교황청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영화 < 아바타 > 는 그린 코드(green cord)가 유행적 키워드임을 다시 보여주었다. 특히 복합적인 경제 불황은 인류의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까지 다시금 일깨웠다. 실업과 불안한 고용상황은 더욱 경제 시스템에 대한 회의감을 들게도 한다. 나비족이라는 자연 융합적 부족과 그 속의 캐릭터들은 현재의 막막한 상황을 벗어나 자유와 행복을 동시에 느끼는 현대인의 자아투영체가 되었다. 

영화 < 아바타 > 가 스토리텔링이나 통찰의 측면에서 별 다를 게 없다고 해도 대중 오락영화에서 이러한 자연과 문명, 대안적 세계를 고민하는 것은 한국영화의 범주와 스케일을 볼 때 비교대상이 되지 못한다. 단순히 국내의 화두와 소재에 치우쳐 국내 시장 방어에만 치중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2010년 한국 영화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예측된다. 전쟁영화들이 대거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경택 감독의 < 아름다운 우리 > , 백운학 감독의 < 연평해전 > 등은 연평전투를 소재로 다루며 공군의 열화와 같은 지원을 받으며 < 빨간마후라 > (1964)의 속편이 제작된다. 탑과 권상우가 출연하는 < 포연 속으로는 >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을 다룬다. 한편 오랫동안 해외 마케팅을 해왔던 < 디데이 > 가 강제규, 장동건의 재결합 속에 제작되어 국내 흥행은 물론 해외 진출결과가 기대되는 2010년 영화계다. 

일부 영화는 3D로 제작되기도 하지만 세계적 보편성을 담아낼 수 있을지 조심스럽다. 천만관객을 동원하는 한국영화가 나올 수 있을지 기대되는 가운데 임권택,임상수, 김지운, 류승완, 나홍진 감독들의 차기작이 개봉한다. 최소한 보편적 주제의식을 통해 필수적인 재인식이 필요한 깨달음을 다시금 일깨우는 작품이 많아도 한국영화의 장래는 밝을 것이다. 새로운 담론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을 향한 무의식적 재교육일 수도 있겠다. 

수준높은 새 담론이 없다고 해도 그것을 평가하기 위해 대중오락영화인 < 아바타 > 를 보는 관객은 많지 않다. 환경에 대한 고민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통해 몇 시간 내내 한다는 것은 매우 큰 교육적 효과까지 있다. 

이러한 교육적 효과는 3D를 통해 더욱 배가되었다. 2D를 본 관객이 다시 3D로 다시 재관람하는 형태는 영화의 관객동원을 증대시켰다. 그것이 영화 흥행의 중요한 요인이기도 했지만, 영화 속의 주제의식을 재강화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미 존재했던 3D 화려하게 부활시켜 낸 것은 생소한 것만을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서 이미 존재하는 것을 어떻게 재창조하는 것이 중요한 지 일깨운다. 

영화 < 아바타 > 를 통해 3D를 둘러싼 치밀한 마케팅 전략도 눈여겨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심각한 과제를 던져주기도 한다. 한국은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본격적인 3D영화는 제작해보지 못했고, 그 영화에 대한 노하우도 그렇게 많지 않다. 무엇보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할리우드에 종속되어야 한다.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진 관객들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 때문에 2인자의 추격 모델의 한계가 나타나기도 한다. 대형 제작비가 들어가는 3D영화에만 제작비가 몰릴 경우, 영화의 다양성과 예술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문화적 격차에 대한 문제제기도 과제다. 특히 높은 관람료는 기대감에 비례하여 실망감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영화 < 아바타 > 로 빚어진 3D영화의 유행은 문화적 소외 현상에 대한 대응이라는 과제를 던져주기도 했다. 비싼 관람료 때문에 관람을 하지 못하는 문화 소외지역 주민과 저소득층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불거질 수 있겠다. 이는 3D는 물론 테크놀로지의 상품적 발달에 따른 문화 정책적 과제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