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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사형제 부활 논란, 영화에서의 해법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7:41

<김헌식 칼럼>사형제 부활 논란, 영화에서의 해법은

 2010.03.17 10:47

 




[김헌식 문화평론가]드라마 < 추노 > 에서 송태하(오지호)와 이대길(장혁)은 저자거리에서 교수형을 당할 뻔 했지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다. 물론 두 명은 사형수인 셈이다. 그들은 주인공이기 때문에 억울한 사형수이어야 했다. 사형 집행은 불합리한 권력자의 정치놀음에 걸려 들었기 때문에 이루어졌다. 물론 사형수들 모두를 무죄의 극적 주인공으로만 그려낼 수 없는 현실도 분명 있다. 다만 그간 정치적 의도와 제도의 실시가 매우 밀접했고, 이에 따른 트라우마가 있는 한국사회의 한 징후이겠다. 하지만 그러한 징후만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근래 사형제를 다룬 한국 영화가 개봉된 바가 있다. 2009년 교차 상영 논란 속에서 선전했던 영화 < 집행자 > 는 사형제를 둘러싼 교도관들의 심리적 갈등을 짙은 휴머니즘으로 드러내면서 제도적 모순에 집중한다. 2010년 김윤진의 국내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 하모니 > 도 사형집행을 다루고 있다. 영화 < 집행자 > 가 남성판이라면 영화 < 하모니 > 는 여성판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영화는 상당히 영리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사형집행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에 바탕을 두고 있고, 그것이 노이즈 마케팅의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되기도 했다. 다만 < 하모니 > 는 사형제를 둘러싼 정치적 맥락은 배제했다. 

영화 < 집행자 > 는 두 명의 사형수를 대비시키고 있다. 중범죄는 지었지만 회개한 착한 사형수와 중죄를 너무 많이 저질렀음에도 뉘우침이 없는 사형수이다. 사형수 이성환은 가정집에 들어가 절도를 하던 중 얼떨결에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수가 되었지만 일상에서 그의 삶은 선하기만 하다. 회개하며 어느덧 70대가 되었지만, 사형제도는 12년째 움직이지 않았다. 영화에서는 갑자기 희대의 살인마 장용두가 입소한다. 연쇄 살인에 대한 강력한 정권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연쇄살인마 장용두를 사형시키기로 하면서 덩달아 이전에 집행하지 못한 사형수 집행도 함께 이루어진다. 

김교위(박인환)와 사형수 이성환(김재건)은 깊숙한 친교를 맺어왔고, 김교위는 친한 친구의 사형을 집행하게 된다. 김 교위는 대공황기의 교도소 안의 죄수와 교도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 그린마일 > 의 폴(톰 행크스)같이 존 커피에게 우호적이었다. 그의 무죄를 확신하는 폴이지만 존 커피의 사형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 영화 < 집행자 > 는 < 그린마일 > 과는 달리 이성환의 죄는 분명 존재했다.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의 윤수(강동원)와 같다. 윤수는 애인에게 필요한 돈을 마련하려다가 사람을 죽이고 만다. 영화 < 집행자 > 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죄를 짓고 회개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사형제는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무조건 사형수와 인간적인 관계를 부각하는 것은 아니다. 10년차 교도관 종호(조재현)는 "짐승은 강한 놈에게 덤비지 않는 법"이라면서 장용두를 제압하는가 하면 그의 사형집행에는 적극적이다. 다른 이들에게 큰 해를 준 이들은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매우 현실적인 캐릭터이다. 물론 종호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큰 정신적 외상을 입고 만다. 

영화 < 하모니 > 는 여성 사형수들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교도관들은 서브라인의 중심이 된다. 여성사형수들은 나름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다. 이들 여성 사형수들이 주축이 되어 교도소 합창단을 만들고 마침내 큰 성과도 이루어낸다. 하지만 좀처럼 실시하지 않았던 사형제가 집행되고 만다. 사형수 문옥(나문희)이 그 대상이었다. 

과거 전직 음대교수였던 문옥은 젊은 여성과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자신의 차로 몇 번 들이받고 만다. 그러나 교도소 내에서는 지휘자로 합창단의 결성과 사형수들의 인화단결을 이끌어내면서 큰 효과를 이루어낸 장본인이었고 화기애애해진 교도소 분위기와는 달리, 곧 사형집행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역시 이 영화에서 사형제의 집행에도 회개와 회개하지 않은 자의 구분이 없었다. 제도의 기본적인 속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16일, 이귀남 법무부장관이 청송교도소에 사형집행시설을 설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사형제에 대한 찬반 논란은 그간 매우 뜨겁게 벌어져왔다. 앞선 영화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대중심리는 그 사형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자는 기본적인 인지상정이다. 또한 인간을 위한 제도가 인간을 소외하고 거세시키는 형태로 악용되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도 그대로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당대의 합리적 방향으로 해석하는가가 관건이어야 함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