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말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지혜의 마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7. 1. 30. 21:33

천년의 내공이 미래에도 계속되려면

 

온고지신의 관점에서 볼 때, 고전은 단지 읽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닌 현재에도 그 쓰임이 있어야 바람직하다. 여기에서 쓰임이란 단지 지적 유희와 만족에 머무는 것을 아닐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경영 성공 이후 인문학이 새삼 눈길을 끈 것은 그가 경영학적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성과의 배경이 인문 고전에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던 스티브 잡스였고 그가 애플을 통해 보여준 ICT업적은 충분히 고전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고전에 대한 쓰임은 반드시 경영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본래 경영이란 말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아우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고전과 사상의 그 기본 토대는 정치 사회사상에 있다. 고전에서 사상가들이 살아생전 언급하던 일깨움들은 정치와 경제, 그리고 기업과 국가의 운영이 채 분리 되지 않았을 때 탄생한 것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가 있는데, 단지 과거에만 머물고 있지 않다는 점은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현재를 봐도 알 수가 있다. 더구나 중국의 경제 성장을 볼 때는 완전한 자본주의 체제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기업과 국가의 운영도 완전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 여전히 국가시스템이 기업과 사적 영역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만약 중국에서 기업 운동이나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은 중국 리더들의 발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드 사태가 일어났을 때 한류 스타들의 활동이 한때 어려워졌던 것은 이런 국가 의사결정자들의 의중을 미리 반영하는 관련 기업들의 행태 때문이었다.



천년의 내공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조윤제의 '내가 단단해지는 새벽 공부 천년의 내공'은 개개인들의 내공을 쌓게 해줄 수 있는 고전의 일깨움을 담고 있으면서도 중국 지도자나 국가 리더들이 언급한 사례들이라는 점을 말해 이색적이었다. 그런 말들을 통해 보편적인 지혜는 물론이고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게 한다.


걱정과 어려움이 나를 살게 하고 안락함이 나를 죽음으로 이끈다.”는 맹자(고자하편)의 말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2013년 마오쩌뚱 탄생 120주년기념 좌담회에서 인용했다. 중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하는데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도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고 대비하면 화를 피할 수 있다.”(좌전)는 말을 인용하고는 했다. 19543월 항저우에서 모간산을 감상하던 마오쩌뚱은 십년간 칼을 갈았으나 서리같은 칼날을 아직 시험해보지 않았다.”는 당나라 가도(검객 편)을 말을 되뇌이며 중화민국을 확립했다. 미래 준비는 시진핑 국가 주석의 입에서 여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아름드리나무도 털끝 같은 씨앗에서 나오고 높은 누대고 한무더기 흙을 쌓는데서 시작되고 천리 길도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그는 이런 노자의 말을 20146월 평화공존 5원칙 선언 60주년 기념식에서 말했 것이다.


중국의 속심은 많은 지도자들이 인용한 문구에서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송나라 왕안선이 등비래봉에서 말한 뜬 구름 사이 시야를 가려도 두렵지 않은 것은 내 몸이 가장 높은 곳에 있어서라네.”1997년 백악관 만찬에서 장쩌민 전 국가 주석이 인용하고, 2005년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을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 2012년 한중일 국제 포럼에서 루수민 중국인문외교학회 부회장이 인용했다. 물론 혼자만 그러겠다는 의도를 내비치면 곤란하니 서로 힘을 합쳐 큰 시야에서 관계를 개선하자는 의미가 될 것이다. 후진타오 전 주석도 천리 밖까지 바라보고자 다시 누락을 한층 더 오르네”(당나라 왕지환, 등관작루)라는 시를 대만 국민당 주석과 회담하면서 인용하기도 했다. “복숭아를 던져주자 오얏으로 보답했다.”<시경>의 어구는 2015년 류샤오밍 영국 주재대사가 인민일보글에서 언급한 것이다. 이는 아낌없이 복숭아를 줄테니 오얏으로 그대들은 답하라는 말이다. 대국적인 관계개선의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2014년 시진핑 주석은 제6차 중미 전략 경제대화의 기조연설에서 바다는 광할해 물고기 뛰어 놀고 하늘은 높아 새들이 날아오른다.”(당나라 승려 현각의 어록)라고 했다. 이는 더 넓은 관점과 범위에서 상호간의 이익과 번영을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였다. <맹자>공손추에는 하늘의 때는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득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라고 했는데 2014년 시진핑 주석과 방한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성과를 발표하며 이를 인용했다. 어떤 결과를 위해서는 결국에는 사람간의 화합이 제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의 리더들은 속은 어떨지 몰라도 오만한 태도를 보이려하지 않는다. 2015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국가 주석은 워싱턴 연회에서 복숭아와 오얏은 말을 하지 않아도 나무 밑에 저절로 길이 생긴다.”(<사기>, 이장군전)라고 했다. 이는 오얏과 복숭아가 있는 미국을 찾아왔다는 겸양과 존중을 내포한 말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결국 관계증진을 통한 좋은 결과로 돌아오는 것을 함의한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베트남 청년 대표들과의 만나 중국 국민들은 공자의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않는다라는 말을 존중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무조건 약소국에게 강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남중국해 사태는 이러한 말을 믿게 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때 중요한 곳은 공공의 원칙일 것이다. <예기>예운에 이르길 대도가 행해지면 천하가 공공의 것이 된다.”고 했는데 이는 쑨원이 인용했다. 누구에게나 공평무사한 원칙과 제도가 확립된다면 공정과 정의의 국가와 국제 사회가 된다는 말이다. 맹자 공손추에 도에 맞지 않으면 돕는 이가 많고 도에 어긋나면 도움을 얻기 힘들다.”라고 했는데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013년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한 일본 아베 총리에게 인용한 말이다. “천하 사람들이 근심하기에 앞서 근심하고 천하 사람들이 즐긴 후에 즐긴다.”는 송나라 범중엄의 악양루가에 나오는 시구절로 주룽지 전 총리의 좌우명이다.


개인의 자세 함양도 중요한 문제이다. 강조할 수 있는 것은 배움과 도덕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 공자연구회를 방문해 영민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며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공자의 말을 인용했다. 201331일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개교 80주년 행사에서 역시 논어의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리석어지고 생각만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를 인용했다. 2015년 세계은행 총재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는 공자의 아는 것을 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하는 것이 아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한다. 진정한 앎에 대한 견해는 정보의 홍수인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덕과 윤리는 중국에서 중요해졌다. 논어에 이르길 자신의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해지고 자신이 바르지 못하면 비록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이는 시진핑 주석이 칼럼을 통해서 인용한 글이다. 또한 선을 따르기는 산을 오르는 듯 어렵고 악을 따르기는 담이 무너지는 듯 순간이다.”(국어, 주어하편) 2013년 각 청년들과 대담을 하던 시진핑 주석이 인용만 말이다. 근심과 우환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쌓이고 지혜와 용기는 있어도 무엇에 탐닉하면 곤경에 처한다.“(송나라 구양수, 영관전서)는 시진핑의 인용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 책은 개인들이 오늘날에도 취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고전이나 명저 속 일깨움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현재 중국의 국가지도자들도 여전히 고전 속에서 길을 찾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향후에 정치 경제 국제 외교에 영향을 미치고 미칠 것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동양 고전이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통치와 경영 원리로 사용되고 있는 생생한 현장과 사례를 확인시킨다. 더구나 중국이 향후 미국 질서에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고전 속에서 어떤 말들이 그들에게 채택되고 있는 지는 궁금함을 증폭하기도 한다. 그것은 결국 천년 이상의 내공이 적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앞으로 천년을 열어갈 수 있는 미래 가치가 담겨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나라 이백의 행로난에 있는 큰 바람이 물결 헤치면 구름 돛달고 드높은 바다로 나아가리.”라는 싯구를 2006년 전 주석 후진타오가 미국을, 2014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인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