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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이 왜 워스트 트레서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0. 1. 1. 11:56


연기 영화 시상식이 열릴 때면 배우들의 옷차림이 화제가 된다. 이번 연말 시상식에도 예외가 없었다. 이를 대하는 언론 보도 태도는 많은 논란을 낳기도 한다.

 

2009 KBS 연기대상 수상식에 나선 배우 구혜선이 최악의 워스트 드레서라는 평가가 있었다. 다음은 그 가운데 하나다.

 

[연말 시상식] '베스트' 김남주vs'워스트' 구혜선 (방송 3사)

http://www.sportsseoul.com/news2/entertain/hotentertain/2010/0101/20100101101040100000000_7806072469.html

 

이러한 지적한대로 구혜선이 워스트 트레서인가? 학교 교복 스타일의 옷을 입었기 때문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의미를 놓친 것이 아닐까? 가장 시청자를 배려했고, 시상식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 것은 아닐까.

 

구혜선은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와 연관있는 옷을 입고 나왔다. 설마 여고생처럼 어리게 보이고 싶어 나오지는 않았겠다.

 

과연 시상식에 드라마와 연관 있는 옷을 입고 나오는 배우가 있었나.  특히 여배우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마치 미의 여신이라도 되는 듯이 나온다. 그것은 작품 자체에 대한 캐릭터의 부정으로 비치는 경우도 있다. 시상식이라는 격식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방송 연기자상은 시청자가 우선이어야 하겠다.

 

예컨대, 드라마에서 촌스러운 역을 했거나 뚱뚱한 노처녀 역할을 할 때 연기자는 시상식에서 극중캐릭터가 아니라  미의 여신임을 자임한다.  '사실은 나 드라마속의 그런 모습 아니에요' 하듯이 말이다.

 

예컨대, 몇년전 <내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는 시상식장에 정말 극중 주인공을 부정한 모습으로 나왔다. 통통하고 나이먹은 미혼여성의 모습은 없었다. 많은 의미를 담았던 극중 캐릭터와 의상, 화장 상태로 등장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드라마와 관계없는 것도 결국 시상식장들의 여성 연기자들의 모습은 오히려 짙은 화장과 화려한 옷깃으로 자신을 위장하는 것이겠다. 그렇다고 미실이 무거운 가채머리와 사극 의상을 입고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겠다. 자유 선택을 해야 하며, 적어도 극중 캐릭터를 살리려고 시상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 돌은 던지지는 말아야 하겠다. 물론 정말 시청자를 사랑한다면 그 하루 그 분장을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사실 시청자들은 드라마 때문에 시상식을 본다. 시상식이나 배우 자체 때문에 보지는 않는다. 자신이 감동받은 장면들을 떠올리며, 시상식장에 나선 배우들을 기다리며 드라마 속에서 인상 깊거나 감동적이었던 이미지를 다시 연상하기를 바란다. 그런 면에서 배우는 시상식장에서 아바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흔히 시상식장은 그러한 연상을 배우에게서 기대할 수 없다. 배우들은 아바타를 짚어던지고 나온다.

 

구혜선이 비록 학교 교복스타일의 옷을 입고 나온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구혜선도 얼마든지 다른 아름다운 옷을 입고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애써 교복 스타일의 옷을 착용한 것은 시청자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보아야 하겠고 그렇게 의미를 두어야 하겠다.

 

앞으로 시상식은 그렇게 변해야 하는 것 아닐까. 코스튬 플레이가 대중문화코드로 확장되고 있는 마당에 배우들이 그 복장을 착용하고 나오는 것이 단지 워스트의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은 너무 근시안적이라 생각된다. <아이리스>의 김선화(김소연), 최승희(김태희)가 그 복장 그대로 나오면 어땠을까 싶다. <아이리스>가 자신을 구원했다는 김태희의 수상소감이 더 살지 않았을까.

 

더구나 시상식에 단지 출연하기 위해 여배우가 들이는 돈이 얼마인가. 그러한 경비가 없는 배우들은 시상식장에 참석하기 정말 두려운 일이다. 더구나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꽃단장을 했음에도 많은 여배우들이 정작 시상식장에서 상도 받지 못했다. 그들의 의상비는 뭐 땅을 파서 나오는가. 무엇보다 차려입은 그들이 어느 드라마에 어떤 캐릭터로 출연했는지 가늠하기도 힘들게 화려하게 감추고 시상식장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