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광장세대가 성공시킨 ´록페´ 전설이 되려면
데일리안 | 입력 2010.09.25 07:29
[김헌식 문화평론가]영국 남서부 서머싯 주의 옛 도시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는 전설의 고장이었고, 그 전설의 영광을 다시 만들어준 것이 음악페스티벌이었다. 오랜 옛날 글래스톤베리는 아더왕의 안식처였고, 1191년에는 아서왕의 유해가 실제로 발굴되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세기경 아르마티아의 요셉이 예수의 성배를 가지고 정착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이러한 전설들이 유구하게 전해지는 덕에 이 고장 사람들에게는 성스럽고 정결함의 정체성이었고, 이 지역민들도 이를 큰 자부심과 긍지로 여기고 있었다. 엄숙하고 차분한 글래스톤베리는 농촌의 정서가 묻어나는 고요의 명상 지역으로 각인될 법한데, 어느날 도발과 광기, 충동, 일탈, 젊음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역시 음악페스티벌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시작된 그 페스티벌은 글래스톤베리를 옛 퇴락의 땅에서 새로운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어느새 글래스톤베리에 퇴락의 땅에 모여들기 시작한 히피들은 단순한 히피들이 아니라 젊은 음악인들이었다. 정중함과 고풍스러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역주민들은 이들을 배척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은 그들을 외면하지만은 않았다. 그가 바로 서머싯의 젊은 농장주 마이클 이비스였다. 그는 히피들에게 자신의 농장 일부 지역에 기거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가 다른 뜻이 크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음악에 관심이 있어서였다.
1970년 9월 19일, 지미 핸드릭스가 죽고 나자 마이클 이비스는 그를 추억하기 위한 작은 음악축제를 열기로 한다. 그것이 바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시작이었다. 단 하루동안만 자신의 150에이커에 이르는 농장의 문을 열고 그곳을 무대 삼아 음악축제를 연다. 1파운드만 내면 팝과 포크 가수들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했고, 이때 1500명의 사람만이 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15만 명이 해마다 4일간 400여개의 공연을 한다. 1파운드 했던 티켓 가격은 125파운드가 되었고, 발생한 수익의 일부인 135만파운드가 각종 자선기금으로 쓰인다. 해마다 전세계 음악팬들이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세계대표 축제가 되었다. 이 축제로 인해 다시 한 번 글래스톤베리는 성스러운 곳이 되었다. 문화 부족장들인 히피들이 전세계에서 이 성스러운 땅을 밟기 위해 방문하려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단발 행사로 삼으려 했던 농장주 마이클 이비스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낳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글래스톤베리의 사례는 음악페스티벌의 모범적인 모델이 된지 오래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이러한 방식의 음악축제가 기존의 음악공연이 가진 한계들을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음악공연은 단 몇 시간에 끝이 난다. 길어보았자, 하루면 충분했다. 공연은 막힌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콘서트 방식이 많았다. 젊은 열정을 뿜어내기에는 협소했다.
또한 음악 공연은 대부분 도시에서 이루어졌다. 도시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도시에 밀집했을 때는 도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화려한 무대가 제격이겠지만, 도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산업화의 완숙기에는 오히려 도시탈출을 염원할 수 있겠다. 음악페스티벌은 그런 일상 공간에서 탈출하고 해방하려는 자유와 일탈의 심리에 많은 부분 기대었다.
한국에서도 7월말과 8월초에는 록페스티벌이 열린다. 인천 드림파크에서 열린 인천펜타포트를 시작으로, 경기 이천에서 열린 ´지산밸리록페스티벌´로 이어져 음악팬들을 흥분하게 했다. 이들 음악 페스티벌의 특징은 바로 '캠핑페스티벌'이라는 점이다. ´2010플레이그라운드뮤직 & 캠핑 페스티벌´은 춘천의 중도를 배경으로 음악·캠핑·영화·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접하는 복합 문화 축제인데, 아예 캐치프레이즈 가운데 하나가 '2박 3일동안 놀아보자!"이다.
이러한 몇 박 동안의 음악 공연 참가는 자연친화적인 여가활동과 맞물리는 음악페스티벌문화라고 할 수 있다. 글래스톤베리의 무대가 농장이었던 점은 이제 낯설지 않고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는 점을 애써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즉, 국내에서도 야외에서 자연을 즐기면서 국내외 음악가들의 음악을 만끽하려는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각 지방에서 추진하고 있는 오토캠핑장은 음악페스티벌을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젊은이들은 단순히 캠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비롯한 각종 다양한 문화장르들을 만끽하려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족단위의 참가자들도 음악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는 추세이다. 음악페스티벌 행사장에는 캠핑존이 반드시 들어서야 하고, 그에 따르는 부대시설이 필수적이다. 화장실은 물론 냉난방에 샤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점은 과거 음악폐인들이 음악페스티벌에 참여하던 것과는 다른 풍경이기는 하다.
무엇보다 이렇게 여러 날 새면서 즐기는 음악페스티벌은 일탈성이라는 단순한 저항 심리나 의식의 차원에서 벗어나고 있다. 글래스톤베리나 여타 다른 음악페스티벌이 주류사회에 대한 저항의 목적이 있었다면, 이제 음악페스티벌은 즐거움과 유희성의 요소가 강화되고 있다. 또한 육체는 피곤하더라도 정신적인 충전을 하면서 다시금 도시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목적까지 겸비하게 되었다. 이는 공연 관람 행태가 많이 달라진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공연을 보는 규격화된 관람 행태는 없지만, 또한 격정과 괴성의 몸짓으로 무대를 향해 적극적으로 반응만 보이는 공연행태와는 거리를 두기 때문이다. 열정적인 몸짓과 공연을 보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자연의 향기를 마음껏 들이킬 수도 있다. 모로 누워서도 보고, 양반다리로 앉아서 볼 수도 있다.
음악 공연 중간에 배가 고프면 먹으면 되고, 수다를 떨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된다. 힘들면 그냥 아무데나 쓰러져서 자도 된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춤을 즉석에서 추어도 된다. 대개 서양의 음악페스티벌이 열정적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강박적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자유분방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서양인과 달리 한국인들은 일탈보다는 점잖은 공연관람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캠핑형 음악페스티벌은 충분히 달라진 문화풍경이면서, 새로운 문화접합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캠핑의 미덕은 즐거운 공간에서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런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 그리고 유명가수들과도 운이 좋으면 격의 없이 어울릴 수 있다. 때문에 단순히 친구나 가족끼리 떠나는 좁은 범위의 휴식 문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러한 것이 가능한 것은 2002년 이후 붉은 악마 응원문화에 익숙한 광장세대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음악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은 하나의 커다란 광장인 셈이다.
더구나 그 광장은 이제 세계인과 소통하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음악페스티벌의 참여자들은 자유롭고도 여유 자적하면서도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듣고 표현하면서 정형화된 음악페스티벌 참여를 우리식대로 바꾸어 새로운 문화로 융합해내고 있다. 다만 글래스톤베리처럼 전설을 이어 다시금 전설을 만드는 음악페스티벌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설들이 유구하게 전해지는 덕에 이 고장 사람들에게는 성스럽고 정결함의 정체성이었고, 이 지역민들도 이를 큰 자부심과 긍지로 여기고 있었다. 엄숙하고 차분한 글래스톤베리는 농촌의 정서가 묻어나는 고요의 명상 지역으로 각인될 법한데, 어느날 도발과 광기, 충동, 일탈, 젊음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역시 음악페스티벌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시작된 그 페스티벌은 글래스톤베리를 옛 퇴락의 땅에서 새로운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어느새 글래스톤베리에 퇴락의 땅에 모여들기 시작한 히피들은 단순한 히피들이 아니라 젊은 음악인들이었다. 정중함과 고풍스러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역주민들은 이들을 배척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은 그들을 외면하지만은 않았다. 그가 바로 서머싯의 젊은 농장주 마이클 이비스였다. 그는 히피들에게 자신의 농장 일부 지역에 기거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가 다른 뜻이 크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음악에 관심이 있어서였다.
1970년 9월 19일, 지미 핸드릭스가 죽고 나자 마이클 이비스는 그를 추억하기 위한 작은 음악축제를 열기로 한다. 그것이 바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시작이었다. 단 하루동안만 자신의 150에이커에 이르는 농장의 문을 열고 그곳을 무대 삼아 음악축제를 연다. 1파운드만 내면 팝과 포크 가수들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했고, 이때 1500명의 사람만이 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15만 명이 해마다 4일간 400여개의 공연을 한다. 1파운드 했던 티켓 가격은 125파운드가 되었고, 발생한 수익의 일부인 135만파운드가 각종 자선기금으로 쓰인다. 해마다 전세계 음악팬들이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세계대표 축제가 되었다. 이 축제로 인해 다시 한 번 글래스톤베리는 성스러운 곳이 되었다. 문화 부족장들인 히피들이 전세계에서 이 성스러운 땅을 밟기 위해 방문하려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단발 행사로 삼으려 했던 농장주 마이클 이비스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낳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글래스톤베리의 사례는 음악페스티벌의 모범적인 모델이 된지 오래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이러한 방식의 음악축제가 기존의 음악공연이 가진 한계들을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음악공연은 단 몇 시간에 끝이 난다. 길어보았자, 하루면 충분했다. 공연은 막힌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콘서트 방식이 많았다. 젊은 열정을 뿜어내기에는 협소했다.
또한 음악 공연은 대부분 도시에서 이루어졌다. 도시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도시에 밀집했을 때는 도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화려한 무대가 제격이겠지만, 도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산업화의 완숙기에는 오히려 도시탈출을 염원할 수 있겠다. 음악페스티벌은 그런 일상 공간에서 탈출하고 해방하려는 자유와 일탈의 심리에 많은 부분 기대었다.
한국에서도 7월말과 8월초에는 록페스티벌이 열린다. 인천 드림파크에서 열린 인천펜타포트를 시작으로, 경기 이천에서 열린 ´지산밸리록페스티벌´로 이어져 음악팬들을 흥분하게 했다. 이들 음악 페스티벌의 특징은 바로 '캠핑페스티벌'이라는 점이다. ´2010플레이그라운드뮤직 & 캠핑 페스티벌´은 춘천의 중도를 배경으로 음악·캠핑·영화·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접하는 복합 문화 축제인데, 아예 캐치프레이즈 가운데 하나가 '2박 3일동안 놀아보자!"이다.
이러한 몇 박 동안의 음악 공연 참가는 자연친화적인 여가활동과 맞물리는 음악페스티벌문화라고 할 수 있다. 글래스톤베리의 무대가 농장이었던 점은 이제 낯설지 않고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는 점을 애써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즉, 국내에서도 야외에서 자연을 즐기면서 국내외 음악가들의 음악을 만끽하려는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각 지방에서 추진하고 있는 오토캠핑장은 음악페스티벌을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젊은이들은 단순히 캠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비롯한 각종 다양한 문화장르들을 만끽하려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족단위의 참가자들도 음악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는 추세이다. 음악페스티벌 행사장에는 캠핑존이 반드시 들어서야 하고, 그에 따르는 부대시설이 필수적이다. 화장실은 물론 냉난방에 샤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점은 과거 음악폐인들이 음악페스티벌에 참여하던 것과는 다른 풍경이기는 하다.
무엇보다 이렇게 여러 날 새면서 즐기는 음악페스티벌은 일탈성이라는 단순한 저항 심리나 의식의 차원에서 벗어나고 있다. 글래스톤베리나 여타 다른 음악페스티벌이 주류사회에 대한 저항의 목적이 있었다면, 이제 음악페스티벌은 즐거움과 유희성의 요소가 강화되고 있다. 또한 육체는 피곤하더라도 정신적인 충전을 하면서 다시금 도시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목적까지 겸비하게 되었다. 이는 공연 관람 행태가 많이 달라진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공연을 보는 규격화된 관람 행태는 없지만, 또한 격정과 괴성의 몸짓으로 무대를 향해 적극적으로 반응만 보이는 공연행태와는 거리를 두기 때문이다. 열정적인 몸짓과 공연을 보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자연의 향기를 마음껏 들이킬 수도 있다. 모로 누워서도 보고, 양반다리로 앉아서 볼 수도 있다.
음악 공연 중간에 배가 고프면 먹으면 되고, 수다를 떨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된다. 힘들면 그냥 아무데나 쓰러져서 자도 된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춤을 즉석에서 추어도 된다. 대개 서양의 음악페스티벌이 열정적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강박적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자유분방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서양인과 달리 한국인들은 일탈보다는 점잖은 공연관람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캠핑형 음악페스티벌은 충분히 달라진 문화풍경이면서, 새로운 문화접합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캠핑의 미덕은 즐거운 공간에서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런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 그리고 유명가수들과도 운이 좋으면 격의 없이 어울릴 수 있다. 때문에 단순히 친구나 가족끼리 떠나는 좁은 범위의 휴식 문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러한 것이 가능한 것은 2002년 이후 붉은 악마 응원문화에 익숙한 광장세대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음악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은 하나의 커다란 광장인 셈이다.
더구나 그 광장은 이제 세계인과 소통하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음악페스티벌의 참여자들은 자유롭고도 여유 자적하면서도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듣고 표현하면서 정형화된 음악페스티벌 참여를 우리식대로 바꾸어 새로운 문화로 융합해내고 있다. 다만 글래스톤베리처럼 전설을 이어 다시금 전설을 만드는 음악페스티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