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걸에서 일약 스타로 변신한 애슐리 알렉산드라 듀프레씨(아래)와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 |
뉴욕주 검찰총장 출신인 스피처 주지사는 윤리개혁을 강조하며 부패 추방을 밀어붙였다.
검찰총장 시절에는 월스트리트의 금융 비리 등 화이트칼라 범죄를 척결해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렸고 뉴욕의 고급 매춘조직 두 곳을 적발해 명성을 날렸다.
스피처는 그러나 밸런타인데이 전날 메이플라워호텔로 고급 콜걸 ‘애슐리 알렉산드라 듀프레’를 불러들인 사실이 연방검찰에 의해 적발되면서 정치 생명을 마쳤다.
듀프레가 속한 고급 매춘 클럽 ‘엠페로스 클럽 VIP’는 그 바닥에서 최정상을 달렸다.
엠페로스 클럽을 이용하려면 시간당 5500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또 일부 특별 회원들에 대해서는 더 많은 요금을 매겼다. 엠페로스 클럽은 미국 뉴욕과 워싱턴은 물론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까지 진출했다.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고객과 약속시간을 정하고 전자결제를 통해 화대를 지급하는가 하면 웹사이트에 컬러 사진과 금액, 등급을 각각 매겨 놓기도 했다. 신용카드로도 결제를 했다. 매춘 조직도 이 정도면 거의 국제 기업화된 셈이다.
베스트셀러 ‘괴짜경제학’의 저자 스티븐 레빗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9월 열린 미국 경제학회에서 매춘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스티븐 레빗은 논문에서 불법화된 매춘의 가격 결정 방식이 합법화된 다른 산업들과 별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길거리 여성들은 제공하는 서비스 및 상대 남성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매기는 시장 분할을 시도한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상대방 남성이 돈이 많아 보이면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또 백인 남성인지 아니면 흑인 남성인지에 따라 가격을 달리 매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축제가 열리는 성수기 시즌이 되면 가격이 평소보다 30% 이상 올라간다고 밝혔다.
스티븐 레빗식으로 얘기하면 돈 많은 백인 남성으로, 밸런타인데이 하루 전이라는 ‘특별한 날’에, 뉴욕에 있는 고급 콜걸을 워싱턴까지 부른 ‘9번 고객’ 스피처 전 뉴욕지사가 무려 4만달러를 쓴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스티븐 레빗의 논문에서 밝혀진 재미있는 사실은 듀프레처럼 포주(Pimp)를 끼고 있는 콜걸 여성들이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돈도 많이 번다는 것이다. 포주와 함께 일하는 길거리 여성들은 훨씬 더 적은 시간을 일하며 또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적고 무엇보다도 갱단에 잡혀가는 일도 훨씬 드물다.
미국 경제학회 토론 당시 독일 마르부르크대 에블린 쾨른 교수는 “포주들이 효율적인 임금(Efficient wage)을 지불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불법 암시장인 매춘시장에서 최상급의 길거리 여성들이 항상 ‘부족한’ 포주들로서는 더 나은 여성을 모시기 위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의미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월터 블록은 그의 저서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에서 “부동산이나 보험 혹은 주식투자, 선물거래의 중개상이 그러하듯이 포주들도 공급자와 고객 간의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이어준다”며 “제대로 된 사무실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또 연결된 거래 당사자들은 포주의 덕을 톡톡히 본다”고 지적했다.
길거리 여성을 뜯어먹는 기생충 같은 작자들로 취급을 받는 ‘포주’들이 경제학자들의 눈에는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간에 일단은 중개상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참여정부 시절 ‘성매매 특별 단속법’을 제정해 집창촌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포주들을 체포했다.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 단속이 효과를 거둬 불법 매춘이 뿌리 뽑힌 게 아니라 혹시 길거리 여성들을 더 비참한 지경으로 내몰고 이른바 ‘불법 안마 시술소’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 즐비하게 들어서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이근우 매일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49호(08.04.02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