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심리경영 이론과 사고법 100

고급 콜걸 클럽의 경제학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7. 31. 08:54

고급 콜걸 클럽의 경제학

콜걸에서 일약 스타로 변신한 애슐리 알렉산드라 듀프레씨(아래)와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
‘미스터 클린’으로 명성이 높았던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는 결국 자신이 만든 덫에 걸려 넘어졌다.

뉴욕주 검찰총장 출신인 스피처 주지사는 윤리개혁을 강조하며 부패 추방을 밀어붙였다.

검찰총장 시절에는 월스트리트의 금융 비리 등 화이트칼라 범죄를 척결해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렸고 뉴욕의 고급 매춘조직 두 곳을 적발해 명성을 날렸다.

스피처는 그러나 밸런타인데이 전날 메이플라워호텔로 고급 콜걸 ‘애슐리 알렉산드라 듀프레’를 불러들인 사실이 연방검찰에 의해 적발되면서 정치 생명을 마쳤다.

듀프레가 속한 고급 매춘 클럽 ‘엠페로스 클럽 VIP’는 그 바닥에서 최정상을 달렸다.

엠페로스 클럽을 이용하려면 시간당 5500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또 일부 특별 회원들에 대해서는 더 많은 요금을 매겼다. 엠페로스 클럽은 미국 뉴욕과 워싱턴은 물론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까지 진출했다.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고객과 약속시간을 정하고 전자결제를 통해 화대를 지급하는가 하면 웹사이트에 컬러 사진과 금액, 등급을 각각 매겨 놓기도 했다. 신용카드로도 결제를 했다. 매춘 조직도 이 정도면 거의 국제 기업화된 셈이다.

베스트셀러 ‘괴짜경제학’의 저자 스티븐 레빗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9월 열린 미국 경제학회에서 매춘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스티븐 레빗은 논문에서 불법화된 매춘의 가격 결정 방식이 합법화된 다른 산업들과 별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길거리 여성들은 제공하는 서비스 및 상대 남성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매기는 시장 분할을 시도한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상대방 남성이 돈이 많아 보이면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또 백인 남성인지 아니면 흑인 남성인지에 따라 가격을 달리 매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축제가 열리는 성수기 시즌이 되면 가격이 평소보다 30% 이상 올라간다고 밝혔다.

스티븐 레빗식으로 얘기하면 돈 많은 백인 남성으로, 밸런타인데이 하루 전이라는 ‘특별한 날’에, 뉴욕에 있는 고급 콜걸을 워싱턴까지 부른 ‘9번 고객’ 스피처 전 뉴욕지사가 무려 4만달러를 쓴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스티븐 레빗의 논문에서 밝혀진 재미있는 사실은 듀프레처럼 포주(Pimp)를 끼고 있는 콜걸 여성들이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돈도 많이 번다는 것이다. 포주와 함께 일하는 길거리 여성들은 훨씬 더 적은 시간을 일하며 또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적고 무엇보다도 갱단에 잡혀가는 일도 훨씬 드물다.

미국 경제학회 토론 당시 독일 마르부르크대 에블린 쾨른 교수는 “포주들이 효율적인 임금(Efficient wage)을 지불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불법 암시장인 매춘시장에서 최상급의 길거리 여성들이 항상 ‘부족한’ 포주들로서는 더 나은 여성을 모시기 위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의미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월터 블록은 그의 저서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에서 “부동산이나 보험 혹은 주식투자, 선물거래의 중개상이 그러하듯이 포주들도 공급자와 고객 간의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이어준다”며 “제대로 된 사무실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또 연결된 거래 당사자들은 포주의 덕을 톡톡히 본다”고 지적했다.

길거리 여성을 뜯어먹는 기생충 같은 작자들로 취급을 받는 ‘포주’들이 경제학자들의 눈에는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간에 일단은 중개상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참여정부 시절 ‘성매매 특별 단속법’을 제정해 집창촌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포주들을 체포했다.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 단속이 효과를 거둬 불법 매춘이 뿌리 뽑힌 게 아니라 혹시 길거리 여성들을 더 비참한 지경으로 내몰고 이른바 ‘불법 안마 시술소’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 즐비하게 들어서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이근우 매일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49호(08.04.02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채업자는 무조건 사회악일까? ‥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고리대금업자나 암표상,매춘부,포주,마약밀매상….이른바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사회악'이다.

그러나 이들이 사라지면 사회질서와 도덕이 반듯하게 확립되고 빈부격차도 없는 낙원이 이뤄질까.

미국 뉴올리언스 로욜라대학 경제학부 교수의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월터 블록 지음,이선희 옮김,지상사)은 유쾌한 세상 꼬집기를 통해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일시에 무너뜨린다.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그는 "시장은 효율적으로 소비자의 취향과 욕구를 충족시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쟁의 장이므로 이들 '공공의 적' 또한 비도덕적이긴 하지만 수요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시장원리의 한 축"이라고 평가한다.

이들이 소비를 강요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시장주체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경제활동에 규제와 통제를 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분법적 선악개념을 강요하기보다 '하수구 이론'등의 효용처럼 시장에 맡기는 것이 더 낫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포주는 옛날에 매춘부를 강제로 모집하고 폭력도 마다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많이 달라져 그 자체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료의 권리를 절대 침해하지 않는 직업은 없기 때문.또 채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는 채무자를 압박할 권리가 있고,대부업자들도 채무불이행의 위험성이 큰 빈곤자에게 높은 이자를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 연장선상에서 볼 때 '검은 비밀'을 지켜주는 조건으로 '대가'를 받는 공갈협박보다 사전 경고 없이 무차별적으로 행하는 험담이 훨씬 나쁘다고 그는 꼬집는다.

310쪽,1만7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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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블록 지음/이선희 옮김/지상사/310쪽/1만7000원

누구도 옹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부패 경찰관, 화폐 위조범, 고리대금업자, 공갈 협박꾼, 마약 밀매상, 아동 노동 착취자, 악덕 상점주 등이 그렇다. 도대체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보호할 수 있단 말인가. 할 수 있다 해도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는 일이다.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은 아무나 하지 못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회적 암’으로 간주할 수 있는 자들을 두 팔 벌려 감싸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영웅이란 칭호를 내려주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자유주의 시장에서 그들은 나름의 경제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들을 ‘공공의 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더 이상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악들은 극단적인 특성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실제로 이들은 사회에 이익을 준다. 만약 이들의 활동을 금지한다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우리다.’

저자의 논리는 이렇다. 사람들은 마약 밀매상을 저주하는데 실제로 마약으로 인한 온갖 사회적 부작용은 오히려 마약을 금지하는 정부의 정책 탓이라는 주장이다. 규제가 없다면 수요 공급에 따라 밀가루나 설탕처럼 저렴하게 마약이 유통될 테고 그렇다면 마약을 마련하고 판매하기 위한 폭력과 살육도 없어질 것이란 얘기다.

‘그건 아니잖아’를 연발하게 하는 저자의 주장은 부패 경찰관, 화폐 위조범, 고리대금업자에게도 이어진다. 모두가 제 역량만큼 사회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현직 교수가 얼토당토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자유주의 철학’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는 폭력은 오로지 상대방의 공격에 대한 복수의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답하는데 우리가 비난하는 악당들은 공격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으므로 ‘정책’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그들에 대한 폭력은 정당화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책의 주장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궤변’이라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엔 저자의 논리가 만만치 않다. 결과적으로 책은 우리가 의심한 적이 없던 악당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다만 저자는 이들의 행동은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을 뿐이지 도덕적이거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하고 있다. 


책읽는 경향]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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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원조 자유주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다

▲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 월터 블록·지상사

남을 비방하는 것만큼 불쾌하고 나쁜 것은 없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비방자들은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더 옹호 받아야 한다. 이들의 권리가 보호될 정도면, 아예 모욕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권리는 당연히 보호될 것이 아닌가. 마찬가지로 비방자와 중상모략가들이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침해당하면, 다른 이들의 권리도 그만큼 위태로워진다. (101쪽)

중개가 주요 역할인 포주는 금융, 보험, 주식 등 일반적인 중개상들보다 오히려 더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일반 중개상들은 경쟁을 줄여주는 제한적인 법에 의존하지만 포주는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맡은 바 역할을 다하고 있으니 말이다. (144쪽)

자본주의적 무정부주의자(anarcho-capitalist) 월터 블록이 철저하게 시장원리에 입각해서 바라 본 세상 얘기다. 

제목처럼 옹호할 수 없는 사람들, 즉 암표상, 고리대금업자, 공갈협박꾼, 매춘부와 포주, 악덕상인과 투기꾼 등을 옹호한다. 

서로 자발적으로 합의해서 저지르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율과 책임 그리고 불간섭을 지상가치로 삼는 자유방임주의에 충실한 입장이다. 진보와 보수만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사상계에 공권력의 과도한 개입과 참견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한다. 

어느덧 잊혀진 ‘원조 자유주의’를 통해 좌와 우에 함몰된 정치적 이념의 지평을 반성해 볼 기회를 준다. 만약 ‘무정부주의’가 생소하게 느껴진다면, 올 여름 피서 겸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정연교 | 경희대 철학과 교수>

[경제경영]‘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동아일보]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월터 블록 지음·이선희 옮김/310쪽·1만7000원·지상사

“이기적인 인간의 경쟁이 사회 전체 이익의 기초가 된다.” 

고전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의 말이다. 하지만 그는 “사회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자유의 행사는 정부 법률에 의해 제한돼야 한다”며 자유주의를 무작정 찬미하지는 않았다. 

암표상과 화폐위조범, 고리대금업자, 마약밀매상…. 스미스가 말한 위협의 장본인은 아마도 이런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스미스의 자유주의를 극단까지 밀고 나간 책이 있다. 저자는 ‘공공의 적’이라고 비난받는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는 사회에 이익을 주기 때문에 이들의 경제활동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시장은 도덕적 경제제도가 아니라는 것. 원제 ‘Defending the Undefendable’(1991년).

[화제의 책]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뒤집어 본 ‘뒷골목 경제학’

암표상, 화폐위조범, 고리대금업자, 매춘부, 포주, 마약밀매상 등 이른바 ‘공공의 적’을 변호하는 경제학 교수의 유쾌한 ‘세상 꼬집기’가 흥미롭다.

이들 업자들은 이름만 들어도 어두운 뒷골목 이미지가 떠오르는 직업들이다.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여전히 사회악으로 치부하며, 없애지 못해 안달하는 이들 ‘공공의 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들 직업이 혹 우리 사회에 무엇인가 공헌하고 있지는 않을까. 또 말로는 비도덕적이라며 비난하고 통제를 가하고 있지만, 도리어 이들의 부패를 조장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들이 우리사회에서 살아진다면, 과연 진정으로 도덕적이고 질서정연하며 빈부 격차가 없는 살기 좋은 사회가 구현되는 것일까.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저자는 이들에 대한 변호를 이런 기본적인 의문과 사회 일반의 편견을 깨뜨리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공공의 적’은 정부와 사회의 도덕률에 의해 재단된 희생양으로, 또다른 면에서 불공정한 취급에도 자신들의 경제적인 서비스를 멋지게 해내고 있는 영웅들이라고 말한다.

/dksong@fnnews.com 송동근기자

공갈협박ㆍ고리대금ㆍ매춘은 '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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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번역ㆍ출간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암표상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은 한결같다. "1만원 짜리 표를 10배나 높은 가격에 팔다니…" 라며 벌레 쳐다보듯 한다.

고리대금업자는 또 어떤가. 채무자에게 납치, 협박 등을 일삼고 심지어 신체포기각서까지 요구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곤 한다.

화폐위조범, 매춘부, 포주, 마약밀매상, 공갈협박꾼,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지상사 펴냄ㆍ이선희 옮김)은 '공공의 적'으로 치부되는 이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현재 미국 뉴올리언스 로욜라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월터 블록이 이들 사회악적 존재에 대한 변호에 용감하게 나섰다.

포주의 경우를 한 번 살펴보자. 옛날부터 포주는 매춘부들에게 기생하는 존재로 취급받아 왔다. 또 매춘부를 강제로 모집해 직원 명부에 올리려고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행동을 일삼는 포주도 있지만 이 사실 자체만으로 포주라는 직업 전체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벽돌공, 배관공, 음악가, 성직자, 의사 등 할 것 없이 동료의 권리를 절대 침해하지않는 직업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갈협박은 어떨까. 저자에 따르면 공갈협박은 한마디로 '거래 제안'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공갈협박자는 비밀을 지켜주고, 피협박자는 합의된 돈을 지불한다. 반대면 협박자는 비밀을 폭로한다.

공갈협박에는 긍정적인 면도 많다. 공갈협박자에 걸려드는 사람들은 순진무구한 희생자를 빼면 범죄자와 관습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사람들(동성애자, 성도착자 등) 두 부류로 나뉜다.

저자는 공갈협박이 범죄자 부류에게는 방해물로 비춰진다는 점에서, 관습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동성애 등을 대중에 좀더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순기능도 한다고 본다.

공갈협박보다는 어찌보면 험담이 더 나쁘다. 공갈협박자는 피협박자에게 비밀을 지킬 수 있는 기회라도 주지만 험담은 사전 경고 없이 비밀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는다며 채무자에게 못된 짓을 하는 채권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도 높은데, 채권자 입장에서 보면 돈을 갚지 않는 것은 사무실에 침입해 돈을 훔친 도둑과 다를 바 없다.

또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는 것도 대부업자들 입장에서 보면 채무 불이행의 위험이 더 큰 사람들에게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는 것 뿐이다.

원제 Defending the Undefendable. 310쪽. 1만7천원.

[책]매춘부·암표상…"그들은 경제적 영웅이다"



◆ 월터 블록 지음/이선희 옮김/지상사/1만7000원

한 경제학자가 매춘부와 고리대금업자, 암표상, 화폐 위조범 등 ‘공공의 적’을 변호하고 나섰다. 무정부자본주의자 월터 블록이 쓴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Defending the Undefendable)’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공갈협박꾼, 무허가택시, 마약밀매상 등 범법자들이 경제인 역할을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변호 논리는 정부의 개입과 규제, 통제가 상황을 악화한다는 자유주의 관점을 그대로 따라간다. 

월터 블록 지음/이선희 옮김/지상사/1만7000원


고리대금업을 변호하는 저자의 논리를 보자. 고리대금업자는 돈을 빌려주고 폭리를 취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높은 이자율을 청구하고 때로는 폭력까지 동원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은 시중 은행도 마찬가지다. 이자가 높다는 점에서 비난을 하지만 사실 이자율은 처음부터 두 사람의 합의하에 이루어진다. 돈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은 돈의 미래가치보다 현시 가치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감수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높은 이자율이 요구되는 것은 그들의 담보가 마땅치 않아 상환 위험이 크기 때문. 극단적인 폭력의 개입 또한 법원이 이들의 채권을 보장해주지 않아 지하세계가 개입된 것에 불과하다고. 

저자의 주장은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수요와 공급의 관계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를 강조하며 ‘내버려 두라(Laissez-Faire)’고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즉, 아무리 악덕 고리대금업자가 판을 쳐도 시장은 수요가 없다면 공급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이런 점에서 이들의 존재 또한 튼튼한 수요를 바탕으로 형성된 ‘경제의 축’이라는 것이다. 희소가치로 발생한 암표, 우범지대로 오지 않는 택시 때문에 난립하게 된 무허가택시, ‘노동시간 대비 높은 보수’의 매춘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저자가 이들을 변호하며 내린 결론은 ‘금지를 금지하라’는 것. 정부가 매춘, 고리대금, 화폐위조를 막으면 막을수록 이들은 오히려 각종 억압에도 소비자들을 위해 ‘서비스’하는 영웅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음지에 있는 것을 양지로 끌어내라는 의미다. 저자는 살인과 강간, 폭행과 같은 행위만을 ‘공격적인 폭력’으로 분류한다. 극단적인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몸을 팔고 표를 비싸게 파는 행위만으로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위적인 통제가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막는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가난한 사람은 시간이 남는 만큼 줄을 서서 제 가격에 표를 사고, 바쁘게 움직이는 중산층은 비싼 표를 사면서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과연 암표의 순기능인가. 또한 매춘은 남성이 돈을 지불하고 여성은 그 돈을 받기 위해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가. ‘도덕’이라는 잣대를 지우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반추해볼 일이 아닐까. 

정진수 기자 yamyam1980@segye.com

암표상은 시장경제의 또다른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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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상은 비난을 받을 만한 직업이다. 정가가 매겨져 있는 입장권에 불법으로 프리미엄을 얹어 팔아 폭리를 취하는 직업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중심인물인 월터 블록 미국 로욜라 대학 교수는 색다른 견해를 제기한다. 암표상 역시 시장경제의 필연적 산물이며 나름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어쩔 수 없이 암표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이유는 입장권 수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고, 둘째로 입장권에 정가가 찍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식처럼 정가가 없다면 암표상도 있을 수 없다.

셋째 이유는 공급 가능한 수보다 구매 희망자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시장에서 암표를 없애려면 입장권 할당방법을 바꿔야 한다. 할당방법을 바꾸는 방식은 '가격할당제' '비가격할당제' 등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가격할당제는 말 그대로 입장권 가격을 높여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기있는 축구경기라고 평소 축구경기 입장료의 몇 배를 받는 일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같은 영화인데 흥행이 되는 영화라고 보통 영화의 5배쯤 되는 가격을 받는다고 치자. 큰 저항에 부딪칠 것이 분명하다. 즉 시장원리상 받아들여지기 힘든 방식인 것이다.

비가격할당제 역시 마찬가지다. 비가격할당제는 쉽게 이야기해서 선착순 같은 방식을 의미한다. 이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혼란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고 줄을 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공정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른바 암표상은 인간의 욕망과 경제구조가 어울려 탄생시킨 직업인 셈이다.

월터 블록이 쓴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지상사 펴냄ㆍ이선희 옮김)은 암표상을 정당화한다기보다는 이른바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직업들을 통해 경제의 속성을 드러내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광고주'에 대해서도 논한다. 사실 광고주들은 전혀 구매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꾀어서 물건을 사도록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광고주도 자본주의 경제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광고는 공교롭게도 정보제공이라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도 학교도 가르쳐주지 않는 제품에 관한 정보를 전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만약 광고가 없다면 소비자들은 시간이나 발품을 팔아 정보를 얻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 역시 비용이다.

광고는 신생업체 지원과 산업 내 경쟁을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광고가 금지되어 있다면 이미 지명도를 확보한 선점 업체들만이 시장을 독점할 것이다. 그러나 광고는 신생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식으로 월터 블록은 사재기, 브로커, 악덕기업주, 고리대금업자, 심지어 매춘부와 마약밀매업자, 부패경찰까지 이른바 자본주의 역사와 함께해온 공공의 적들을 통해 경제의 이면사를 풀어낸다.

이 책은 매우 의미있는 책이다. 유명 경제학자인 머레이 로트바르트가 이 책에 대해 평한 내용을 보면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가장 극단적인 사례를 선택해 애덤 스미스의 이론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존경받는 사업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늘어놓는 수많은 학술서보다 자유시장의 실행 가능성과 도덕성을 훨씬 더 잘 보여주고 있다."

[허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