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대뇌피질에 음성영역 있어, 소리에 사람과 비슷한 반응
가축화 훨씬 전인 1억년 전 포유류 조상 때 진화한 뇌기능 가능성
» 각종 소음에 대한 뇌의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자기영상촬영장치 위에 엎드려 있는 개. 사진=에니코 쿠비니, <커런트 바이올로지>
우리는 동료의 목소리만으로 그가 누구이며 심지어 그의 감정상태가 어떤지도 알 수 있다. 영장류에 공통된 이런 능력은 대뇌피질에 음성 영역이 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람과 침팬지 말고도 이런 능력이 있는 동물이 또 있다. 바로 개이다. 애견가 가운데는 개가 자신의 목소리로부터 감정 상태를 아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개가 주인이 슬퍼하면 위로하려 하고 분노하면 함께 화를 낸다는 것이다.
헝가리의 연구자들은 개의 이런 능력이 3만 2000년까지 거슬러 오르는 오랜 가축화의 역사 동안 형성된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전에 개의 뇌기능 자체가 사람과 비슷하게 진화했기 때문이란 주장을 내놓았다.
어틸러 언디치 헝가리 과학아카데미 신경과학자 등 연구진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개에게도 사람과 유사한 대뇌의 음성 영역이 있음을 알아냈다”라고 밝혔다.
» 실험에 참가한 애완견들. 주인의 격려와 보상으로 기꺼이 실험대에 올랐다. 사진=버르벌러 페렌치, <커런트 바이올로지>
연구진은 11마리의 개를 달래고 훈련시켜 헤드폰을 낀 채 최고 8분 동안 기능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에 엎드리게 한 뒤 사람의 목소리, 개가 내는 소리, 환경 소음 등 200가지 소리를 들려주어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하는지 관찰했다. 마찬가지로 사람 22명에게도 소리의 반응을 측정했다.
그 결과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개나 사람이나 측두엽의 가장 앞부위가 활성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개에게도 음성 영역이 있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영장류 이외의 동물에게서 그것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울부짖거나 깔깔대는 감정이 실린 소리에 대해서도 사람과 개 모두 일차 청각 피질 가까운 부위가 활성화하는 유사한 양상을 나타냈다. 마찬가지로 개가 내는 낑낑대거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대해서도 실험에 참가한 사람의 비슷한 뇌 부위가 활성화했다.
» 소리에 대한 개(왼쪽 3개)와 사람 뇌의 활성화 비교. 위 사진은 음성 영역의 위치를 가리치며 아래 사진은 사람 소리(빨강), 개 소리(파랑), 환경 소음(초록)에 대해 활성화하는 부위를 보여준다. 그림=<커런트 바이올로지>
물론 사람과 개의 음성 영역이 똑같이 작동하는 건 아니었다. 실험 결과 개는 사람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 강도는 다른 개의 소리를 들을 때 더 강했다. 또 환경 소음을 들었을 때 사람은 소리 영역의 3%만 활성화했지만 개는 그 비율이 48%에 이르렀다. 사람은 주변 소음보다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더 집중하고 개는 환경 소음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사람과 개는 진화 계통도에서 약 1억년 전에 갈라져 나왔다. 그런데도 이처럼 뇌 음성 영역의 기능이 비슷하다는 것은 이런 뇌 기능이 이미 그때 진화해 있었음을 가리킨다.
논문은 “(음성 영역의 기능이) 별개로 진화했을 가능성 배제할 수 없지만, 이번 연구는 그것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전에 진화했을 가능성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또 영장류와 개 이외의 다른 동물에서도 뇌의 음성 영역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ndics et al., Voice-Sensitive Regions in the Dog and Human Brain Are Revealed by Comparative fMRI, Current Biology (2014), http://dx.doi.org/10.1016/j.cub.2014.01.05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