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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아티스트를 대변하는 단체는 있는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5. 2. 24. 16:11

가요계? 아티스트를 대변하는 단체는 있는가?.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1907년 종로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단체가 등장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연예계라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바로 연예단성사가 설립되었던 것이다. ‘연예단성사의 설립 목적은 연예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 공간을 제공하고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사회사업에 활용하는 것이었다. 주로 고아 등 불우이웃을 돕는 데에 쓰였다. 그 무대 공간이 바로 유명한 단성사였다. 우리는 단성사를 극장으로 기억하지만, 당시에는 연예인들의 공연장이었다. 여기에서 연예인은 당시 비하의 의미로 기생이라 불렸던 기녀들이었다. 기녀들은 전통사회에서 낮은 신분으로 취급이 되었지만 1894년 갑오개혁으로 전통적인 신분제도가 폐지되면서 자유스러운 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예술 활동으로 먹고사는 데 한계가 많았다. 이에 연예단성사결성이 필요했다. 실력이 출중했지만, 기녀라고 하여 외면받았던 그들은 단성사에서 연극, , 노래, 재담(개그), 연주 등 자신만의 예술 공연을 통해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은 오늘날 배우, 가수, 안무가, 개그맨, 연주가들이었다. 한편 이런 기녀들은 기생 결성해 활동하고 있었다. 예컨대 다동, 광교 기생조합와 같이 지역이나 무부기조합, 유부기조합처럼 결혼이나 남편 유무에 따른 기생조합이 결성되어 활동했다. ‘연예단성사는 이 조합들에서 예인 기녀들을 공수했다.

 

그러나 예술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조합의 전통은 사라지게 된다. 단성사가 상설영화관으로 변신하면서 영향력이 확장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연희 무대보다는 대중매체의 영향이 커져 갔다. 라디오 방송에 이어 텔레비전 방송의 등장은 더욱 예인들을 위축시켰다. 이러다 보니 영화나 음반 제작사 그리고 방송사의 힘이 더욱 커졌다. 따라서 기생조합과 같이 예인 그러니까 아티스트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의 전통은 사라지게 되었다. 가수나 배우 협회가 있다 해도 유명무실해진 것은 대중미디어 기업의 영향력이 커져 갔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90년대를 거치면서 대성 기획 같은 음반사보다는 기획소속사의 힘이 세지게 되는데 이제 기획소속사가 가수는 물론 음반/음원, 뮤직비디오까지 자체 레이블을 통해 제작하게 되었다. 결정적인 기폭제가 SM엔터테인먼트였다. 아이돌 음악의 시장이 확장하고 산업화하면서 개별 가수들의 영향력은 축소되었는데, 특히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가수협회에도 부합하지 못하게 되었다. 한류 현상의 급속한 진전은 방송 권력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으니 개별 멤버는 소속사의 로드맵을 따라야 편했다. 이런 상황에서 샤이니 종현도 언급했는데, 컨베이어 벨트의 부속품처럼 수익을 위해 쓰이다가 교체되는 존재가 되어 갔다.

 

하지만, 소속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는 자력으로 구제를 해야 했다. 피프티 피프티나 뉴진스처럼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이의 제기를 하거나 다른 모색을 하게 되면 배신이라거나 템퍼링의 프레임에 가두어졌다. 개별 맴버가 소속사를 이탈해서 독립 활동하는 것은 사실상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성공한 사례도 없다. 흔히 가요계라면 대개 소속사, 매니지먼트사. 제작사 관련 단체들이다. 가요계의 반응이나 가요계의 움직임이라고 하면 이들을 말한다. 이런 단체들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연대하고 공조하여 언론을 움직여왔다. 이에 대응해 아티스트들은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급급하다. 아이돌 멤버들은 부모들이 유일한 지지 기반이다. 팬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외면받기 일쑤다. 더구나 아이돌 멤버들의 경우에는 갈수록 그 나이가 어려지고 있는데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도 관련 단체가 있어야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이다. 시민단체들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늘어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문화예술의 인권은 퇴행한 셈이다. 사실상 한국에는 아티스트의 권리를 보호하고 처지를 대변하면서 활동을 모색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연예 단성사와 같은 곳은 없다. 오로지 산업적인 관점에서 기업들을 대변하는 것이 우선일 뿐이다. 특히나 국가조차 문화산업의 수출을 강조하는 마당에 이는 갈수록 더 심화한다. 최근에 안무가들의 저작권 보호 요구에 대해서 관련 단체들은 경영과 산업적 관점의 논리만 강조할 뿐 안무가들의 주장을 어떻게 반영할지는 무심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선진국에서는 아티스트를 노동자로 보호한다. 한국은 이조차 되어있지 않다. 앞선 사례들에서도 그러했지만 뉴진스의 멤버들이 노동자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동 조합하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떠올리는데, 자유시장 경제의 본산인 미국은 노동조합 문화가 굳건히 있다. 가수들도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한다. 이 노동조합을 통해 개인이 할 수 없는 권익을 보호하고 주장하며 이를 관철해 낸다. 대표적으로 미국에는 SAG-AFTRA(미국의 배우 및 아티스트 노동조합)가 있다. 20244월에도 그들의 활동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들은 워너 뮤직 그룹, 소니 뮤직과 같은 주요 음반사에 최저 임금 인상과 AI 사용 전제 조건을 요구하고 최종 합의했다. 특히 가수의 목소리를 쉽게 복제할 수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해서 합의를 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는데 가수의 목소리를 인공지능이 복제할 경우 동의와 보상을 해야 하며 가수와 아티스트라는 용어를 쓸 때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해서 생성형 인공지능 노래와 구분을 확실히 했다. 이러한 사례가 중요한 것은 비단 개별 아티스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합의들이 좀 더 나은 문화예술을 국민만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향유를 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아티스트의 인권과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포괄적으로 등장해야 할 때이다. 배우나 가수, 안무가. 아이돌 멤버들이 개별적으로 파편화되어 있을 때 인권이나 권익은 물론 생명까지도 위협을 받을 지경이기 때문이다. 2025년에는 아티스트를 위한 통합적 단체가 출범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