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우사기씨. |
한 저명 여성 작가는 반한류 시위를 관동대지진 직후의 조선인 학살에 빗대 정면 비판하면서,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시청자와 소통하지 않는 후지TV가 싫어서 하는 것일 뿐”이라는 시위 정당화 논리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반한류 시위, 관동 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과 닮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나카무라 우사기(中村うさぎ·58)씨. 소설가 겸 수필가이자, 한국의 ‘역사스페셜’에 해당하는 ‘BS역사관’(NHK 위성채널)에도 출연하는 유명 인사다.
나카무라씨는 31일 시코쿠(四國)신문에 ‘후지테레비에 대한 비판 여론의 이상한 분위기’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칼럼에서, 후지TV 앞에서 벌어진 시위 참가자들을 ‘공정성을 요구하는 사람들’과 ‘우익 단체’의 둘로 나눴다.
그는 “일장기를 휘날리며 ‘한국인은 조국으로 돌아가라’ 등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우익에 대한 비판은 인터넷에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어차피 대다수 사람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으므로, 굳이 추가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전자(前者)를 겨냥했다. 나카무라씨는 “대다수 사람이 후자를 비판하면서도 전자에는 호의적인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이렇게 질문한다.
“미디어의 편향성은 이전부터 당연한 듯이 있었는데, 왜 (갑자기) 후지TV만 비판의 대상이 되는지?”
시위 소식을 10여일 늦게 보도하면서, 시위에 대한 비판 코너를 별도로 만든 1일자 아사히신문. |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서도 방송들이 (원전 운영주체인) 도쿄전력이나 정치인에 유리한 쪽으로 보도했던 점을 거론한 뒤 “한국 쪽보다 그쪽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어 “만약 (시위대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 일본인 전원이 세뇌돼 한국편이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생명과 관계되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원전 문제는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후지TV 비판이 고조되는 것을 보노라면 ‘일본인의 눈을 원전 사태로부터 돌려놓기 위한 음모가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나카무라씨는 최근 일본인 사이에서 한류 붐에 대한 분노가 갑자기 높아지는 이유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인의 불안감’과 연관시켰다.
그는 “여기서 드는 생각이 관동대지진 후의 ‘조선인 학살 사건’”이라며 “지진 재해 후의 불안이 이단자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건은) 닮았다”고 지적하며 글을 맺었다.
◆아사히신문 “인터넷서 입맛 맞는 정보만 믿는 시위대가 편향된 것”
일본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아사히신문도 반한류 시위에 대한 10여일간의 침묵을 깨고 1일 뒤늦게 시위 사실을 보도했다.
신문은 시위 당시의 상황을 팩트 위주로 일반 기사로 처리한 뒤, 하단에 별도의 편집자 코너를 만들어 “진짜 편향된 것은 시위대”라는 주장을 함께 실었다.
이 코너에서 온라인 뉴스 편집자인 나카가와 준이치로(中川淳一郎) 기자는 “방송국은 경제 합리성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라며 “‘편향’이라고 비판하기 전에, 인터넷 상의 입맛에 맞는 정보 밖에 믿지 않는 시위대 스스로가 편향된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는) 의분(義憤)에 못이겨 나왔겠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결국 ‘한국이 싫은 한가한 사람들’이 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인터넷의 반한 네티즌들은 이들 칼럼을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옮겨다놓고 ‘우사기는 매국노’, ‘9월에도 시위가 계속될까봐 두려운 것’ 등의 비난을 퍼붓고 있다.
[장상진 기자 jh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