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젋은 보수’ 정체를 밝혀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5:40

‘젋은 보수’ 정체를 밝혀라

[한겨레] 무크지 ‘모색’ 집중조명

진보·개혁 세력이 한국정치의 중추로 떠올랐다지만, 정작 이념정립과 미래개척을

향한 활발한 시도는 보수 세력들이 주도하고 있다. 신보수·개혁적 보수·발전적

보수 등은 최근 몇달 사이에 그들이 내놓은 새로운 방식의 ‘자기 호명’이다.

이른바 ‘젊은 보수’는 이런 흐름을 가능하게 했던 사회·문화 현상이다.

보수시민단체와 보수인터넷매체가 탄생하고, 진보 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대규모 군중집회도 개최한다. 대학생들의 상당수가 스스로를 보수적이라 여기고,

기다렸다는 듯 보수 언론이 이들을 집중 조명한다.

항상 다수였던 그 우파는 더이상 조용하지 않다

그럴듯한 꾸밈말만 덧댄 수구인가, 진화에 성공한 새로운 보수인가. 그들 ‘젊은

보수’를 향해 최근 발간된 <모색> 5호(이후 펴냄)가 물었다. “너희의 정체는

뭐니” 

<모색>은 대학 전임강사와 대학원 석·박사 과정 연구생 등이 발간하는 무크지다.

1980년대 말 보수 학계에 맞서 출범한 학술단체협의회의 ‘게으름’을 비판하며

지난 2001년 창간됐다. 기왕의 ‘민주­반민주’ 구도가 스러지고 있는 2004년,

‘젊은 보수’에 메스를 들이댈 임자가 있다면 바로 이들이다.

과거로 돌아가려는 복고적 국가주의에 안겨

문화연구자인 문강형준은 젊은 보수를 탄생시킨 사회구조에 주목한다. 보수성향의

복거일씨가 “대학이 좌편향된 것 같지만 조용한 다수는 항상 우파 성향이었다”고

말할 때, 그것은 예부터 존재했던 젊은 보수에 대한 회고다. 달라진 것은 “‘내가

젊은 보수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나

다수였던 그 ‘우파’는 더이상 조용하지 않다.

결국 문제는 “누가 젊은 보수를 계속 불러내는가”에 있다. 문강형준은

<월간조선> <주간조선> <조선일보> 등이 2003년 이후 ‘젊은 보수’ ‘청년 보수’

‘청년 우파’ 등을 주제로 13편에 이르는 각종 기획기사와 여러 관련 칼럼 및

기사를 지속적으로 싣고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특정 언론이 이들을 미래의

탄탄한 독자층으로 만들어 자신의 권력을 지속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학을 전공한 하승우는 ‘젊은 보수’의 혼란을 짚었다. 그들은

“반공이데올로기가 제대로 먹히지 않자 이데올로기를 인격화해, ‘반북한’에서

‘반김(정일)’으로 전환”했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등장으로) 국가권력을

무조건 숭배할 수 없게 되자, (이승만과 박정희 등) 몇몇 인물을 우상으로 만들어

‘지켜야할 국가’가 아니라 ‘돌아가야할 국가’”를 상정했다. 결국 ‘젊은

보수’는 “옛 보수와 자신을 구별할 긍정적인 것을 생성하지 못하고” “과거로

돌아가려는 복고성향의 국가주의”의 품에 안긴다.

최근의 우익 결집은 '재배열'에 불과하다

사회문화를 연구한 김헌식은 정신분석학의 패러다임을 빌려왔다. 옛

보수우익단체들은 “권력과 권위주의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라는 병리적 주류질서를

통해 초기 정체성을 형성”했는데, 최근의 “보수우익 결집은 기본적 속성이 전혀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재배열”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사회·경제적 분석보다 문화적 분석에 크게 의지한 <모색> 동인의 탐구에는

거칠고 설익은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기성의 진보진영 학자들이 ‘보수의

합리화’를 이야기할 때, 그 뒷세대인 이들은 ‘보수합리화 담론의 허구’를

폭로한다. 어쩌면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젊은 보수’의 탄생이 아니라, ‘젊은

진보’에 대한 진지한 모색의 결여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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