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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감사용`의 부진은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미 수퍼스타즈를 조명한 TV 교양 프로그램이 새삼 조명을 받았고, 이를 다룬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이 구단의 ’감사용’이라는 인물의 실존성과 감동성은 많은 매체를 장식했다. 감사용 씨는 CF 모델 섭외까지 받았다. 그래서 꼴찌에 대한 박수, 패배와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팀의 끈끈함은 대중에게 화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의 부산스러움이 오히려 ’스포일러’가 돼 결과적으로 김을 빼게 됐다. 이미 웬만한 감동과 사실들은 대중들이 알고 있었고 관객들은 구태여 ’감사용’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1995년작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기 위해 극장앞에서 줄 서 있던 사람들에게 버스를 타고 가던 사람이 창문을 열고 "범인은 절름발이다"라고 소리친 것이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의 대표적 예라면 ’감사용’에 대한 매체의 다양한 보도는 내용에서 오는 느낌에 대한 스포일러다.
영화를 보고 나서 받아야 할 감동을 영화를 보기 전 이미 받아버린 것이다. 다시 말해 고개를 떨군 패전투수의 뒷모습에서, 패배자의 페이소스를 그에게 지운 채 조금 편안해져야 할 우리 관객들이 그럴 여유를 못느끼게 된 것이다.
여기에 여자관객이 외면하는 스포츠 영화(영화의 주관객층인 20대 여성들에게 삼미 슈퍼스타즈는 먼 나라 이야기다)라는 점, 루저(패배자)에 대한 이야기가 한국 사회에서는 잘 안먹힌다는 점, 이범수가 투톱(오, 브라더스)이나 3자관계(싱글즈)가 아닌 원톱으로 영화를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 등도 ’감사용’의 흥행 부진을 설명해주는 또 다른 요인들이다. 이와 함께 최루성 영화인 `가족`이라는 든든한 대체제가 등장한 것도 다소 지루한 ’감사용’에게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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