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인터넷서 뒷말 무성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5:41

역사 드라마 인터넷서 뒷말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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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 ‘불멸의 이순신’ ‘영웅시대’ 등 현재 방영 중인 역사 드라마들이 역사를 왜곡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장보고를 반 고구려적인 인물로 묘사했는가 하면 친일기업인을 미화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해신은 반(反)고구려?=최근 한 인터넷 신문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김헌식(31)씨가 ‘드라마 해신은 반(反)고구려?’란 제목의 글을 게재하면서 논쟁이 증폭됐다. 

그는 “해신의 갈등구조는 당나라에 협조하는 장보고가 이사도의 제나라를 지원하는 이도형 및 염문과 싸우는 것인데 제나라는 우리 민족인 고구려 후손이 세운 마지막 국가”라며 “당나라에 충성해 제나라 군대를 토벌하는 장보고의 선택이 바람직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신 홈페이지에선 이 같은 지적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네티즌 박모씨는 “고구려 유민인 이도형과 염문을 반란군에 협조하는 악당처럼 묘사한 것은 당나라 입장에서 바라본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모씨는 “고구려가 멸망한 지 150년 만에 세워진 제나라는 엄밀히 말해 순수 고구려 혈통으로 보기 어렵다”며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반박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처럼 역사왜곡에 관한 글만 200건 넘게 올라와 있다.

◇불멸의 원균?=한국방송공사의 ‘불멸의 이순신’은 인터넷에 ‘안티불멸’ ‘필멸’ 등의 이름으로 각종 안티사이트가 개설돼 있다. 원균은 호방한 맹장으로,이순신은 상대적으로 소심한 인물로 비쳐지도록 한 캐릭터 설정이 왜곡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드라마 제목을 불멸의 원균으로 바꿔라’ ‘KBS는 방송을 중단하라’ 등 격한 글도 올라 있다. 인터넷 논쟁에 참여한 소설가 송우혜씨는 “이 드라마의 원작인 김탁환의 소설 ‘불멸’은 철저한 이순신 폄훼 구조로 이뤄져 이순신의 모습을 너무도 비루하고 초라하게 그려 논란이 됐던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네티즌 정모씨는 “이순신 장군이 분명 위대하지만 원균도 그만한 위치에 올랐다면 적어도 겁쟁이는 아닐 것”이라며 “군사정권 시절의 이순신 띄우기에 우리 모두가 너무 길들여진 탓에 이런 논쟁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웅시대는 친일시대?=현대와 삼성 그룹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개발시대를 극화한 문화방송의 ‘영웅시대’도 네티즌과 시민들 사이에서 논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친일기업인이 미화되고 반민특위는 부정적으로 그려졌다”는 비난글과 “기업 드라마에 기업인의 장점이 부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란 반박글이 쇄도하고 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영웅시대는 재벌 묘사와 독재정권의 폭정을 왜곡해 왔다”며 드라마 조기 종영을 환영하기도 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태균(40·한국학) 교수는 “역사극의 다양한 해석은 있을 수 있지만 사건이나 인물의 한 면만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노용택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