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리더십

‘독재자형 상사’는 이제 한물 갔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6. 13. 09:18
  • Need a Real Sponsor here

‘독재자형 상사’는 이제 한물 갔다?

Tim Robinson

상사가 어느 정도로 독재적이면, ‘진짜 독재적이다’라는 평을 들을까?

직장에서 협력과 조화를 중시하는 요즘,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모습으로 비춰지면 위험하다는 게 경영자와 리더십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직선적이고 냉혹한 상사라는 평을 들었던 뉴욕타임스 편집국장 질 에이브람슨이 지난주 전격 해임된 사건은 유능한 리더가 되기 위해 자신의 스타일을 얼마나 누그러뜨려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원래 승진이라는 게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는 일인데다 리더가 된 후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중단시키고 직원을 해고시키는 등 사람들이 싫어하는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수십년전 전투적인 일처리 때문에 ‘전기톱 앨’로 통하던 앨버트 던랩 선빔 회장은 거침없는 스타일로 계열사들을 이끌었다. 하지만 로버트 서튼 스탠포드대 교수는 이젠 이런 전술을 함부로 구사해선 안된다고 경고한다.

미스터커피, 콜맨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쟈뎅코프의 짐 릴리 CEO는 “중간 관리자급에서는 공격적인 성향이 승진에 도움이 되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성격도 다듬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전엔 알려지지 않았을 일들도 요즘엔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만큼  상사들은 자신의 역할이 갈수록 공개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런던 소재 광고∙마케팅회사 WPP의 마틴 소렐 CEO의 말이다.

“전에는 내부 메시지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지만 이젠 내가 작성하는 모든 글과 입밖으로 내뱉는 한 마디까지 신문 1면에 대서특필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팀 암스트롱 아메리카온라인(AOL) CEO는 지난 8월 콘퍼런스콜에서 패치닷컴 소속 직원 한 명을 해고했는데, 콘퍼런스콜 녹음 오디오가 인터넷에 게재되면서 비난이 쇄도했다. 결국 암스트롱은 해고건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흑자전환을 꾀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암스트롱은 올해에도 구설수에 올랐다. 두 명의 AOL 직원이 아이를 출산했는데 이런 “돈 잡아먹는 아기들(distressed babies)” 때문에 직원들에게 돌아갈 복리후생이 줄어든다고 발언한 것. 이후 그는 공개 사과하고 바뀐 복리후생도 원상복구시켰다.

역설적이게도 직원들은 친절함과 상냥함에 가치를 두면서도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상사를 선호한다.

지난 9월 인사관리회사 크로노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0%가 좋은 매니저의 자질로 “인정 많은 성격”을 꼽았다.

능력은 있지만 부하를 닦달하는 상사와 사람은 좋은데 무능한 상사 중 선택하라는 질문에는 4분의 3이 전자를 택했다.

GE 수장이었던 잭 웰치 같은 리더는 무자비함으로 명성이 높았다. 1980년대 초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아서는 수천명의 직원을 감원했는데 이로 인해 건물은 그대로인데 사람만 죽는 중성자탄에 빗댄 ‘중성자탄 잭’으로 불렸다.

하지만 웰치는 타운홀 미팅을 통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이 경영진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게 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실적이 좋은 직원을 신속히 승진시키는 등 무자비함과 공정함 간에 조화를 꾀했다는 게 시드니 핀켈스타인 다트무스대 턱경영대학원 교수의 설명이다.

에이브람슨 전 뉴욕타임스 편집국장의 해고사유는 여전히 확실치 않다. 아서 슐츠버거 뉴욕타임스 회장 겸 발행인은 “임의적인 의사결정, 직원들의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 의사소통 능력 부족, 직원들을 공개적으로 모욕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5, 6년전까지만해도 경영진은 독재적인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통하지 않는다. 투명성이 크게 강화되고 경영진과 일반 사원들 간의 신뢰와 존중이 중요해졌다”고, 다니엘 햄버거 CEO는 말한다. 그는 직원 1만4,000명을 지휘하는  드브리교육그룹의 대표다.

불도저처럼 밀어부쳐야 할 때도 있긴 하다. 약 1년 전 햄버거는 회사 IT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 이미 비용이 1억 달러나 발생했던지라 그는 진행 상황을 보고받기 위해 매주 회의를 소집했다. 그것도 아침 8시에.

시스템을 고칠 때까지 늦잠은 못 잔다는 메시지였다. 약 3개월이 지나자 모든 게 본 궤도에 올랐다.

서튼 교수는 회사에는 두 종류의 진짜 나쁜 상사가 있다고 말한다. 직원들의 품위와 사기를 저하시키는 상사, 조직보다 자신의 필요를 우선시하는 상사다.

일이 신속히 처리되길 원한다면 (기업문화에 따라) 부하직원에게 소리를 치거나 빤히 쳐다보는 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이런 건 관리자로서 당연히 구사해야 하는 기술 가운데 하나다.

진짜 나쁜 상사들은 기업에서 퇴출되는 추세다. 나쁜 행동을 하고도 무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놓고 이런 사람들을 추려내는 회사도 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인터넷에 올린 기업문화 프리젠테이션에서 넷플릭스엔 “머리 좋은 나쁜 인간”은 필요없다고 선언한다. “효율적인 팀워크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들은 직원을 호통치기 일쑤이거나 변덕스러운 행동으로 알려진 경영자는 실적이 좋아도 고용하지 않으려는 편이라고 한다. 경영자 헤드헌팅업체 하이드릭&스트러글스의 테오도르 다이사르트 부회장의 말이다.

“인터뷰 때 모습만이 아니라 실제로 함께 일하기에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여성 리더가 독재적인 스타일일 경우 감수해야 할 리스크는 더 크다.

빅토리아 브레스콜 예일 경영대학원 조직행동학 조교수는 “여성 역시도, 강하고 요구 많은 상사가 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할 필요가 있지만, 인간미도 겸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화를 잘 내는 여성 리더는 같은 성향의 남성 리더보다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6년간 휴렛패커드 CEO를 지낸 칼리 피오리나는 여성 리더가 남성 리더보다 더 자주 비난과 풍자의 대상이 된다고 말한다.

“내가 신는 신발에서 내가 어떤 스타일이라는 것까지 나에 관한 모든 것이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고 그게 직무 수행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그녀는 남성 리더라면 “적당히 닦달한다(appropriately demanding)”고 평가받았을 성격도 여성 리더의 경우는 “몰인정하고 무자비하다(abrasive)”로 해석된다고 말한다.

기사 번역 관련 문의: jaeyeon.woo@wsj.com

이 기사의 영어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