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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속으로´ 학도병의 시선은 있는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8:21

<김헌식 칼럼>´포화속으로´ 학도병의 시선은 있는가?

 2010.06.18 09:17

 




[김헌식 문화평론가]누군가 전쟁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전쟁은 어른들이 일으키고, 나이 어린 젊은이들이 죽는다. 결정은 어른의 것이고, 죽음은 젊은이들의 것이다." 

누대에 걸쳐 전쟁은 어른들이 일으켰고, 젊은이들은 전쟁터에서 주로 죽는다. 고위 의사결정자들일수록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다. 물론 그들보다는 젊은이들이 일선 전장에서 죽어간다. 영화 '포화속으로'의 주인공은 나이 어린 학도병들이다. 학도병의 이야기는 대중전쟁영화에서 불리한 한계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오히려 이 한계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의 관점과 사유는 다른 전쟁영화와 차별화되는 점을 부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쟁영화에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얼마나 화려한 볼거리가 담겨있는지가 성공의 관건이 된다. 하지만 학도병들이 엄청난 화력이나 전쟁 수행 능력을 겸비하고 전투에 임했을 리가 없다.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영화 '포화속으로'는 더욱 사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화려한 볼거리를 SF영화 만들듯이 할 수 없고 사실주의 기법에 충실해야 한다. 애초에 그들이 가진 무기와 탄약은 그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영화의 내용대로 학도병의 전투가 아니라 다른 정규군의 전투에서 전투 장면들을 보여주어야 한다. 학도병의 전투장면에서 특수효과를 많이 사용할수록 현실감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투경험이 거의 없는 학도병들이 람보처럼 기관총을 난사하는 소영웅주의적 연출도 현실과 거리가 있겠다. 

휴머니즘이나 약자의 정서가 중요하게 적용되어야 했다. 학도병의 이야기를 할리우드 방식의 오락영화로 만들기에는 한계점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쟁 속에서 겪게 되는 젊은 청춘들의 갈등과 번민 그리고 고통과 희망을 그려내야 한다. 

이러한 점은 그동안 한국영화들이 분단 상황을 활용하면서 상업적인 성공을 누릴 수 있었던 요인이다. 물론 이러한 점만 그려낸다면 다른 영화와 차별점이 없어지는 우려가 있겠다. 학도병의 시각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남다른 관점이 중요하겠다. 남다른 관점은 사유와 성찰로 연결되곤 한다. 

무엇보다 한국전쟁을 다룬 오랜만의 영화 혹은 한국전쟁에 대해서 다시금 일깨우는 영화라면 다른 사유와 성찰이 부여 되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영화 '포화속으로'가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운 영화를 지향했다면 더욱 기대해볼 만도 하겠다. 

물론 오장범(최승현 분)은 전쟁에 대한 회의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전쟁에 대해서 별로 고민을 하지 않는다. 생존의 고민은 본능과 도덕 의식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 개인의 실존이 사회적 가치와 갈등을 빚는 지점들이 은근슬쩍 지나가 버린다. 전투를 해야 할 지점에서 외면하는 셈이다. 

영화에는 왜 싸워야 하는지, 전쟁의 대의와 명분, 그리고 실리는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막아야 하니까 막는 것이고, 진격하니까 진격하는 것이다. 그 외에는 어떤 사유와 성찰도 없다. 그것은 전쟁의 본질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전쟁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사유와 성찰은 필요하다. 휴머니즘으로 해결될 수만은 없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7월 4일생'에서 론 코빅(톰 크루즈 분)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다. 자신이 육체적 정신적 장애를 갖고 고향에 돌아오고 한참 뒤에야 자신이 어른들의 아름다운 전쟁 명분에 속았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는 진실을 알리고 반전이라는 사회적 행동에 나선다. 

이는 실제 경험과 오랜 동안의 사유와 통찰이 있기에 가능했다. 전쟁은 항상 아름다운 명분으로 치장되어 있다. 한국전쟁은 어떠한 명분으로 치러졌고 대응되었는가. 그리고 그 명분들의 실제는 무엇이었는가. 영화 '포화속으로'에 그것에 대한 그들의 성찰과 사유는 없었고, 정적인 감수성이 내뿜는 포연이 가득해 영화의 주제의식도 흐려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