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 |
ㆍM ‘휴먼다큐 그날’ ‘사랑’ K ‘인간극장’ 등
ㆍ소외계층 애환 다뤄 감성호소 시청자 ‘감동’
<아프리카의 눈물> <최후의 툰드라> <동아시아 생명 대탐사 아무르> 등 대형 다큐멘터리가 지상파 방송 3사를 통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적은 예산으로 큰 감동을 주는 휴먼다큐들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잔잔하게 물들이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인간시대>로 휴먼다큐의 따뜻한 여정을 시작한 MBC는 이후 <신인간시대> 「MBC스페셜」 <휴먼다큐 사랑> 등으로 인간애를 조명해왔으며 최근에는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을 통해 세상에 살면서 만나게 되는 특별한 날에 대한 에피소드와 감동을 전하고 있다. KBS는 올해로 방송 12년째를 맞은 <인간극장>을 비롯해 특정 공간에서 72시간 동안 관찰하고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3일>과 세 번의 만남을 통해 알려진 인물의 일상의 단면을 포착하고 속내를 들여다보는 <세 번의 만남> 등을 방송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매년 5월 방송되는 <휴먼다큐 사랑>의 ‘너는 내운명’(2006)편은 세계 3대 TV페스티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반프 월드TV페스티벌 심사위원특별상과 아시아TV어워즈 최우수상을, ‘풀빵엄마’(2010)편은 국제 에미상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BBC를 비롯해 유럽의 전문성을 띤 다큐멘터리들이 강세를 보이는 에미상에서 휴먼다큐가 수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KBS스페셜」에서 ‘수단의 슈바이처’라는 제목으로 2010년 4월 방송됐고 이를 재편집해 9월 영화관에서도 개봉된 <울지마 톤즈>도 상업영화가 아님에도 40만 관객을 끌어모았을 만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TV휴먼다큐가 이처럼 좋은 반응을 얻고 이유는 뭘까. <울지마 톤즈>를 제작한 KBS 다큐멘터리국 구수환 부장은 “살아가기가 각박한 세상에서 시청자들은 다큐멘터리 주인공의 이야기를 바로 자신의 일로 공감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휴먼다큐 사랑> ‘너는 내운명’과 ‘풀빵엄마’편 등을 연출한 MBC 유해진 PD는 “반프 월드TV페스티벌의 한 심사위원은 ‘너는 내운명’을 보면서 너무 가슴 아프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여서 시청하는 내내 울었다고 하더라”며 “동서양이 정서적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 때문에 가진 보편적 정서는 어디서나 통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국내 방송사들의 휴먼다큐 제작방식에 대해 해외 방송인들은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유해진 PD는 “한국에는 1980년대 중반부터 <인간시대>라는 휴먼다큐 프로그램이 존재하면서 주인공들의 아주 내밀한 부분까지 밀착 촬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제작방식이 된 반면, 서양에서는 사생활 침해 문제로 휴먼다큐라고 해도 주인공을 인터뷰하거나 그 사람의 공식활동을 촬영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한국의 휴먼다큐에 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먼다큐 제작편수도 한국은 유난히 많은 편이다.
휴먼다큐는 2006년 <휴먼다큐 사랑>이 등장하면서 드라마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재미를 위해 극적인 요소를 첨가하는 시도가 증가한 것이다. 또 객관적 거리를 두고 기록하는 일반 다큐 양식에서 벗어나 적극적 해석이나 가치부여에 중점을 두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은 “최근엔 한발 더 나아가 가족, 질병 등 한국인들이 고민하는 내용을 감성에 호소하며 담아내는 휴먼다큐가 유행하고 있다”며 “문제는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다보면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단위인 사람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항구적인 소재인 이상 휴먼다큐의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얘기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