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자주 편성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를 뽑는 오디션 ‘위대한 탄생’(오후 9시55분)이 방영 중이고, 주말 예능 ‘일요일일요일밤에-오늘을 즐겨라’(이하 ‘일밤’)도 지난 9일부터 트로트와 발라드 오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오는 3월 봄 개편에 맞춰 ‘일밤’의 한 코너로 아나운서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신입사원’(가제)을 기획 중이다.
오디션 형식 프로그램의 장점은 짧은 시간 안에 긴장감과 극적인 반전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탈락과 합격이 즉각 결정되고, 노력한 자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쉬운 형식이다. 하지만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을 너무 자주 편성하다가는 장점을 무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중구난방으로 방송되는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끼게 돼, 후속 프로그램은 감동을 이끌어내기가 더욱 힘들다. 잔뜩 기대를 모은 ‘위대한 탄생’이 고전하고 있는 게 그런 사례다.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에서 감동을 맛본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위대한 탄생’ 지난 21일 방송은 시청률 12%(AGB닐슨 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김씨는 “오디션 형식의 장점은 주제의식이 분명할 때 드러난다. 오디션이 필요한 내용이 있고 부적합한 내용이 있는데, 무작정 오디션을 도입하고 뒤늦게 내실을 갖추려하면 감동과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밤-오늘을 즐겨라’가 대표적이다. ‘트로트를 즐긴다’는 미션 아래 출연자들은 설운도의 신곡을 놓고 2주간 오디션을 벌였다. 지난 23일부터는 발라드 신곡을 차지하기 위해 14명의 출연자가 1차 예심을 거쳐 2명이 탈락했고, 앞으로 2명이 더 탈락한 후 남은 10명이 조를 짜서 다시 한번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문제는 출연자들이 왜 신곡을 차지하고 싶어하는지, 이경실 최송현 등 특별 게스트들이 참가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연이 없는 출연자들의 노래는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주지 못했다는 평이다.
‘위대한 탄생’은 1시간 동안 114팀의 참가자를 모두 담다보니 출연자의 노래가 지나치게 편집됐다. 지난 21일에는 전 세계 예선을 거쳐 올라온 114팀이 2박3일간 ‘위대한 캠프’에 합숙한 본선 과정이 전파를 탔는데, 방송 분량 대부분은 출연자들의 노래보다 심사위원들의 독설, 합격과 탈락에 따른 출연자들의 반응이었다. 방송 직후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출연자들의 노래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 달라” “출연자들이 노래하는 모습이 많이 생략돼 감동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올라왔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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