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할리우드, 자국 퇴마 사기는 언제 다룰 것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4. 25. 03:14

할리우드, 자국 퇴마 사기는 언제 다룰 것인가

영화 <그림 형제>에 숨겨진 할리우드식 퇴마 심리

업데이트 05.11.21 16:37 김헌식 (codess)


처음에는 주의를 분산시키지만 영화 <그림 형제-마르바덴 숲의 전설> 구도는 간단해 보인다. 영화는 그림 형제가 영생을 바라는 거울 여왕(모니카 벨루치 분)의 마법을 물리치는 과정을 중심에 두고 있다. 다만 섣불리 처음부터 마법의 판타지로 빠지지 않으면서 관객들의 기대에 허를 찌르려 한다.

그림(Grimm) 형제가 퇴마사로 등장하지만 그들의 퇴마 행동은 짜여진 각본에 따른 사기임을 곧 영화 스스로 밝힌다. 이를 통해 마법은 없다는 현실적 세계를 강조한다. 물론 영화는 10명의 소녀가 사라지는 과정을 통해 마법의 존재를 슬그머니 알리기 시작한다. 점점 그림 형제는 마법의 세계, 마르바덴의 숲으로 빠져든다. 아울러 영화 속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모두 이 마법의 세계로 점점 빠져든다.

영화는 처음부터 현실과 마법, 판타지의 경계 허물기를 암시했다. 경계 허물기는 복잡해 보이지만 그림 형제의 의미를 다르게 구성해 내기 시작한다. 일단 그림 동화의 작가인 그림형제가 자신들이 만든 이야기들의 모자이크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그 경계 허물기를 의미한다. 동생 제이크는 '제이크와 마법의 콩나무' 이야기 자체를 의미하고 있다.

여기에 빨간 두건의 소녀가 늑대에게 납치 당하는 '빨간 두건', 빵가루를 뿌려 자신의 길을 표시하는 '헨젤과 그레텔', 개구리 할머니로 등장하는 '개구리 왕자'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깊은 잠에 빠진 '잠자는 숲속의 미녀', 어린 시절 마녀에게 잡혀와 출구 없는 성안에 갇힌 '라푼젤'도 색다르게 꾸며 한 조각씩 맛볼 수 있도록 넣었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미모를 묻는 거울 여왕은 '백설공주'에서 익숙하게 본 내용이다.

12명의 소녀를 취해야 한다는 설정과 마지막 소녀에게 유리 구두를 신기는 것은 '신데렐라'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밤12시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변화한다. 신데렐라에게는 초라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겨울 여왕에게는 영원한 젊음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영화는 여왕의 욕망을 채우려는 검은 마법을 물리치는 판타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실적인 통렬한 비판과 조롱을 보내고 있다. 시대적인 배경은 프랑스가 독일을 지배하고 있는 19세기 초. 영화는 독일을 지배한 프랑스인들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프랑스에서 파견된 장군은 독일식 소시지에 거부감을 일으키고 사치스런 와인을 곁들인 화려한 만찬을 귀족들과 즐긴다. 반면 독일 사람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

장군은 고문을 하는 가운데에도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편안한 클래식을 연주하게 한다. 클래식이 현실의 고통과 비명을 덮어버리는 수단이라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다. 또한 숲을 태우는데 만찬을 즐긴다.

프랑스 장군은 상징적이어서 교묘한 민중 억압책을 사용하는 통치자의 행동을 드러내준다. 장군은 마르바덴 숲에서 10명의 소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는 그림 형제, 윌(맷 데이먼 분) 그림과 제이크(히스 레저 분)에게 해결하도록 지시한다. 물론 해결하지 못하면 사기행각의 죄에 따라 사형이다.

과연, 사건의 해결이 목적이었을까? 1차 조사 후 진짜 마법 세계를 인지한 그림 형제. 당황한 그들이 해결을 못한다고 돌아오자 장군은 민중의 음모, 반란으로 몰아 마르바덴 숲을 초토화시키려 한다. 화들짝 놀란 그림 형제가 자신들이 해결하겠다고 한다.

다시 숲으로 돌아오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 소녀는 다시 사라졌다. 장군은 그림형제의 자작극이라며 숲과 함께 태우려 한다. 간신히 살아난 그들이 오히려 장군을 죽이는데 장군은 죽어가면서 이렇게 말한다. "후식을 먹지 못하고 죽다니, 딸기 시럽이 있는 케이크를 먹으면 좋을 텐데" 이렇게 끝까지 폭력적 통치자인 프랑스를 비난하고 희화화시킨다. 예술과 철학을 강조하는 이면에 제국주의적이고 비현실적인 인식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본래 뛰어난 언어학자인 그림 형제(형 야코프 그림:1785∼1863, 동생 빌헬름 그림:1786∼1859)를 퇴마사로 둔갑시키고, 마침내 민중의 영웅으로 탈바꿈시킨다. 비록 마녀와 괴물 쫓기가 사기였지만 그림 형제는 독일 사람들에게는 구원의 희망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처음부터 프랑스 정부는 이들의 정체를 폭로해 영웅이 되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이 있었다. 프랑스 정부는 그들을 사기꾼을 넘어 민중을 교란시킨 인물로 화형시키려 하다. 하지만 결국 그림 형제는 프랑스 정부의 비현실적인 현실 인식을 통렬하게 깨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겨울 여왕까지 물리쳐 버린다.

이런 구도는 영화 자체만으로 보면 그럴 듯하다. 두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 제국주의적 침략주의자는 누구이며, 진정 사기꾼 퇴마사는 누구인가하는 점이다.

할리우드은 끊임없이 프랑스만 비아냥거린다. 침략적 행태와 위선이 프랑스만의 일은 아닐테다. 할리우드 영화가 미국의 행동을 그렇게까지 조롱하고 비난하지는 않아왔다. 미국의 침략 행동을 간과하는 것이 오히려 할리우드 영화의 환타지를 이용한 사기 행각과 같다. 프랑스만 실컷 조롱하고 비웃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현실에서는 미국이 퇴마 사기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끊임없이 악마와 마녀를 만들어낸다. 후세인을 악마로 북한을 악의 축으로 삼아 끊임없이 세계 민중 앞에서 사기극을 펼치는 것과 같다. 이라크를 그 명분삼아 무참하게 공격했고 파괴했다.

자신들의 국민들에게는 악마를 물리친 영웅이라고 스스로 선전했다. 스스로 악마를 물리쳤다고 했지만, 애초에 악마는 없었다. 미국의 현대사에서 자작극도 많았다. 베트남의 통킹만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오히려 미국의 침략이 악마와 같은 행동이었다. 수많은 피를 불러 오고 자신들은 금전적인 이익을 챙겼으니 말이다.

영화로 돌아가 보면 퇴마 사기꾼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은 미국의 퇴마 사기를 영웅적 행동으로 만드는 것과 닮아 있다. 경계 허물기는 단지 모자이크와 같은 이야기들의 현실/비현실 조합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사기 행각과 위선, 협잡을 판타지와 결합해 만들어도 세계 민중이 열광할텐데 할리우드는 관심이 없는 게 이상하다. 돈이 될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