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청소년 프로는 해리포터 같으면 안되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11. 18. 20:53

 청소년 프로그램의 실용주의

| 기사입력 2009-11-12 14:23

<공부의 제왕>(위)과 ‘해리 포터’ 시리즈 3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흔히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에서는 방송에서 청소년 프로가 없어지는 현실을 개탄한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이는 이명박 정부 들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던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할애된 시간대에는 학습과 어학에 관한 프로그램이 차지했다. 예컨대 청소년 인권을 다룬 MBC <느낌표> 같은 프로는 없고 <공부의 제왕>이나 <꼴찌탈출>과 같은 프로가 등장했다. 비중 있는 케이블 방송에서는 수능 백점 올려주기 프로도 방송됐다. EBS도 문화 대신 영어 학습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이른바 실용주의의 영향이었다.

한편으로 청소년 프로란 방송 범주를 애써 만들어야 하는가 싶기도 하다. 청소년이라는 딱지는 대개 불완전하고 불안한 존재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은 교육시키고 인도하거나 배려해야 하는 비주체적인 존재들로 상정된다. 이런 때 청소년 프로그램이 청소년을 중심에 두는 듯 싶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게 된다. 따라서 몰입감은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청소년 프로는 명분상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낮은 시청률 때문에 고전하다가 슬그머니 사라진다. 악순환은 두 가지 축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즉 명분과 가치를 내세우고 실질적으로 인공낙원 같은 기성세대의 편견이 작용한다.

무엇보다 청소년은 공통적인 상징이나 매개고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청소년 문학에 활력을 넣고 있는 소설인 <완득이>와 <위저드 베이커리>는 ‘1318’이라는 범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해외 소설 <모모>와 ‘해리포터’ 시리즈, <연금술사> <연을 쫓는 아이> <리버보이>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 청소년 문학이나 방송 프로그램이 존재해도 착한 결말에다 학교와 가족 안의 소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영 어덜트’(Young-adult)는 리얼리티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착한 결말로 흐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릴러·판타지·역사물·공상과학 등 장르를 넘나들고, 성폭행·강간·흉악범죄 등의 소재도 가리지 않는다. 공영방송에서 이를 적절하게 걸러야 할 필요는 있지만 핵심은 전달 방식과 메시지다.

청소년 관련 방송 프로는 세 가지다. 우선 주인공은 청소년이고, 주제나 소재가 청소년과 직접적이다. 두 번째는 주인공과 주제 및 소재가 청소년에 관한 것이 아니어도 청소년을 겨냥한 것이다. 세 번째는 애초에 청소년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지만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콘텐츠이다. 이는 청소년 문학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어쨌든 문학이나 방송프로는 이 세 가지를 포괄해야 한다. 

이것은 ‘키덜트’로 귀결될 수 있다. 탈경계 시대에 키덜트와 이어지는 청소년 범주는 하나의 매개 고리다. 이것은 인간 모두에게 해당되는 보편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세계 대중문화산업을 휩쓰는 킬러콘텐츠는 모두 이 ‘키덜트’에서 비롯했다. 따라서 방송도 청소년이라는 당위적인 가치에만 집중할 때 악순환의 늪에 빠지고 실용주의에 쉽게 두 손을 들게 된다.

김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