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이 8일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개방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안드로이드 OS는 완전 개방형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모토로라는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이며 OS 공개 시점도 제조사별로 차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8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해 앞으로 안드로이드 OS를 모토로라에 우선으로 제공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잠식시킨 것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안드로이드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스마트폰 제조사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있는 데 대해 “MS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안드로이드를 만든 회사는 구글이지 MS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MS가 안드로이드의 성공을 두려워해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조장하는 전술을 사용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 전기에 나온 내용에 대한 질문에 “잡스와는 20년 지기 친구다. 나는 아직 친구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잡스의 전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안드로이드는 아이폰보다 먼저 개발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스티브 잡스 전기에 따르면 잡스는 생전에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의 아이디어를 베꼈다고 전하고 있다.

 

[동서남북] '나쁜 남자' 스티브 잡스의 '착한 유언장'

강경희 경제부 차장
24일 전 세계에서 동시 발간된 스티브 잡스의 전기(傳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위인전을 대하듯, 스티브 잡스의 성공 DNA에서 가슴 벅찬 교훈을 얻고자 책을 펼쳐드는 사람들에게는 당혹스러운 대목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의 지근(至近)에 있던 사람들 심정이 어땠을까가 더 궁금할 정도로 잡스는 '까칠하고 괴팍하기까지 한 천재'였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한눈팔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입이 닳도록 얘기하는 한국의 부모나 교사들이라면 잡스 같은 자녀나 제자를 키우려는 꿈은 접어야 할 것 같다.

잡스는 학교 공부가 따분하기 이를 데 없다며 짓궂은 장난도 서슴지 않는 악동(惡童)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애완동물 데리고 등교하는 날'을 만들어 교실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고, 선생님 의자 밑에서 폭음탄을 터뜨려 선생님을 경련 일으키게 했다. 그런 장난에도 내내 아들을 두둔했던 관대한 양아버지조차 잡스가 사춘기 시절 부모 침실에 도청시설을 해놓고 엿들었을 때와 고2 때 마리화나, 고3 때 LSD(환각제)에 주기적으로 손댄 걸 알고는 엄청 화를 냈다고 한다.

잡스의 모토는 "해군이 되느니 해적이 되는 게 낫다"였다. 그 자신 창의적이고 똑똑하지만 반항기가 다분했던 것처럼, 영리한 해적 같은 '리틀 잡스'형의 인재를 원했다. 그래서 면접 자리에서 "첫 성경험이 언제였나요?" "아직 숫총각인가요?" "LSD는 몇 번 해봤나요?" 같은 질문을 조롱하듯 마구 던져 마음에 안 드는 지원자를 쫓아내다시피 했다.

애플의 아이폰이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판도는 물론, 소통의 문화를 뒤바꿔놓은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창의적 인간 잡스를 배우자" "애플의 창조경영을 배우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국 교육에 대한 반성도 쏟아졌고, 실패와 일탈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 대한 자책도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성공 방식보다 애플의 성공이 한 수 위라는 자괴감도 강했다. 세상을 흔들어놓고 56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우리 사회에 일종의 '잡스 콤플렉스' 같은 걸 남겼다.

하지만 그의 탁월한 점뿐 아니라 인간적 면모까지 낱낱이 묘사한 전기를 보면 묘한 안도감도 든다. 나처럼 보통 사람 눈에는 기인(奇人) 같은 남자 잡스와 결혼한 천사 아내보다는, "저 남자랑 함께했다간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며 잡스를 떠난 전(前) 애인이 훨씬 공감 간다. 독설을 마구 퍼붓는 잡스 같은 상사보다는, 어렸을 적부터 "정직하라" "중용의 길을 걸으라"는 가정교육을 받아온 애플의 또 다른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같은 상사 밑에서 일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스트레스 푼다고 변기에 발을 담그는 남자, 야채만 먹고 사니 목욕 안 해도 된다며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출근하는 남자…. 일탈도 서슴지 않으면서 보약에서도, 마약에서도 자신의 꿈과 열정에 필요한 자양분을 정제해내는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은 미국에서조차 아주 유별나고 특별한 존재였음은 분명하다.

잡스의 뜻에 따라 공개된 그의 사적인 면모는 '나쁜 남자' 잡스가 남겨놓은 '착한 유언장'이다. 그는 누구든 잡스처럼 살 수도 없지만, 설사 잡스처럼 산다고 해도 잡스가 될 수는 없으며,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쌓아온 성공 방식마저 부정하고 자책할 필요는 결코 없다는, '잡스 콤플렉스에 대한 처방전'을 주고 갔다.

 

[강경희 경제부 차장 khk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