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헌식(정보콘텐츠학 박사, 중원대학교 특임교수, 사회문화평론가)
배우 손석구 주연의 ‘밤낚시‘는 여러모로 눈길을 끌었고,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어 보였다. 대규모 제작비의 블록 버스터 혹은 텐트폴 영화라도 번번이 흥행에서 참패하고, 다양한 영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소수의 영화가 스크린을 독과점하는 문제는 여전하다. 여기에 멀티플렉스가 상영관 97%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티켓 가격은 짧은 기간 동안 40% 정도까지 올랐다. 여기에 객단가가 낮으므로 제작사나 관객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더구나 젊은 관객을 중심으로 숏폼 콘텐츠와 같이 짧은 분량의 콘텐츠를 선호한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선호하는 경향도 커졌다. 따라서, 이런 맥락에서 관객들은 코로나 19 이전과 비교해서 65% 정도의 관계 회복률을 보여주었다. 관객들이 보고 싶지 않은 영화를 배우나 감독의 유명세로 커버하기는 힘들다. 관객 억지로 시각적으로 사육당하듯이 관람하는 스크린 독과점 현상에 반감도 크다. 그만큼 관객 선호와 취향은 확실해졌다. 프랜차이즈 영화라면 오히려 관객이 볼 리는 영화 선택의 보수화도 더 공고화되었다. 여기에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본 손해를 흥행작 쏠림으로 상영관이 벌충하려 한다. 이러니 창작 영화나 독립영화, 다양성 영화가 진입하기도 힘들어진다.
이런 영화계의 현실에서 ‘밤낚시’는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그 특징 혹은 매력을 살펴봐야 한다. 12분 59초. ‘밤낚시‘는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분량이다. 약 13분 분량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스낵 컬처라고 할 수 있다. 언제든지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에 해당하는 것.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이동 간 모바일 콘텐츠 소비는 짧아도 오히려 반응이 더 좋았다. ‘밤낚시’는 이런 짧은 콘텐츠의 선호와 소비 심리에 부응하는 듯싶다. 극장에서 짧은 영화를 본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더군다나 가격이 합리적이다 못해 너무 저렴하다. 단 1000원이기 때문이다. 극장 티켓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과 다른 파격적인 요금 책정이다. 더구나 영화는 자동차를 매개로 다양한 기법을 적용하고 있었다. 색다른 시도이기 때문에 영화 작품 자체의 진일보한 점을 생각할 수 있었다. 소비하는 영화의 브랜드가치도 제법인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흥행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제작비를 대거 투입하거나 연작 시리즈인 영화보다 반응이 좋았다.
더구나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연동 효과였다. ‘밤낚시’를 보러온 관객은 짧은 상영시간 이후 그대로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발걸음을 디딘 극장에서 다른 영화를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영화 유입으로 이끌 수 있다. 즉, 극장으로 가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극장에 발을 들여놨기 때문에 다른 소비까지 유도할 수 있다. 이 ‘밤낚시’ 사례를 다양성 영화나 독립영화와 일반 상업영화와 이룰 수 있는 공존 공생의 확립으로 계기를 만들 수 있어 보인다. 다양성 영화나 독립영화가 일반 상업영화가 항상 적대적인 제로섬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모델 설정이 가능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영화 ‘밤낚시’가 한국 영화계의 파랑새가 되려면 좀 따져봐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밤낚시’를 관람 왔다가 다른 영화를 본 것이 정확한가이다. 이미 다른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일 수도 있다. 인과 관계의 우선순위가 명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배경도 봐야 하는데 티켓 가격 천 원이 가능했던 이유는 대기업 자동차의 협찬과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자동차가 노출되고 화제가 될수록 광고 효과는 충분하다. 이런 점에서 다양성 영화나 독립영화와 비교할 수 없을지 모른다. 대기업 협찬이 아무 영화에나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밤낚시’를 배우 손석구가 주연 제작하기 때문에 협찬 지원이 가능했다. 인지도나 셀럽 여부에 관계가 없이 이런 지원이 가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 예술적 시도와 상업적 이해관계의 콜라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아울러 창작자들의 대기업 지원에 대해서 좀 더 개방적인 태도를 지닐 필요도 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수상까지 이어진 데는 관련 대기업의 지원이 지속해 버텨줬기 때문이다. 새로운 메디치 효과 모델 구축이 필요한 한국 영화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노골적인 PPL이 아니어야 한다. ‘밤낚시’도 그런 면에서 예술적인 호평이 가능했고, 홍보 효과도 생각할 수 있었다.
다만, 무엇보다 이런 예는 멀티플렉스 체제 안에서 이뤄지는 시도다. 어느 곳에서라도 작고 가벼운 영화들이 제작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과 계기가 일상적으로 마련될 수 있도록 제도적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에 가야 할 이유에 대해서 많은 관객은 아직 마음이 움직이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