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시네마 리뷰

여배우는 시각 장애인, 남배우는 지적장애인 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12. 27. 20:04

<김헌식 칼럼>여배우는 시각 장애인, 남배우는 지적장애인 왜?<2013년 3월>


요즘 극장에서 흥행대표주자는 ‘7번방의 선물’이다. 텔레비전에서 시청율 우위를 보이고 있는 드라마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요즘 장애인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곧잘 등장했다. 한효주 소지섭 주연의 ‘오직 그대만’, 그리고 김하늘 유승호 주연의 ‘블라인드’도 대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영화 ‘말아톤’ 이후에 대중상업영화에 장애인은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다. 그런데 ‘오직 그대만’, ‘블라인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여주인공들에게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주인공이라는 점은 물론이고 모두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같은 원작의 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의 문근영도 시각장애인 역을 했다. '안녕 UFO'에서도 여주인공은 시각장애인이었다.

영화 ‘7번방의 선물’과 ‘말아톤’의 주인공은 남성이며, 모두 지적 장애인이다. 대체적으로 대중상업영화에서는 여성 주인공으로 지적 장애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사실 이런 질문은 어쩌면 어리석은 질문일 것이다. 

이는 송혜교가 시각장애인 역으로 등장하면서 힐을 신은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 만약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이라면, 아예 힐을 신을 수 없다. 신발을 신고 있는 모습이 불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시각장애인이라고 해도 여성적인 아름다움은 유지할 수가 있다. 영화 '오아시스'의 문소리가 맡았던 지적장애인 역은 그런 효과를 낼 수 없다. 

인기 있는 배우들이 아니라 인상적인 연기로 각인을 시키려는 도약기의 실력파 배우들만이 가능하다. 더구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보이는 것과 대별하여 많은 함의점을 줄 수 있다. 금상첨화다. 인간은 정보의 습득을 대부분 시각을 통해서 하니 장애의 상징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청각장애인인 경우는 어떨까. 대개 청각장애인들은 들리지 않으므로 대개 수화를 구사한다. 청각 장애인 역을 맡을 경우 수화를 따로 익혀야 한다. 하지만 시각 장애인은 얼굴 표정과 눈동자 연기를 잘 소화해내면 된다. 심지어 영화 ‘오하이오 삿포르’의 청각장애인 여주인공은 거의 수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더 많이 한다. 그리고 입모양을 보고 사람들의 의사를 알아냈다. 대만 영화 ‘청설’에서 여주인공은 정말 열심히 수화, 수어를 구사했다. 물론 장애인이 아니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중에 하나는 목소리다.

이러한 점은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라도 분명한 구별이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지적 장애인, 지체 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 장애인, 정신 장애인 등 층위와 범주는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를 모두 장애인으로 묶고, 장애인 코드가 통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여주인공과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의 남자주인공은 장애 유형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언터처블 1%’의 주인공은 모두 부유층이다.

장애인은 대개 저소득층에 사회적 지위가 낮게 간주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물론 후천적인 장애인이기 때문이지만 장애인도 사회적 계층과 계급에서 다양하다는 점에서 틀린 게 없다. 이를 담아내는 것이 장애 유형이다.‘언터처블 1%의 우정’에서 필립은 전신을 움직일 수 없고,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시각장애인이다. 

적어도 그들은 고결하게 표정과 자세를 유지할 수는 있다. 만약 그들이 지적 혹은 정신 장애인이라면 그런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전신마비 장애인이 등장하는 잠수종과 나비 속에서 남자주인공이 멋있게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부유층에도 장애인은 여러 유형이 상종한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여일 역을 했던 강혜정은 지적 장애인 캐릭터를 소화해야 했다. 그러나 여일은 주인공이 아니었고 일찍 죽음을 맞았다. 영화 ‘미운오리새끼’에서 정신 지체 장애의 혜림도 결국 조연으로 사라진다. 그렇다면 정말 시각장애인이 정말 선호되는 것일까. 김하늘은 SBS ‘힐링 캠프’에 출연해 성냥불을 켜다가 불꽃이 튀어 실명할 뻔한 이야기를 했고, 출연자들은 물론 다양한 언론 매체들도 공포스러워 했다.

실제 장애인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나비와 바다‘에서는 뇌병변 장애인 남녀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가 다뤄진다. 현실이 오히려 더 아름답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시각장애인이 아니라 뇌병변 장애인이 나온다면 어떨까. 그것은 장애인 여성이 힐을 신느냐 마느냐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일 것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