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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100만장 판매? 부끄럽지도 않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1. 19. 13:23

엑소 100만장 판매? 부끄럽지도 않나?


그룹 엑소(EXO)의 앨범 판매량이 100만장을 돌파했다고 보도한 매체들. 네이버 화면갈무리.

[김헌식의 문화비빔밥] 김건모 이후 12년만의 쾌거? SM 주가 상승 노린 허풍과 과장

12월 27일 오전, 언론매체들은 일제히 그룹 엑소(EXO)의 앨범 판매량이 100만장을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하나같이 똑같았기 때문에 절대 진리인 듯 싶었다. 진리는 오로지 하나로 서로 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엑소의 앨범 백만장 판매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미 그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해 왔기 때문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룹 엑소는 정말 대단한 그룹임에 분명하다. 많은 매체에서 말하고 있듯이 2001년 이후에 사실상 100만장 돌파는 없었으며, 이는 음반 산업의 구조적 변동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 지 오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많은 매체들의 공통적인 언급은 2001년 김건모와 god의 100만장 이후 처음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SM엔터테인먼트가 밝힌 내용들을 그대로 전한 기사들에서 판박이와 같이 반복되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의 정규 1집 'XOXO(Kiss&Hug)'가 27일 현재 100만 7557장의 판매고를 올렸다"며 "이 기록은 김건모 7집과 god 4집 등이 발표됐던 200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 있는 쾌거다"라고 밝혔다. 이를 그대로 받은 언론매체들은 엑소가 김건모 god 이후 12년 만에 밀리언셀러를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12년 만에 그것도 음반 산업자체의 구조적 모순으로 불가능한 일이 어떻게 일어났다는 말인가. 

일단 그 보도들을 접한 김건모와 god 멤버들은 물론 그들의 팬들도 화를 내야 정상이었다. 왜냐하면 비교할 수 없는 사례를 비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과거의 음반판매량 기록을 살펴보자. 

김건모와 god와 팬들은 엑소 음반 판매보도에 분노해야 

1999년 밀리언셀러는 4장이었는데 그 가운데 조성모 2집이 194만장, '아이야'가 실린 HOT 4집이 138만장이었다. 2000년에 100만장 이상 팔린 음반은 4개였는데, 그 가운데 대표곡 '아시나요'가 담긴 조성모의 3집이 196만장이었다. 2001년 '사랑할수록'이 담긴 '연가(戀歌)'가 168만장, '길'을 담은 god 4집이 158만장, '미안해요'가 대표곡인 김건모 7집이 137만장이었다. 

그러나 2002년으로 들어서면서 음반 판매량은 급감한다. 월드컵이 열린 2002년 대표곡 '진실'을 담은 쿨7집의 판매량은 64만장이었는데 전해와 비교하면 이는 3분의1에 불과했다. '브라운아이즈 2집'(61만장), '왁스 3집'(57만장), '보아 2집'(54만장), '코요테 4집'(51만장)이 뒤를 이었다. 2003년 대표곡 '청첩장'을 담은 김건모 8집이 1위였으나, 52만장으로 1위였으며, 2004년 '로보트'가 담긴 서태지 7집이 1위였는데 48만장을 기록했다. 2005년 SG워너비 2집이 스페셜 에디션까지 합해 41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2006년 대표곡 '오!정.반.합'이 담긴 동방신기 3집이 34만장이었다. 이렇게 음반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인터넷 환경으로 노래의 소비행태들이 확연하게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음반 소비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약해진 문화적 변화 때문이기도 했다. 

다시 2001년으로 돌아가 보면, god의 4집 앨범 '길'은 발매 첫날 선주문 가운데 80만장이 모두 팔렸다. 당시 한 공장에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5-6개의 공장에 하청을 주어 공급을 맞추기도 했다. 그들이 숨 가쁘게 만들었던 것은 단일 앨범이었다. 1995년 3집 '잘못된 만남'으로 앨범판매량 330만장을 기록하여 기네스에 올랐던 김건모는 2001년에는 137만장 밖에 팔지 못했지만 역시 '잘못된 만남'과 함께 단일 음반 판매였다. 그러나 엑소의 백만장 돌파는 단일 앨범이 아니었다. 주지하다시피 무려 4장의 판매량을 합친 것이다. 

12월 27일 가온차트에 따를 때, 엑소의 100만장 판매 기록은 6월 3일 출시된 정규 1집 키스버전(한국어)이 26만 9689장, 허그버전(중국어)이 20만 1881장, 8월 5일 발매된 1집 리패키지 키스버전이 33만 6024장, 허그버전이 19만 9983장을 합산한 것이다. 

그룹 엑소(EXO)의 앨범 판매량이 100만장을 돌파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조선닷컴 화면갈무리

'리패키지'앨범은 기존 앨범에 노래 몇 곡을 얹어 다시 발매하는 것이다. 8월 5일 정규 1집 리패키지 앨범을 발매했고 6월 발매된 정규 1집 'XOXO(Kiss&Hug)'의 12곡에 '으르렁'등 신곡 3곡만 더했다. 이 3곡을 듣기 위해 팬들은 음반을 사야했다. 리패키지 방식은 논란이 많았지만, 몇 년 사이 문제제기 하는 것 자체가 사라졌다. 달라진 음악 소비 구조에서 당연하다는 논리가 대세가 되었다. 어쨌든 엑소는 국내 버전과 중국 버전을 나누고, 리패키지도 다시 중국어버전으로 나누었다. 이는 사실상 한 개의 앨범을 자기 복제하는 것과 같다. 

자칫 조용필 음반도 밀리언셀러 되겠다 

만약, 2013년 조용필의 19집 판매량 30만장을 엑소의 방식으로 만들었다면, 역시 백만 장을 팔았을 것이고, 언론들은 밀리언셀러라고 대서특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용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인식도 그렇지만 그는 SM과 같은 시스템에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조용필보다 엑소는 더 대단한 그룹이 되었다. 

막대한 물량공세를 통해 어쨌든 단번에 엑소는 케이 팝의 대세이자, 대단한 뮤지션들로 등극했다. 엑소의 밀리언셀러 보도와 같은 내용이 통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신생 그룹이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조건에서는 그들에 관한 이야기는 대개 배경지식으로 쌓이게 된다. 

이 때 주로 활용되는 것이 언론매체이다. '김건모 god 이후 12년 만에', '밀리언셀러' 등과 같은 단어들은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잘 몰라도 더욱 대세라는 인식을 각인시킨다. 예컨대 음반이 많이 나간다거나 특히 해외에서 공연을 많이 하는 가수나 그룹은 최고의 대세인 것으로 확증된다. 한류의 첨병이라고 할 때 국가주의관점에서 외화를 벌어오는 산업 역군이 될 뿐이다. 본래 사전에 정보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는 초기 정보들이 앵커링(anchoring)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사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그룹들을 탄생시킨다. 인디밴드들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든 대대적인 물량공세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하게 수익을 위한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 따른 산물일 뿐이다. 

주식가격에 포위된 대중음악 

SM은 엑소에 대해 언론플레이를 통해 왜 이렇게 무리한 백 만장 판매 낭보를 구성한 것일까. 그 이유가 주식가격에 있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27일 오전 9시 SM의 주식은 전날보다 500원(1.15%) 올라 4만3900원에 거래가 시작 되었다. 이렇게 오른 이유는 바로 12년 만에 김건모와 god의 백만 장 기록에 이은 것이라는 보도가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SM은 엑소의 런칭과 몸집 불리기로 작년에 YG에 대한 패배를 만회했다. 2013년 엑소 때문에 이수만 SM 회장은 연예인 주식부자 1위 타이틀을 찾았다. SM엔터테인먼트 3분기 실적은 약 820억 원이었는데, 전년 동기 매출액 약 580억 원에 비해, 41.4% 정도 늘었다. 2013년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러브콜을 보낸 코스닥 종목은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SM이었다. 기관투자가들이 SM주식을 사들인 이유는 바로 아이돌 그룹 엑소 때문이었다. 엑소는 분명 대중 소구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중적인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부풀리기는 본질과 다른 측면을 통해 음악 시장은 물론 금융권까지 교란할 수 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아빠 어디가>와 엑소는 닮은 점이 있다. <아빠 어디가>는 이제 아이들 멤버들을 교체한다. 이제 식상해졌기 때문일까.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제 7살을 넘어가는 아이들이 생기면서 자의식이 충만히 생기기 시작해서 우연하고 천진한 그야말로 어른들을 즐겁게 하는 비자아적인 행동들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엑소와 같은 아이돌 그룹은 자기 스스로 아티스트의 판단을 하기보다는 상품의 프로그래밍이 주입된다. 그리고 그 프로그래밍을 벗어나 자의식을 가질 때 폐기처분된다. 자기 스스로 작동하면 기획사의 프로그램대로 통제가 안 되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폐기처분은 그들을 키워준 팬들과는 관계없이 이루어진다. 오로지 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리패키지 이거나 키스버전이건 허그버전이어도 충실히 앨범을 사주는 구매의 거수기일 뿐이다. 폐기처분당하기전에 자의식을 갖고 행동으로 옮기면 보복을 당한다. '동방신기'에 서자의식을 가지고 눈을 뜬 이들은 'JYJ'로 재탄생했고, 법원의 정당한 판결이 증명했지만 수모와 고초를 당해야 했다.

김헌식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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