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워>에서 여의도 소방대장 영기(설경구)는 초고층주상복합건물에서 일어난 최악의 화재 현장에 투입된다. 화재 진압을 위해 고군분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관객을 숙연하게 만드는 희생 행동을 보여준다. 대체로 좋은 소방관, 능력 있는 구조대원은 희생 되어야 한다. 이런 영화들은 어린이들에게 무비판적으로 상영되어 소방, 구급대원은 위기 상황에서 죽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런 유형의 영화들은 소방서에 근무하는 이들이 항상 큰 극적인 사건에 연속인 나날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게 한다. 소방구조요원들을 다루는 콘텐츠는 대개 이런 맥락에서 자유롭지 않다. 소방관련 영화들을 하나하나 언급하지 않아도 대개 이러한 스토리 라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좋은 소방구조요원은 희생의 존재들인가 영화 <반창고>는 이러한 점과 다른 점이 있었다. 대원들이 고속도로에 쏟아진 수천마리의 병아리를 하나하나 잡아 담는 장면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주었다. 항상 크고 극적인 사건들이 연속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그러한 점이 더 위험을 부를 수도 있다. 사소하고 무료의 연속 속에 둔감과 무신경이 배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들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우리들의 일상과 같다. 영화 <반창고>는 그들의 희생을 부각하는데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 ![](http://images.mediatoday.co.kr/news/photo/201310/112447_119826_2957.jpg) | | 영화 <반창고> | |
하지만 역시 마지막 부분은 대형사고 현장의 분투를 다룬다. 다만, 소방관들의 죽음으로 끝내지 않아 영화 <타워>와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강일(고수)과 미주(한효주)는 희생 없이 사랑을 이룬다. 영화 <감기>는 더 극적이다. 영화 <감기>에서 구조대원 강지구(장혁)는 최악의 바이러스 확산 사태에서 죽음을 넘나들며 구조 활동을 치러낸다. 비록 스스로 생명을 잃어버리는 상황에 처하지는 않지만,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그의 행동은 그러고도 남았다. 역시 구조대원은 자신의 몸을 던지며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대원이 아니라는 이미지는 여전히 우리 무의식을 작동시킨다. 구조를 당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최근 SBS <심장이 뛴다>가 파일럿에서 정규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연예인들이 실제 소방 구급 안전 요원으로 활동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단순 참여가 아니라 대원으로서 역량을 성장시킨다. 실제로 시민 자해를 한 현장이나 고독사 사체의 신고지에 함께 출동하는가 하면, 연락이 끊어진 채 뇌종양으로 고통 받는 사람에게도 달려간다. 또한 자살예고를 한 신고인을 쫓기도 한다. 여기에 맹독이 있는 무시무시한 말벌 집 제거 과정도 보여준다. | ![](http://images.mediatoday.co.kr/news/photo/201310/112447_119825_2741.jpg) | | SBS <심장이 뛴다> ⓒSBS | |
이런 사건들은 자극적이다. 물론 소방구조요원들의 실제를 보여주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긍정의 이미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이런 긍정 이미지의 쏠림은 진짜 사나이와 같이 특정 조직의 협조와 홍보목적에 부합 할 때 방송 제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극은 자극을 위한 것이지 그들의 일상 패턴과 다를 수 있다. SBS <심장이 뛴다>에서는 일단 현장 대원들이 중심은 아니다. 연예인들이 어떤 행위와 생각을 했는지가 중심이다. 또한 실무에 있는 대원들은 단순하게 다 위대하다는 극존중의 사고틀을 전제한다. 이럴 경우에는 그들의 현실적인 갈등이나 고민 등은 부차적이 된다. 그들은 아이언맨도 수퍼맨도 아니다. 영웅들의 고민과 갈등인 인간의 결핍과 한계에 따른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정말 구조가 필요한 것은 그들인 경우도 많다. 연예인들이 점차 어떻게 성장해 가는 지가 우선이기 때문에 그 성장에는 밥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사건들이다. 사건들이 많을수록 그들의 행동과 말에 변화가 생기고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는 사건들이 그렇게 연이어 있지 않으며, 극적인 사건도 그렇게 구성되지 않는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자기들 스스로 사건을 만들 수 있지만, '심장이 뛴다'같은 프로는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결국 사건들을 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실제 소방구조대원들의 일상과 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프로그램에 담겨진 사건들은 모두 죽음과 삶에 관한 센세이션 한 내용들이 중심을 이룬다. 과연 정말 연이어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모아지고 구성된 사건들이 압축적으로 제공되는 것은 소소하고 미미한 일이 더 많은 일상을 왜곡한다. 병영생활 종합선물세트의 현실착오 MBC <진짜 사나이>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총, 미사일, 전차, 격투 등이 등장하는 전투나 병영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다. 일단 군대라는 그들 조직은 목적의식적으로 단합하며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난과 장애를 넘고 달성한다. 또한 무기나 물리적 역량을 폭파와 타격, 방어를 수행한다. 이는 인간의 물적 수단을 통해 환경을 통제하려는 욕구를 충족해준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그런 목적의식적으로 통제행위를 하는 것처럼 느껴져 흥미를 갖는다. 하지만 그 파괴의 대상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진짜사나이>는 한 병영에서만 일어나는 일을 다루는 게 아니라 여러 병영을 순회한다. 따라서 극적인 이벤트들이 연이어 담아낸다. 하나의 부대에서 몇 개의 볼거리가 있어도 충분하다. 여러 부대를 방문하기 때문에 군대라는 공간은 항상 일상과는 다른 이벤트들이 있고 그 이벤트들은 극적이다. 이런 점은 한 공간을 지속적으로 관찰 카메라를 통한 관찰예능으로 만들어지는 방식과 다르다. 물론 대부분 군대를 경험한 이들은 군 생활이 얼마나 따분하고 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실제 병영은 예능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진짜사나이’는 뷔페식이 될 수밖에 없다. 눈길을 잡아둘만한 대표적인 흥미꺼리만 모아둔다. 현저성 편향이 희생을 부른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현저성 편향'(Saleince Bias)을 낳는다. '현저성 편향'은 뭔가 자극을 주는 것일수록 중요해 보이는 치우친 현상이다. 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극적인 부문만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편향을 증가시킨다. 소방대원은 항상 큰 화재와 싸우고 있어야 하며, 긴급한 상황에서 누군가를 살려야 한다. 경찰은 불철주야 연이은 강력사건을 쫓아다니고 있어야 한다. 군대는 항상 군사적인 행동으로 인한 파괴적 스릴의 이벤트가 존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좋은 소방대원이 아니고 경찰, 군인이 아니다. 이는 누군가에게 무리한 고통과 희생을 낳는 문화 심리적 토대가 된다. 고난의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그 행위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 하지만 작위하지 않아도 부작이라 할지라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자체가 소중한 일이다. 고통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어쩌면 인간에게 미미하고 사소해서 권태로운 것이다. 그래서 극적인 스토리를 연출해 내는 것일까. | ![](http://images.mediatoday.co.kr/news/photo/201310/112447_119827_3233.jpg) | | SBS <심장이 뛴다> ⓒSBS | |
이런 프로그램들은 방송횟수가 증대할 할수록 무엇인가 현저한 것, 즉 뭔가 ‘쎈’ 소재, 스토리와 장면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물론 그럴수록 현실과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시청자에게서 외면 받는다. 어디 선정적인 장면만 그럴까. SBS 예능 <심장이 뛴다>는 영화 <심장이 뛴다>는 컨셉을 적용하고 있다. ‘심장이 뛴다’는 말은 살아있음을 의미하며, 한편으로 다른 사람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사람의 심장도 뛰게 됨을 중의적으로 담고 있다. 이러한 케이스들을 매번 조달해야하는 것은 상당함 부담이다. 더구나 죽음과 삶, 생명을 매개로한 극적 감동스토리에 대한 의존성은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를 심화시킬 소지가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