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말장난 개그, 왜 인기 있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4. 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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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기상도] 말장난 개그, 왜 인기 있지?



시사개그 과잉 속 '꺾기도' 등 가벼운 웃음 반사이익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꺾기도'가 지난달 5일 첫 방송부터 화제가 됐다. "정말 대단하십니다람쥐다람쥐"와 같은 의미와 맥락을 찾기 어려운 대사는 '웃기다' '왜 웃긴지 모르겠다'는 양 갈래 반응을 낳았다. 회가 거듭 되며 온라인 상에 '꺾기도' 속 말장난을 따라 하는 네티즌이 많아졌다. '꺾기도'는 '개그콘서트'에서 가장 뜨거운 코너 중 하나로 떠올랐다.

'꺾기도'를 필두로 '말장난 개그'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SBS '개그투나잇'의 '하오앤차오'와 tvN '코미디 빅리그 시즌2'의 '게임폐인'도 이 같은 시류를 따른다. '하오앤차오'는 '워메이 쩜메이' 등 아무 의미 없는 엉터리 중국어를 되풀이한다. '게임폐인'은 '좋다 싫다'를 변형한 '조으다 시르다' 등의 유행어를 낳았다.

이들 코너의 특징은 아무 의미가 없거나 표준어를 변형한 어구를 반복해서 사용한다는 점이다. '말장난 개그'의 인기는 국내에서 짧은 후렴구에 반복된 가사로 흥겨움을 주는 음악을 가리키는 일명 '후크 송(hook song)'의 인기와 관련이 있다. 

대중은 몇 년 전부터 '후크 송'이 가진 중독성에 매료됐다. 이런 성향이 최근 개그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다. 개그 코너의 반복 어구도 '후크 송'의 후렴구처럼 대중 사이에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말장난 개그'는 시사 개그의 인기를 대신할 개그 코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는 개그맨 최효종 등이 보여준 시사 개그가 큰 인기를 얻은 시기였다. 정치 사회 경제 등에 대한 풍자를 담아 어려운 서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하지만 시사 개그의 과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젠 식상하다'는 대중의 의견이 많아졌다. 인기 하락의 반대급부로 '말장난 개그'가 떠오른 셈이다.

'말장난 개그'는 시사개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개그를 표방한다. '말장난 개그'는 웃음으로 대중에게 휴식을 주는 개그 프로그램의 기본 취지에 들어맞는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말장난 개그'의 인기는 시사 개그 열풍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은 "사회에 대한 불만은 비판과 외면 두 가지 모습으로 표출된다"며 "시사 개그가 비판적이었다면 '말장난 개그'는 현실에 대한 외면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힘든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시사 개그와 '말장난 개그'가 인기를 얻는 원인이란 지적이다. 

김인엽기자 klimt@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