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anny

‘입체적 고민’ 없는 3D 방송 대책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10. 8. 13:24


방통위가 주축이 되어 3D TV의 콘텐츠 부족 문제 해결 나서…“일반 시청자 외면한 방송 방식” 비판
기사입력시간 [1187호] 2012.07.18  (수)최연진│한국일보 산업부 기자  

  
ⓒ LG전자 제공

3D TV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최대 고민은 바로 3D 방송이다. 아직 3D 방송을 하지 않다 보니 3D TV를 가지고 있어도 입체 효과를 느낄 만한 영상을 볼 기회가 많지 않다. 3D TV로 입체 영상을 보려면 이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을 구입하거나 가정용 게임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3D TV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로 3D 방송 때문에 고민할 일이 생겼다. 정부에서 희한한 3D 방송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축이 되어서 3D TV의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을 입체 영상으로 내보내는 3D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약칭 방통위)가 딱히 방송 시점을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시범 방송을 거쳐 관련 준비가 끝나려면 2014년 이후, 즉 내후년쯤 3D 방송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듀얼스트림 방식, 2D 시청 때 노이즈 일으켜”

이를 위해 방통위는 3D 시범 방송을 진행한다. 1차 시범 방송은 4월과 5월에 걸쳐 약 한 달간 진행되었다. 2차 시범 방송으로는 7월27일 개막하는 런던올림픽 대회를 3D 방송으로 생중계할 계획이다. 올림픽 대회 기간 국제방송센터(IBC)에서 일부 3D로 촬영한 방송 신호를 국내로 보내주면 이를 새벽 시간에 3D로 내보낼 예정인데, 이를 위해 방통위는 임시로 66번 채널을 배정했다. 따라서 3D TV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회 기간 동안 66번 채널에 맞추면 일부 올림픽 경기를 3D 방송으로 볼 수 있다.

방통위에서 추진하는 3D 방송 방식에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화질 저하이다. 현재 방통위는 3D 방송을 위한 기술 표준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듀얼스트림이라는 기술 방식을 채택했다. 3D 영상은 오른쪽 눈과 왼쪽 눈에 해당하는 영상을 각각 촬영해 이를 하나로 합쳐서 입체 효과를 낸다. 국내에서 개발한 듀얼스트림 방식은 기존 방송용 주파수를 절반으로 나눠서 오른쪽 눈과 왼쪽 눈에 해당하는 영상을 각각 내보낸다. 따라서 3D TV를 가지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입체 방송이 나오고, 일반 TV를 가지고 있으면 왼쪽 눈에 해당하는 영상만 나와서 평소와 같은 2D 영상을 보게 된다.

그런데 3D 방송은 상관없지만 일반 2D 방송을 볼 경우 기존 신호의 절반만 들어오기 때문에 평소 고화질(HD) 방송보다 화질이 떨어진다. 방통위 관계자는 “HD 영상의 경우 초당 7백MB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방송에 내보낼 때는 이를 17MB로 압축한다. 듀얼스트림 방식을 사용하면 이 신호가 다시 12MB로 더 압축되기 때문에 2D 화질이 떨어진다”라고 인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일반 2D 방송에서 화질 저하가 일어나지만 일반인들이 못 느낄 정도여서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4월과 5월에 실시한 시범 방송을 시청한 사람들의 주장은 다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3D 시범 방송 기간 중에 일반 2D 방송을 시청한 결과 이른바 깍두기라고 부르는 블록노이즈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외산 3D TV로는 3D 방송 보지 못할 수도

현재 HD 방송에서도 쇼나 스포츠처럼 장면 전환이 빠른 영상의 경우 블록노이즈가 나타나는데 3D 시범 방송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했다는 지적이다. 이를 지적하자 방통위 관계자는 “일반 사람들은 전문가들과 달리 화질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다. 오히려 3D 방송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방통위 주장대로 일반 시청자들이 화질에 민감하지 않다면 굳이 HD 방송을 할 이유도 없다.

여기에 더 황당한 것은 3D TV를 가지고 있어도 3D 방송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가 추진하는 듀얼스트림 방식은 아직 국제 표준이 아니어서 3D TV 제조업체들이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특히 외산 업체들은 민감하다. 한 외국 TV 제조업체 관계자는 “듀얼스트림 방식을 지원하려면 본사의 생산 공정을 바꿔야 한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생산 공정을 바꾸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또, 신형 3D TV가 있어도 케이블 방송 가입자나 위성방송 가입자들은 마찬가지로 3D 방송을 볼 수 없다. 케이블 방송 가입자들 가운데 아날로그 방식은 상관없는데 요즘 케이블 방송 업체들이 적극 추진하는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면 3D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 셋톱박스에서 듀얼스트림 방식의 3D 방송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성방송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신형 3D TV를 가지고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1천6백만 가구가 케이블을 이용해 방송을 보고 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도 방통위가 듀얼스트림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 기술이 국제 표준이 되면 이에 따른 기술특허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정부는 이 기술이 국제 표준이 될 수 있도록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는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에 국제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제 표준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부담이 크다. 그냥 우리끼리만 쓰는 기술이 되다 보면 관련 장비나 TV 제조 등이 쉽지 않다. 한 TV제조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기술 방식을 강요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추가 비용도 문제이지만 국제 표준이 되지 않으면 한국에서만 쓰는 기술 방식 때문에 국내 시장용 TV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안은 있다. 그래서 오히려 정부에서 듀얼스트림 방식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배경에 더 의문이 생긴다. 해외의 경우 사이드 바이 사이드 방식을 주로 쓰고 있다. 이 경우 2D 채널과 3D 채널을 각각 독자적으로 배정한다. 예를 들어 1-1은 2D 방송, 1-2는 3D 방송 식으로 채널을 두 개 배정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일반 2D 방송의 화질이 떨어지지 않고, 기존 3D TV는 물론이고 케이블 방송이나 위성방송 가입자들도 모두 볼 수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추가 채널을 만들려면 별도 주파수를 배정해야 하는데 주파수 자원이 여유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섣불리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이드 바이 사이드 방식을 사용하면 2D 화질 저하는 일어나지 않지만 추가 주파수를 배분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현 시점에서 여유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2D 화질은 떨어지지 않지만 3D 화질은 듀얼스트림보다 주파수 대역 폭이 좁아서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 3D TV 이용자들보다 2D TV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고, 3D TV 보유자들도 하루 종일 3D 안경을 끼고 3D 방송만 볼 확률은 낮다. 오히려 3D보다는 2D 방송 시청을 더 많이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청자 관점에서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표준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3D 방송에 대한 기술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