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93

한국 미디어 아트를 책에 담아내야 할 이유

-‘한국미디어아트의 흐름’ 리뷰 미술계에서 다른 세부 장르와 달리 그 명성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미디어 아트는 버거운 면이 이미 내재 해 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창작 과정에서도 다른 미술보다 힘겨운 점이 있고, 그것을 보관하는데도 어려움이 더 있다. 예컨대, 백남준의 작품들이 제대로 보관이 안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부품 등을 주기적으로 갈아주어야 하는데, 어떤 때는 그 부품을 구입하기도 힘들다. 때문에 본인도 보관이 힘들뿐더러 공공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미디어 아트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는 더욱 더 힘들다. 이미 지나간 작품을 새삼 작가들조차 재현을 하기가 힘들다. 작가나 관객이나 모두 자신들의 기억에만 의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고 이는 ..

책 리뷰 2022.07.06

음악은 혼자의 힘으로는 즐겁지 않아

-신간 '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은 음악' 리뷰 서정민갑의 신간은 음악 장르에 관해 안내를 해주는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 기존 음악 장르 안내서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우선 각 장르의 기원을 중심으로 대표 뮤지션들을 나열한다.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원래 이 장르는 이런 거야.’라고 일깨우듯이 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의 뮤지션들의 이름이나 활동은 아예 배제한다는 점이다. 또한 저자도 지적했듯이 각 장르에 개별적인 책들은 많지만, 그것을 한권에 아우르는 책이 거의 없다. 또한, 거의 대부분 대중음악이 아니라 클래식 음악이다. 아울러 대중음악이라고해도 테크니컬하게 작곡 등에 관한 개별적인 책들이 더 많다. 이른바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인기를 끌게 되면서 실용음악 학원 차원의 서적들이 늘어났다. 대중..

책 리뷰 2020.12.03

만화 속에서 생존철학을?!

만화속 사회 생활의 멘토링 -김봉석의 ‘1화일지는 몰라도 끝은 아니야.’ 빨강머리 앤, 곰돌이 푸, 보노보노... 얼마 전까지 만화책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에세이 책들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던 기억이 난다. 대개 만화 주인공들이 작품에서 말했던 대사들을 두고 저자들이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은 책들이 있었다. 그 캐릭터들을 좋아했던 독자들이 많이 찾을 수밖에 없어 보였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 청소년기에 그 주인공들에 감정이입을 해서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해왔던 세대들에게는 소장하고 싶은 마음까지 불러일으킬만 했다. 만화를 통해 인생의 정체성과 철학을 정립했던 그들에게 만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책들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한 청춘들에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면 더욱 그렇다. 조직 생..

책 리뷰 2020.09.27

영화평론이 아니라 배급평론을 꿈꾸고 싶다.

왜 지금 배급을 주목하는가 -이화배의 ‘영화는 배급이다.’ 어느 꽤 유명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다. 진행자가 꽤나 지명도가 있어서 그의 이름을 내세워 프로그램명을 지었을 정도였다. 그 진행자는 연륜이 있고 객관적 합리적이면서도 의식 있는 지식인으로 통했다. 그런 지식인의 말 한마디가 아직도 생생하다. 생방송이 시작되자 그는 첫 마디를 이렇게 떼었다. “연말 결산이라 월요일부터 정치 경제 사회 분야를 했고, 이제 문화분야를 할 순서인데, 오늘은 좀 재밌게 하시죠. 어제까지 너무 딱딱했거든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준비해온 내용이 궁색해지는 기분이었고, 이제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하나 싶었다. 어디 이 진행자만일까, 이런 말은 흔하게 듣는다.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대개 레저나 엔터테인먼트와 일치한다. ..

책 리뷰 2020.09.27

티셔츠에서 볼륨을 높여요.

-백영훈의 ‘음악을 입다’ 리뷰 MTN(MOUNTAIN), NATURE, FOLLOW ME, LOVE ME, DOG FAMILY... 티셔츠에 들어간 영어 문구가 사실은 낯뜨거운 뜻을 가지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되고는 했다. 티셔츠는 그만큼 새겨진 문구의 뜻도 모르고 편하게 입는 옷이라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티셔츠를 아무거나 입지 않는 사람들이 분명 있는데, 그들은 바로 대중음악 애호가들이다. 아마도 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다면 티셔츠에 들어간 문구만이 아니라 이미지, 캐릭터만이 아니라 내력까지도 자세하게 설명을 해줄 것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문화연구자들 대부분은 이런 티셔츠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티셔츠 문구에 들어간 음란성에만 귀를 쫑긋 세우고 기껏해야 맹목적인 문화 사대주의를 운운해 ..

책 리뷰 2020.09.27

브릿팝에서 케이 팝의 미래를?

브릿팝에서 케이 팝의 미래를? -권범준의 브릿팝 리뷰 글/김헌식(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대형 서점이든 인터넷 서점에서 음악 관련 신간은 드물지만 드문 신간 가운데 대부분은 클래식 관련 책들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클래식 애호가들은 발끈할 지도 모른다. 클래식 책 조차 그렇게 많지는 않기 때문이겠다. 어쨌든 클래식 책에 비해 대중음악을 다룬 책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대중음악에 관한 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요즘에 대중음악에 관한 책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느낌이 단지 아닐 수도 있다. 예컨대 쏟아지는 방탄소년단에 관한 책들이나 한류 관련 신간들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는 것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외면 받던 대중음악이 주목받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어쨌든 한 시대에서 각광..

책 리뷰 2020.08.06

‘그래 봤어’라는 대답을 향한 분투기

-‘그거 봤어?’ 리뷰. 대개 대학생들이라면 교수 저자들이 쓴 방송 비평서나 방송 프로그램의 사회적 분석서보다는 피디들이 쓴 책을 좋아한다. 대학생들이 가장 되고 싶은 직업군이 피디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니 말이다. 피디도 여러 유형인데 선망 하는 게 교양 피디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꼰대 세대에 가깝다. 이미 청춘들 사이에서 피디 가운데 예능피디가 꼽힌 지 오래라면 격세지감일까. 예능에 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유재석이라는 걸출한 예능 스타를 두고 가볍게 여기는 인식은 전혀 없다. 의사들도 배우자로 예능인을 선택하는 시대니까 말이다. 예능 스타하면 개그맨 등을 생각했지만 이제 예능피디도 거물 셀럽들이 탄생해왔다. 그 사례로 나영석 피디를 들면 이의가 없다. 언론에 알려진 바로 연봉 40억이라고 했으니..

책 리뷰 2020.06.15

오타쿠 문화가 시작되는 공간에서

오타쿠 문화가 시작되는 공간에서 -오쓰카 에이지의 ‘그 시절 2층에서 우리는’ 리뷰 1980년대 초반, 도쿄 신바시의 어느 빌딩 2층 편집부, 즉 도쿠마쇼텐 2층에는 수많은 청춘들이 들락날락 했다. 흥미롭게도 그 곳을 들락날락했던 많은 젊은이들이 그 뒤 오타쿠 문화를 선도하거나 중심축을 이루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했던 일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편집자 업무였지만 그들의 신분은 안정되어 있지 않았고 오늘날의 기준으로 비정규직 혹은 임시직들이었다. 저자도 시급 450엔, 우리 돈으로 4천원을 받고 일했던 알바생이었다. 딱히 시급이라는 생각도 없고 경비 계산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임금에 월 378시간이나 일을 했다고 한다. 더구나 토요일 일요일에도 일을 했으니 한 달 30일을 기준으로 하루 12-13시간씩, 밖..

책 리뷰 2020.05.08

부자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다.

부자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다. “호모 이코노미쿠스-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다.”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만 호구가 될 가능성이 좀 더 높을 것이다. 이윤과 효율을 잘 따지면 좀 더 생활이 윤택해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자 둘 중에 어느 쪽에 속하는지 생각해보자. 없는 사람들은 마일리지 포인트를 채우기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러나 있는 사람들은 애써 마일리지 포인트에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 쓰지 않아도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차질이나 문제는 없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 가운데 누가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될 것인가. 당연히 없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그들은 조그만 경제적 인센티브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말 경제적 동물답다. 그러나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인센티브에 둔감하고 기부를 하며, 공익..

책 리뷰 2018.08.08

천재는 동굴 밖에 있었다.

천재는 동굴 밖에 있었다. 천재라고 말할 때 아무도 이견이 없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아인슈타인, 사람들은 그의 천재적인 뇌를 궁금해 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뇌를 해부했더니 보통 사람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고 한다. 약간의 주름이 깊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영재발굴단’이라는 게 있는데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되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영재들은 모두 혼자 등장했다. 천재처럼 주로 혼자 하는 일에서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다. 수학영재는 말할 것도 없고 악기 연주에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들이 살아가며 결과를 낳아야 하는 이 세상은 혼자만 능력을 갖고 있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에릭 와이너의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는 천재를 탐구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

책 리뷰 2018.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