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274

‘텍스트 힙’(Text Hip)은 과시욕의 산물인가.

글/김헌식(정보콘텐츠학 박사, 중원대학교 특임교수, 평론가) 2023년 영국의 종이책 판매가 역대 최고 수준인 6억 6900만 권이었다. 이 기록을 만든 주역은 기성세대가 아닌 놀랍게도 Z세대였다. Z세대는 흔히 20대로 볼 수 있는 젊은 층인데 그들이 종이책을 찾은 덕분에 놀라운 책 판매량이 가능했다. 영국에서는 ‘텍스트 힙’(Text Hip)이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활자’ 등을 뜻하는 ‘텍스트’와 ‘멋지다’라는 힙이 결합한 말이다. 즉, 책읽기 등에 관한 콘텐츠가 선호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6월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역대 최고의 방문객 수를 기록했는데, 그 가운데 20~30대가 73%를 차지해 이런 사실이 언론을 장식했다. 더구나 30대는 28%였으나 20대는 무려 4..

왜 지금 워맨스 전성시대일까?

-장나라 이정은의 문화 코드. 글/김헌식(정보콘텐츠학 박사, 중원대학교 특임교수, 평론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를 본다면 그 배경을 워맨스(Womance)의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 ‘워맨스’는 여성(Woman)과 로맨스(Romance)를 합친 말인데 창작 콘텐츠에서 여성 사이의 진한 우정과 유대감, 나아가 애정 어린 관계를 가리킨다. 이런 설정은 단순히 여성이 주인공인 스토리와 차이점을 갖는다. 최근 대표적인 작품으로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와 ‘굿파트너’가 있다.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독특하게 여성 캐릭터의 케미를 보여준다. 취준생 이미진(정은지)은 어느 날 갑자기 노년의 여성으로 바뀌는데 알고 보니 오래전 실종된 이모 임순(이정은)이었다. 낮에는 노년의 임순, 밤에는 젊..

영화로 본 사이버 렉카의 종말

-영화 ‘드라이브’(2024)에 비친 유튜버의 종말 글/김헌식(중원대학교 사회문화대학 특임 교수, 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유튜버들이 콘텐츠로 삼을 수 있는 소재의 한계가 어디일까, 이를 생각할 수 있는 최근 영화가 ‘드라이브’(2024)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납치 상황까지 생중계 방송을 한다. 유나 티비를 운영하는 한유나는 처음에는 부진했지만, 80만 정도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인기 유튜버의 자리에 오르는데, 정체불명의 크루세이더는 납치 상황을 라이브 방송을 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서 한유나에게 6억 5천만 원의 모금액을 채우도록 하며,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생명을 빼앗겠다고 위협한다. 유나 티비의 접속자들은 처음에는 사실인지 조작인지 알 수 없어 망설이거나 조롱하던 모금액에 소극적이거나 ..

영화 ‘밤낚시’는 한국 영화계의 파랑새가 될까?

글/김헌식(정보콘텐츠학 박사, 중원대학교 특임교수, 사회문화평론가) 배우 손석구 주연의 ‘밤낚시‘는 여러모로 눈길을 끌었고,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어 보였다. 대규모 제작비의 블록 버스터 혹은 텐트폴 영화라도 번번이 흥행에서 참패하고, 다양한 영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소수의 영화가 스크린을 독과점하는 문제는 여전하다. 여기에 멀티플렉스가 상영관 97%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티켓 가격은 짧은 기간 동안 40% 정도까지 올랐다. 여기에 객단가가 낮으므로 제작사나 관객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더구나 젊은 관객을 중심으로 숏폼 콘텐츠와 같이 짧은 분량의 콘텐츠를 선호한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선호하는 경향도 커졌다. 따라서, 이런 맥락에서 관객들은 코로나 19 이전과 비교해서 6..

드라마가 왜 노인 범죄를 다뤄야 할까요?

-드라마가 노인 대상 범죄를 다루는 법.  글/김헌식(정보콘텐츠학 박사, 중원대학교 특임교수, 사회문화평론가)  드라마는 단지 엔터테먼트를 위한 콘텐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재미만 있으면 되었다가 대리충족을 위한 콘텐츠라는 시선이 있다. 그렇다고 묵직한 메시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사회적 주제의식을 전면서도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런 드라마들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크래시’는 독특한 소재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범죄 수사물이었지만, 교통 범죄를 중심으로 활약하는 남강 경찰서 TCI팀의 활약을 그리며 민생을 어렵게 하는 교통 범죄의 민낯을 드러내 주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노인 교통사고였다. 단순 보행 사고인 줄 알았는데, 수사해 보니 형사 합..

사생팬이라는 말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사생팬은 없다, 범죄자 뿐! 글/김헌식(정보콘텐츠학 박사, 중원대학교 특임교수, 사회문화평론가) 사생팬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극성팬을 의미한다. ‘obsessive fan’이라는 말도 쓰는데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팬을 의미한다. 이런 사람들을 팬이라고 하는 이유는 스타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따라다니는 이들은 예전에는 인기의 척도로 여겨지기도 했다. 마치 소문난 맛집의 줄 서기를 연상하게 했다. 개인이나 소속사가 이를 이용한 면도 있다. 하지만. 사생팬은 없으며 오로지 범죄자만 있다. 적절한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히 팬을 따라다니는 수준이 아니라 집과 같은 사적인 공간에 침입하기도 한다. 집안에 들어와 스타의 물건을 가져가기도 하고 물리적 접촉으로 폭행을 가하..

드라마 ‘졸업’에 비친 베이비 부머 강남 키즈의 한국인 심리?!

-100세 시대의 한국인의 인식 구조의 변화 글/김헌식(정보콘텐츠학 박사, 중원대학교 특임교수, 사회문화평론가) 드라마 ‘졸업’에서 남자 주인공 이준호(위하준)는 어느 날 갑자기 잘 다니던 대기업 직장을 그만두고 학원계 진출을 선언한다. 이 같은 선언에 친구는 물론 학부모도 의아하게 생각하며 완강하게 반대한다. 당연한 노릇이었다. 누가 봐도 누구라도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을 다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준호가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직장생활이 어렵지 않다고 말하는 이준호였다. 이준호의 힘든 직장생활을 묻는 아버지에게 되려 직장생활이 어려우셨냐고 반문을 한다. 이에 대해 우물쭈물 아버지는 대답을 피하고 자리를 뜨기도 한다. 좋은 직장에 적응도 잘해 문제가 없던 이준호는 왜 학원..

문화 공유지에서 팬덤 리터러시 필요.

-팬덤의 룰을 생각해야 지속가능하다 글/김헌식(정보콘텐츠학 박사, 중원대학교 특임교수, 평론가)  1968년 개릿 하딘(Garret Hardin)이 ‘사이언스(Science)’ 지에 발표한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은 이기적인 가축주들 때문에 공유지가 붕괴하는 현상을 다뤄 주목을 받았고, 이를 응용해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이 공유자원 공동체 관리 사례들을 연구해 2009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의 연구 핵심은 각자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열정을 다하는 것이 나중에 자칫 부정적인 영향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서로 협력하고 공조할 수 있다는 것. 엘리너 오스트롬은 공유지를 잘 관리하는 사례 분석을 통해 대안을 집대성하고 있으므로 단순히..

하이브 어도어 사태에서 드러난 경영 리스크의 중요성

-경영 리스크가 진짜 위기 2023년 SM의 경영권 분쟁은 K팝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소유한 주식 향배가 중요하게 다뤄졌지만, 그것은 K팝의 본질과 정체성에 맞게 처리되어야 했는데 실제 결과는 이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이브는 2월 10일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 SM 1대 주주로 올라섰다. 하지만 카카오가 주당 15만 원에 SM 지분 공개매수에 돌입하면서 12만 원에 공매하던 하이브에 압박감을 주었다. 4천억 원대 이상의 자금을 들여 이수만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하이브와 팬들에게 바람직한지 의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3월 12일부로 인수 절차를 전격 중단했다. 이 중단으로 승자는 카카오가 되는 것으로 ..

공연 예매 추첨제는 암표 근절에 성공할까?

-예매 추첨제의 성공 조건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교수, 미래학회 연구학술 이사, 평론가) 국민권익위가 암표를 방지하기 위해 공연 티켓의 추첨제 도입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른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 과연 어느 쪽에 신뢰할 수 있을까? 어떻게 구체적인 실행을 하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현행 예매 제도와 비교해 추첨제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한국은 선착순 티켓 예매 방식인데, 공연 예매 추첨제는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는 정해진 기간 내에 공연 예매 신청하고 추첨을 통해 선정되면 시간 안에 입금해야 한다. 한국에서 선착순 예매는 본인 좌석을 확인할 수 있지만, 추첨 예매 방식에서는 본인 좌석을 공연 당일까지 확인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