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206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왜 도입되었나?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왜 도입되었나? 영화 ‘브이아이피’(V.I.P., 2016)의 박훈정 감독은 그럴 뜻이 없었다. 하지만 여혐 논란에 휘말렸다. 연쇄 살인범의 살인 장면을 너무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 문제였다. 영화 속에서 문제의 장면을 보면 벌벌 두려움에 떠는 여성을 조롱하는 범죄자들의 모습이 매우 불편했고 여성 인권 유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연쇄 살인범의 잔혹성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불편함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었다. 잔혹한 사이코 패스의 악마성을 드러내려다가 여성의 몸을 도구화했을 지 모른다. 아마도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있었다면 적절하게 조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Intimacy Coordinator)는 사실 최근에 생겨난 직업군이다. 출발은 미투 운동이었다. 2017년..

배우 오일남 신드롬

-배우 오일남 신드롬의 시대적 가치. ‘깐부’라는 이름을 쓰는 치킨 회사는 오히려 배우 오일남에게 광고비를 지급해야 맞다. 이런 말이 이상할 수 있다. 광고 출연을 한 적도 없는데 광고비를 지불해야 한단 말인가. 오히려 광고 출연을 거절했던 배우 오일남이었다. 광고를 거절했지만, 오히려 거절한 사실 때문에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셈이 되었으니 광고를 찍은 것보다 효과 만점이었다. 광고를 꼭 출연해야 광고 효과가 있지는 않다. 어쨌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는 말은 마케팅에서도 중요하다. 오히려 치킨 광고에 출연을 했다면 반감(反感)이 있었거나, 그 효과가 반감(半減)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 더 치킨기업을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게 했던 것은 오일남 배우의 광고 철학이었다. 그는 자신이 스스로 “광..

MZ 세대 시대 원더 우먼.

-원더 우먼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1970년대 인기 최고 였던 원더 우먼은 본래 더 여성스러웠다. 비록 보통 남성 이상의 괴력을 쓰지만, 오히려 남성에게 섹스어필 하려는 듯 했다. 2016년 12월, 유엔 성평등 대사로 임명되었던 원더 우먼이 해촉된다. 이유는 원더 우먼의 복장과 외모가 여성 스스로보다는 남성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켜준다는 것. 아이러니했다. 1941년에 원작자 윌리엄 몰턴 마스턴은 페미니즘에 바탕을 두고 원더 우먼 캐릭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남성 영웅 중심에서 벗어나 여성 영웅의 탄생은 많은 여권 신장 운동가들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었고, 실제로 여성권리운동에서 성과를 꽤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적 인식은 바뀌기 마련일 터. 원더 우먼의 여성 영웅이라는 적극적인 행동 지향성..

프론트맨의 시대

-프론트맨이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선장은 자신은 책임자가 아니라며 가장 먼저 도망을 갔다. 엄청난 파국의 범죄자, 그는 비단 우리와 상관이 없을까. 사장이나 회장, 대표라는 직함을 내건 사람들은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바지 사장이라는 말은 그 직함의 허울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다. 역시 그는 또한 누군가에게 고용을 당한 사람일 뿐이다. 문제가 있는 조직이나 회사일 경우에는 그가 모두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있을 뿐이다. 영어에는 프론트맨(front man)이라는 말이 있다. 프론트맨은 부정적인 단체나 조직 따위에 앞에 간판으로 내세운 사람을 뜻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흥행을 하면서 이 프론트맨이 새삼 주목을 받게 되었다. 게임을 주도하고..

케이-신파가 만드는 세계 1위 현상은 왜

오징어 게임 신파가 왜 나쁜가. -K 콘텐츠의 성공 요인 신파 찰스 애프런(Charles Affron)은 ‘영화와 정서(Cinema and sentiment)’에서 영화에서 얼마나 정서가 중요한지 언급한다. 그는 emotion이 아니라 sentiment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영화에서 관객에게 감성과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한다. 대중콘텐츠에서 특히 드라마와 영화에서 남용되는 용어가 있는데‘신파’(新派)라는 개념이다. 별로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이 되는데, 본래 일본에서는 가부키의 과장된 표현이나 연출을 의미했다. 이는 반대로 극예술이 절제와 은근함을 강조하는 예술 미학에 근거한다. 하지만 이러한 극예술은 합리적 도식을 강조하기 때문에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상당한 수준(?)에 다다른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

‘오징어 게임’은 왜

-‘오징어 게임’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 들어가고 싶을까. 아마도 이 드라마는 세상의 민낯을 드러내고 싶었을 것이다. 보통 상금을 내건 게임에는 겉으로 보기에 목숨을 내걸지는 않아 보인다. 456억의 상금. 그 액수를 볼 때 매혹을 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드라마에서 충격적인 것은 게임인데도 그 잔혹함이다. 게임에서 탈락하는 사람은 바로 총을 맞고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더구나 단순한 게임에 불과한데 사람 목숨을 빼앗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어린 시절 즐기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게임에서 술래에게 걸려도 다시 하면 되지만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는 바로 목숨이 끊어지고 화장된다. 어디에서 어떻게 목숨을 잃고 화장된지 가족에게 알려지지도 않고 세상에서 존재가 사라지고 만다. 학교 앞 추억의 달고..

임영웅 팬덤과 팬덤 경제학의 원리

얼마 전 지인과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다. 그 사이 유튜브를 열심히 한 모양이다. 유튜브 주소를 자연스럽게 카톡에 링크시켰다. 본인이 기획 구성 출연하고 편집하는가 하면 자막작업까지, 고군분투한 흔적이 여실했다. 하지만 구독자수가 늘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물론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고민을 한다. 그런데 어떤 진행자를 콕 집어 비교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신문쪼가리를 읽어주는데 구독자가 20만명, 자신은 수백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나름 공들여 만드는데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곧 그 차이를 알 수 있었다. 20만명이나 되는 그 유튜버는 임영웅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말한다고 한다. 자신은 영화 이야기를 심도 있게 하는데, 그런 내용으로 20만명의..

가성비 최고 맛집의 비밀 아닌 비밀

태어나면서부터 세트장에서 한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방송하는 쇼가 30년째 진행되고 있는데 220개국 17억 인구는 알지만, 자신만 모르는 상황. 마침내 그 사실을 남자는 자각하게 되는데 과연 그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는 미디어 특히 텔레비전 방송의 조작성에 대해서 대중적으로 잘 형상화했기 때문에 두고두고 미디어 연구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영화다. 이런 화제성 때문에 비슷한 패러디 작품도 많이 탄생시켰다. 그 가운데 하나가 ‘트루맛쇼(The True-taste Show, 2011)’인데, 이 다큐는 지상파 3사 맛집 프로그램들의 실상을 담아내고 있다. 맛집 방송은 조작 방송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검증되지 않은 식당을 맛집이라고 추켜세우는 일은 기본이고..

현재의 코로나 19와 문화예술의 미래

현재의 코로나 19와 문화예술의 미래 “위기는 모순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위기 상황이 닥치면 기존에 내재 되어있던 사회 모순들이 더 크게 드러나는 법이다. 단순히 드러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누군가에게는 위험에 노출시키고, 그로 인한 타격은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는 양태가 있다. 평등하지 않은 적용, 가장 약한 고리에 있던 이들이 크게 피해를 본다. 겉으로는 강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약자 였음이 드러나고는 한다. 코로나 19는 모순을 새롭게 불러오기보다는 가려져 있던 것을 드러내 주었다. 우리가 그러란 모순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거나 애써 간과하여 왔을 뿐이다. 이제 코로나 19로 인해 그러한 모순을 인지했다. 이 때문에 슬프게도 그러한 인지 상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성대결

-파레이돌리아(pareidolia)와 젠더 프레임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4집 앨범이 발표되자마자 사탄 논란이 일어났다. 4집 앨범 수록곡 ‘교실 이데아’를 거꾸로 들으면 기괴한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언뜻 “피가 모자라”라는 말이다. 소름이 끼칠 수밖에 없다. 결국, 서태지가 이단 종교인으로 백마스킹(Backmasking) 했다는 것이다. 이는 어떤 소리나 메시지를 재생 반대 방향으로 녹음하는 기법을 말한다. 그런 말을 듣고 거꾸로 들으면 정말 피가 모자란다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음악에서 특정한 패턴을 읽으려는 습성을 개그 소재로 삼은 것이 2000년대의 의 인기 코너 ‘뮤직 토크’였다. 팝송의 일부를 음역(音譯)해서 우리의 일상 문장이나 구어로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