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런 악녀가 연기 대상을 타다니!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12. 31. 01:08

MBC 연기대상에서 <선덕여왕>의 미실-고현정이 대상을 탔다. 과거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주인공보다 더 인기 있었던 궁예(김영철)를 제치고 왕건(최수종)이 수상한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악당이라서 그런 것일까.
또한 같은  MBC에서 <하얀거탑>의 악당 장준혁(김명민)은 드라마 대상을 타지 못했던 바가 있다. 배용준의 <태왕사신기>에 밀려 버렸고, 많은 인기와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상을 받지 못했으며, 그 수상식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이 때문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배용준 권력에 무너진 문화방송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물론 거대한 제작비를 들였고, 일본의 한류를 생각한다면, 혹은 사업자 배용준의 힘을 생각한다면 예우를 해주어야 했다.
그것은 결국 드라마 자체에 대한 평가 혹은 배우 연기에 대한 평가는 아니었다. 언제 뭐 한국의 드라마 시상식이 작품 자체로만 평가한 적은 없었다.


악당(?) 강마에가 비록 공동수상이지만 대상을 탄 적은 있다.
헌데 장준혁은 주인공이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악당 강마에(김명민)은 주인공이었다. 


 미실은 조연이다. 더구나 미실은 악녀다. 악녀는 시청률을 올려주고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것이 한국 드라마의 현실이었다.

이번에 <선덕여왕>은 대형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광고수입만 총 433억원으로 제작비의 2배를 벌어들였다. 그런면에서 예년의 경우라면 주인공인 선덕여왕-이요원에게 대상이 돌아갔어야 한다. 하지만 문화방송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물론 주인공으로 많은 애를 쓴 이요원이지만, 선덕여왕을 이른바 반석위에 올린 것은 미실- 고현정이기 때문이다. 광고 수입의 큰 부분은 미실이었고, 그것에 주인공 덕만-이요원이 마음 고생을 했을 터다. 어쨌든 연기는 연기, 현실은 현실이고 결과는 결과였다.

결국 2009년 MBC 연기대상에서는 악녀가 드라마 대상을 탔다. 이것은 초유의 일이며, 긍정적이기도 하다. 악녀라 해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대중적 함의점을 충분히 보여준다면 능히 상을 받아야 한다는 선례가 되어야 한다. 단지 주인공이기 때문에, 많은 제작비를 들였기 때문에 당연시 상을 주는 것과 이제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


작품은 작품 그대로, 연기를 연기대로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시청률이 놓은 드라마의 연기자들만이 상을 휩쓸어버리는 것은 여전히 고질병이며, 이번에도 공동수상이 남발되었다. 김남주의 <내조의 여왕>과 미실, 이요원, 엄태웅, 김남길의 <선덕여왕>의 독무대였다. 예컨대 <히어로>의 이준기라는 배우가 수상을 하나도 못한 것은 시청률에 너무 기울어진 시상식이라는 점을 여실하게 보여주었다.(백윤식도 아깝다.) 사실 많은 히트 드라마가 없는 문화방송의 고민도 있겠다. 시청률 지상주의는 여전하고 이는 오늘 열리는 KBS연기대상이나 SBS연기대상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상을 받는 것은 로또 복권과 같다. 연기와 열정에 관계없이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를 잡으면 상을 받기 때문이다. 이번에 상을 받았다고 다음에 그 실력이나 노력에 비례하여 받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운이다.



*제작진은 고현정이 미실역을 맡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