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부여를 부정하며 고구려를 건국하는 ‘주몽’에 사학자들 문제제기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6:26

부여를 부정하며 고구려를 건국하는 ‘주몽’에 사학자들 문제제기



MBC TV 인기사극 ‘주몽’이 부여를 부정하면서 고구려를 건국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역사학자들이 역사 인식의 기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드라마 ‘주몽’은 부여가 한나라(중국)와 동맹을 맺어 고조선의 유민으로 구성된 다물군을 이끄는 주몽과 오랫동안 적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태양(주몽)이 나타나 부여를 망하게 할 것이라는 신녀의 예언은 부여가 고구려를 부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는 고구려는 물론 백제까지도 부여를 계승했다는 점을 긍지로 여기고 있던 실제 역사와 크게 배치돼 역사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국 고대사를 전공한 이도학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는 “부여는 고조선에 버금갈 정도로 위상이 높은 나라였다. 그런데도 드라마 ‘주몽’은 마치 부여가 한나라에 부역한 것처럼 그리고 있다. 또 부여와 주몽의 오랜 적대관계는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사극은 얼마든지 실제 역사와 다를 수 있다 하더라도 허용 범위라는 게 있다. 상상력을 발동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지엽적인 역사를 픽션화하는 작업에 그쳐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주몽’은 도가 지나치다”고 우려했다.

고구려연구회장인 서길수 서경대 교수도 “한나라의 현도군(현토가 아님)은 실제로는 매우 약한 세력이다. 드라마에서 부여가 한나라와 연합군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과장돼 있고, 주몽이 고구려 건국 전에 드라마처럼 큰 세력을 형성한 것도 아니다”고 밝힌 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극을 통해 역사를 배우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특히 부여-한나라의 동맹군 문제는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와 서 교수는 드라마 ‘주몽’이 동부여를 계승한 대소와 졸본부여를 계승한 주몽의 세력다툼 정도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주몽이 토착세력인 비류국의 송양과 갈등을 일으키는 수준에서 드라마를 전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 두 교수는 당시로서는 상당한 규모의 부여가 한나라 현도군의 일개 태수(양정)의 눈치를 본다는 설정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 역사에서 부여는 매우 중요하다. 고구려가 부여와 관계없는 독자적인 국가였음을 부각하는 드라마 ‘주몽’과 달리, 광개토대왕비 비문에는 추모성왕(주몽)이 북부여에서 왔다는 점을 명시할 만큼 고구려가 부여를 계승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다.

백제도 성왕 시절(538년) 수도를 공주에서 사비(부여)로 옮기고, 국호를 ‘남부여’라고 할 정도였으며, 발해까지 백제의 유속을 지니고 있음을 내세웠다.

역사저술가인 김헌식 씨는 “드라마 ‘주몽’처럼 중국 대륙을 호령했다는 고구려의 독자성만 인정하고, 부여의 정통성을 죽인다면 부여를 비롯한 백제의 역사까지 사라진다. 고조선-부여-고구려ㆍ백제 라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여를 인정하는 전개일 때 우리의 역사는 더욱더 넓어진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김 씨는 “드라마 ‘주몽’이 부여를 부정하면서 고구려 건국을 극화하는 것은 지나친 상상력에 의한 역사왜곡이며 드라마 초반 한나라의 철기군 묘사에서 불거진 논란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사안이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몽’의 정형수 작가는 “물론 부여-고구려, 부여-한나라는 우호적인 관계였을 것이다. 하지만 부여의 금와가 한나라를 끌어들이는 건 오랜 가뭄과 국난 등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한나라를 이용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부여와 주몽은 결코 전면전으로 가지도 않는다”고 해명했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에게 부여(북부여)는 타도의 대상이 나이라 계승의 대상이다. 사극이라 해도 부여의 정통성을 부정하면서 역사의 큰 줄기까지 바꿔버리면 시청자에게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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