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슬기로운 깜빵 생활'은 이전의 감옥 생활을 다룬 드라마와는 전혀 달랐다. 드라마 '피고인'이 사실적인 감옥 묘사로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일반 시청자들이 공감하기에는 거리가 먼 점이 있었다. 현실에서는 좀 처럼 일어나기 힘든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일단 주인공(지성)이 검사였고 대기업 가문의 악인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살인과 음모를 자행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에 대응하는 주인공은 극적인 방법으로 통쾌한 복수극을 펼친다. 감옥 생활의 리얼리티가 있어도 이러한 드라마에서도 누구나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슬기로운 깜빵 생활'에서는 누구나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인공은 자신의 여동생을 보호하려고 방어폭행을 했지만 감옥에 갇혀야 했다. 선량한 행동으로도 감옥 생활을 얼마든지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감옥 생활을 현명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감옥 생활 자체에 대해서는 그냥 일반사람과는 관계없는 원래 나쁜 범죄자나 있는 곳으로 생각하기 쉬웠다. 또한 억울한 피해자들이 있으려니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드라마 '슬기로운 깜빵 생활'은 이런 점에서 차별적인 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감옥에 갈 수 있다 그러므로 대비가 필요하다. 물론 감옥 생활에 관해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지만 그냥 공간적인 배경에 치우쳤지만 '슬기로운 깜빵 생활'은 디테일함과 사실성이 잘 살아 있다. 이를 두고 관음증적인 시선으로도 볼 수가 있다. 감옥 생활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궁금증이 일기 때문이다. 누구나 감옥에 갈 수 있는 사회, 그만큼 우리가 사는 생활은 선의에 관계없이 복잡해지고 우리는 어떤 법리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하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이불 밖은 정말 위험하다. 그런데 의지와는 관계없이 빠져버린 토끼굴 같은 감옥 생활에서 억울함을 호소할 수 만은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슬기로워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점점 감옥같은 억압의 사회가 되기 때문일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글/김헌식(평론가, 칼럼니스트)